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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Jul 07. 2024

패배도 습관이라...

나에겐 언제쯤 승리의 시간이 올까

얼마 전에 쓴 글에 언급했던 사회인 대회가 끝난 지 어느덧 3주가 지났다.(https://brunch.co.kr/@radioholic3/44) 도장 B팀 단체전 선봉으로 출전했고 1회전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시합의 기세를 결정하는 선봉전에서 난 보기 좋게 상대편에게 손목을 맞고 0:1 졌다. 선봉장이 기선을 제압당했으니 팀의 사기는 꺾이기 마련이지만 내 뒤의 네 명은 정말 치열하게 잘 싸워줬고, 결국 2:3이라는 아쉬운 스코어로 탈락했다. 그 상대팀이 단체전 3위를 차지했으니, 우린 운 나쁘게 강팀을 만나 초반 탈락 거라고 농담 섞인 위로를 나누며 짐을 싸는 기분은 참 씁쓸했다.


상대가 강한 팀이긴 했지만 적어도 선봉은 내가 못 이길만한 실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상대가 강팀이라는 것에 내 몸이 굳었던 것일까. 연습했던 기술은 도무지 나오질 않고, 몸이 점벙점벙 뛰어 들어가다 보니 전혀 위협적이지도 않은 게 느껴졌다. 그러다 또 매번 당하던 기술에 손목을 맞고 나오는 느낌은 처참했다. 오히려 이기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던 주장전을 우리 팀 주장이 잡아내는 것을 보면서 정말 쥐구멍이란 게 있다면 기어 들어가고 싶었다. 내가 비겨주기라도 했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그런 승부였으니까. 그렇게 난 또 한 번 패배의 기록을 새기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시합을 위해 주말을 잊고 전국에서 모여든 검도인들

사실 나에겐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게 익숙한 일이다. 대학 시절부터 단체전 입상은 거의 해본 적이 없고, 늘 주변의 승리를 부러워하며 운동을 해왔으니까. 이번엔 그래도 좀 다를 거라며 시합 준비에 열을 올려봤지만 또다시 초반 탈락하고 나오면서 문득 두려워졌다. 패배가 점점 습관이 되어 버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난 지는 게 당연한 사람인 걸까...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해 독하게 덤벼본 적도 없고, 누군가를 반드시 따라잡고 넘어서겠다는 승부욕도 없는 사람이 승리를 원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난센스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허무하게 매번 고꾸라지는 게 맞는 것인지를 생각하면 억울하기도 했다. 나도 사람이니까.


생각해 보면 지금껏 살아오면서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의 자리 혹은 최상위 그룹에 속해본 적은 거의 없었. 그저 무난한 사람, 중간 정도는 하지만 탁월하다기엔 부족한 그런 존재였다고 해야 할까. 싸우기도 싫고, 경쟁은 더 싫은... 그래서 적당히 남에게 뒤처지지 않는 정도로 무언가 임해온 삶의 궤적이 앞으로의 내 인생에 과연 긍정적인 것인지 모르겠다.


꾸준히 하는 것엔 자신이 있는 편이고,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 언젠간 무엇이라도 성취를 한다는 말을 믿는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게 꼭 최고의 위치에 오른다는 말은 아니지 않을까. 세상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에 수반하여 미친 듯이 노력까지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넘어서긴 어려울 테니까. 그리고... 내가 그렇게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죽도를 잡고 호구를 쓰고 운동을 했는지 장담할 수 있을까. 그것을 솔직하게 돌아볼 계기가 됐다는 게 이번 시합의 유일한 소득이 아니었나 싶다.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 는 우스갯소리처럼 이렇게 지다가 언젠간 한 번 정도는 이길 날이 오겠지. 다만 스스로 패배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지면 화도 낼 줄 알고 분발도 해보고 싶다. 지금처럼 '다음에 더 잘하면 되지~' 라며 허허 웃는 그런 사람 말고. 늘 겪는 패배와 탈락이었지만 이번 건은 마음이 상하고 힘이 많이 빠졌다는 것이 이번 대회의 소감이다. 함께 뛰었던 멤버들... 미안하고 고생했습니다. 다음엔 제대로 해보자구요!


다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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