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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Mar 02. 2024

괴물은 누굴까...

우리 모두에게 던져진 아픈 질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을 보았다. 두 번째 관람이다. 첫 관람 전 이미 대단한 영화라는 소문을 들었지만 그 이상의 내용은 듣지 않기 위해서 무던히도 애를 썼고, 그게 정말 잘한 선택이란 것에 스스로 흐뭇해했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영화 내용에 대한 설명은 할 생각이 없다. 만약 이 작품을 보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지금이라도 개봉 영화관을 찾아 빨리 예매를 하고, 관람 전까지는 영화 내용에 대한 어떤 정보도 차단하실 것을 추천드린다. 하나만 귀띔드린다면... 그냥 '좋다' 라는 표현만으로는 형언이 안 되는 훌륭한 작품이라는 것.

(아무래도 제 소감을 말하려면 영화 내용이 언급이 안 될 수는 없으니... 아직 안 보신 분은 아래 절취선 내용은 나중에 봐주셔도 됩니다. 하지만 스포는 하지 않을께요)




영화 속 주인공인 미나토와 요리가 반복해서 던지는 '괴물은 누구게?' 라는 말은 이 영화를 관통하여 관객들에게 던지는 아픈 질문이다. 괴물이 누구인지, 아니 괴물이 진짜 있기나 한 건지 그 아이들도, 영화를 보는 우리도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체가 있는지도 모를 괴물을 있다고 상정하고, 그 괴물이 누군지를 찾아내려 하는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늘 있기 마련이다. 사실 관계가 뭔지는 중요하지 않고, 일단 괴물이 있다고 하니 만들어서라도 누군가를 괴물로 만들어야 하는 이들이 만들어 내는 비극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이 영화에 대한 수많은 해석이 있겠지만 영화를 보며 내가 느낀 괴물은 특정한 존재를 지칭함이 아닌 누군가에 대한 근거 없는 의심과 비난이라는 사람들의 군중심리였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자부하고, 그렇게 생긴 선입견을 통해 어떤 이를 괴물이라고 단정하며 몰아가는 그 마음 하나하나가 진짜 괴물이 아닐까. 내가 영화를 보는 내내 혼란스러워하다가 세 편의 에피소드를 전부 본 후에야 비로소 맥이 탁 풀려버린 이유도 그랬다. 우리로 하여금 '그래서 대체 괴물이 뭔데' 라는 궁금증을 일으켰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모든 이야기를 다 본 후에야 퍼즐이 맞춰진 것처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침묵 속에 자리를 뜨지 못했던 것도, 각자가 영화를 보며 가지게 된 어떤 무거운 감정 때문이 아니었을지.


일상에서, 술자리에서, 언론을 통해서 우리는 '타인' 에 대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말하고 듣는다. 문제는 그걸 말하고 듣는 우리가 정작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어떤 이의 외양과 이미지, 평판 등 파편적인 정보만을 습득한 후 마치 한 인간을 다 파악했다는 양 평가를 한다. 그리고 그 평가의 대부분은 비난과 조롱이다. 사람은 원래 타인의 안 좋은 면에 주목하고 나보다 못한 면을 찾아내며 쾌감을 느끼는 존재니까. 나 역시도 소위 '뒷담화' 란 것을 즐기며 시시덕거리는 못난 사람이지만, 이제 와서 돌이켜보면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 중에는 틀린 사실이 참 많았다. 그런 잘못된 결론을 가지고 사람을 재단한다는 것은 너무나 무서운 일이 아닐까. 그 평가 주체가 한 개인이 아닌 다수라고 한다면 그건 공포란 말 밖에는 표현이 안될 것 같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던 유명인들이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고립되어 괴로워하다 결국 비극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도, 결국 사람들이 만들어낸 저 괴물의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닐까. 나를 알지만 정작 나는 모르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에 대한 거짓된 이야기들을 듣고 일제히 나를 손가락질할 때의 공포심이란 것은 대체 어느 정도의 크기일까. 그걸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기는 한 걸까. 그렇게 학교에서, 직장에서, 대중매체에서 저 괴물에게 잡아먹히는 이들이 늘어가는 현실은 끔찍한 비극이다. 이 영화가 그토록 아프게 마음을 찌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 글 표지 사진에 담긴, 미나토와 요리가 환하게 웃으며 뛰어가는 영화 말미의 장면은 역설적으로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났다. 괴물 없는 세상에서 모두가 저 두 아이들처럼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특히... 이젠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그분들이 하늘에서는 편안함에 이르시길 진심으로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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