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아웃백스테이크를 가면 투움바파스타를 주문하는 게 국룰처럼 되었다. 마치 한 때 호황을 누리던 베니건스에서는 일단 '몬테크리스토' 를 시켜야 했던 것처럼, 아웃백에서도 투움바파스타는 이런저런 메뉴 조합을 하면서도 결코 빠지지 않는다. 진한 크림향이 잔뜩 배인 널찍한 페투치네면을 한입 가득 넣었을 때의 그 포만감은, 먹고 난 후엔 다소 느끼하다고 느껴짐에도 다음에 올 땐 다시 찾게 되는 마성의 매력을 지녔다.
난 파스타 이름인 투움바가 어딘가에 있는 지명에서 유래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호주에 투움바라는 도시가 있어 그곳 전통의 파스타 레시피를 가져온 건가 생각했지만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중국집 짜장면이 실상은 중국 전통음식이 아닌 거랑 마찬가지인 셈이지만 뭐... 맛있으면 된 거 아닌가? 오히려 모르고 먹는 게 더 나을 때가 있는 법이다. 먹으면서 잠시나마 외국 어느 도시에 가서 현지 음식을 먹는 기분을 아주 잠시라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어딘가.ㅎ
전에도 말했지만 이름이 다소 생소하거나 어려운 음식일수록 레시피는 의외로 쉽다. 이름이 주는 위압감에 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투움바 지역 특유의 레시피와 재료를 써야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이 음식은 투움바 지역에선 먹지 않는 메뉴니까. 버터와 올리브유에 마늘과 새우를 볶고, 버섯과 치킨스톡 등을 넣어서 또 볶고, 생크림과 우유를 붓고 끓인 후에 취향에 따라 치즈 등을 넣으면 얼추 완성이다. 파슬리나 파프리카 가루 등의 향신료는 있으면 좋고 아님 어쩔 수 없고.
네... 어렵지 않습니다^^
학원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레시피는 늘 좋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요리가 반드시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신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가 식당을 운영하고 누군가에게 돈을 받고 파는 요리라면 당연히 완벽을 기해야겠지만, 그냥 나와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먹을 거라면 완벽을 위해 스트레스를 받을 시간에 차라리 살짝 어설프더라도 후딱 만든 후에 맛있게 먹으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게 더 낫지 않겠는가. 투움바파스타란 무릇 광활한 페투치네면을 넣어야 하지만 링귀니를 넣어서 해보니 오히려 면이 쫄깃하고 양념이 잘 배서 더 좋았다. 양송이버섯을 사려는데 비싸기도 하고 남은 건 버릴게 뻔해서 냉장고에 있던 표고버섯을 넣었는데 전혀 손색이 없었고. 평소에 쓰지 않던 치킨스톡을 써보니 제법 식당 음식의 그 맛이 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 이번 요리의 성과랄까.(많이 넣으면 짭니다...;;;)
내가 요리를 배우고 만드는 이유는 오로지 즐겁기 위해서다. 식당을 차릴 것도 아니고 류수영 배우처럼 사람들에게 자기 특유의 레시피를 친절하고 쉽게 알려줄 깜냥도 없지만, 그냥 내가 만족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음식 하나 뚝딱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다. 모르던 것들을 하나하나 알게 된다는 재미, 나도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하는 보람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이렇게 서툰 요리를 하나씩 하면서 느끼게 된다. 점점 함께 놀 사람도 줄어들고, 생활의 재미를 잃어가는 와중에 알게 된 부엌 생활 덕분에 나와 노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서 좋다. 결론은...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