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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May 12. 2024

마법 같은 순간

오늘 아침, 책과 음악이 같은 주제로 우연히 만났다

삶의 한 국면을 넘어간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요즘, 나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나는 이것이 돌아봄의 결과라고 믿는다. 그러고 보면 이사란 거주지를 옮기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거슬러 오르는 일 아닐까? 출발선 앞에서 과감하게 뒤돌아선다. 폴짝폴짝 과거로 가는 뜀틀을 넘는다. 마음이 시작된 곳으로 가는 것이다.
 (안희연,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中)


어젠 그렇게도 비가 퍼붓더니 아침에 일어나니 거짓말처럼 날이 갰다.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서 화분에 물도 주고 빨래도 돌리며 간만에 아무 일이 없는 주말 아침을 맞이했다. 간단히 커피를 내리고 의자에 앉아 안희연 작가의 책을 읽다가 저 구절에 마음 한 켠이 짠하게 울리던 차에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https://youtu.be/MfP8TE6TVz0?si=jbZ9WvW6lYEJ3OIA


이 노래를 들으며 얼마나 많은 울음을 속으로 삼켰을까. 모든 게 잘 안 풀리던 언론사 지망생 시절... 몇 년의 시도 끝에 끝내 방송국 입사에 실패하고 학교 기숙사에서 짐을 싸던 날. 신혼시절부터 둘이서 8년을 살던 작은 빌라에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밀려 나오면서 이사를 나오던 여름날. 윤상의 담담한 목소리에 실린 애틋한 가사를 들으며 울컥하는 마음을 수없이 달랬다. '더 좋은 시간이 올 거야...'


이사에 대한 안희연 작가의 고운 글을 읽으며 나와 같은 마음을 이토록 가슴에 와닿는 글로 쓸 수 있구나 하며 감탄하는 와중에 윤상의 '이사'가 스피커에서 퍼져 나오던 그 순간은 나에겐 정말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글이, 노래가 함께 나에게 위안을 안겨주는 그런 순간은, 다소 진부하지만 '마법과 같은 순간'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람들이 책을 펼치고 음악을 듣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은 참 좋은 시간이었다. 늦잠을 자거나 게으름을 부렸으면 허망하게 넘겨버렸을 그런 시간. 안희연 작가의 글과, 윤상의 노래와, 그리고 정지영 DJ의 선곡과, 간만에 갠 맑은 하늘이 나에게 정말 큰 힐링을 안겨주었으니. 이번 주는 오늘의 기운으로 더 힘내서 버텨볼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부처님까지 휴일을 선물로 주신 한 주가 될 테니까. 모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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