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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dioholic Aug 20. 2024

그저 고추장찌개라고 말하기엔 서운한...

찌개의 종합선물세트, 돼지고기 고추장찌개

보통 찌개라는 음식을 정의하는 것은 그 찌개란 단어 앞에 붙는 재료 명칭이다. 된장찌개라면 당연히 된장이 베이스가 될 테고, 김치찌개 역시 김치가 그 음식의 시그니처가 된다. 하지만 내가 지금도 선뜻 이해를 못 하는 건 과연 고추장찌개의 핵심이 과연 '고추장' 이냐는 것이다. 난 고추장찌개를 상당히 좋아하는 편임에도, 찌개에 담긴 그 고추장 맛이 좋아서 먹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고추장찌개에는 상당히 많은 재료가 투입된다. 돼지고기는 물론 애호박, 버섯, 감자, 고추, 두부, 대파, 건새우 등등.(이건 내가 만든 레시피 기준이다) 그저 고추장찌개라는 말로 표현하기엔 사실 찌개를 구성할 수 있는 모든 재료가 총동원되는, 그야말로 찌개계(界)의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그래서 사실 이 메뉴를 그냥 고추장찌개라고 하기엔, 다른 재료들이 사뭇 서운해할 만한 일인지 모른다.


학원에서 고추장찌개를 배운다고 했을 때 '오늘은 꽤 간단하겠군' 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수업시간 내내 몹시 분주했다. 물론 내 손이 느린 탓도 있고, 다른 메뉴와 함께 배우기도 했지만 재료가 예상외로 많다 보니 생각보다 신경 쓸게 많았기 때문이리라. 늘 얘기하지만 이름이 생소한 요리일수록 간단하고, 우리가 평상시 먹는 음식일수록 어렵다는 것을 여기서도 느꼈다. 레시피야 뭐 재료를 손질하고, 육수를 내고, 손질한 재료를 육수에 투하한 뒤 양념을 내는 과정이지만, 그 재료들을 다듬고 재료마다의 특성에 따라 언제 넣을지를 결정하는 건 나름의 고민이 필요한 일이었다.


고추장은 부각되지 않는 고추장찌개

사실 쉽게 만들고 그럭저럭 맛을 내어 먹을 수도 있는 메뉴지만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 숨은 재료들, 즉 메인인 돼지고기나 고추장만이 아닌 새우젓이나 건새우, 청주, 청양고추 등의 조력을 받으며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음식이 날개를 단다. 요리를 종합예술이라고 일컫는 것도 그런 보이지 않는 섬세한 요소들이 음식 곳곳에 스며들어  우리의 미각에 더 큰 즐거움을 주는 조화로움 때문은 아닐까.




우리가 배고프다고 보채면 엄마가 뚝딱 만들어주셨던 고추장찌개가 사실은 참 많은 손길과 정성을 담고 있었던 고급 음식이었음을 이렇게 깨닫는다. 나 역시 학원에서 배운 이 메뉴를 어느 주말 저녁에 손과 몸을 바삐 움직이며 만들고 와이프가 먹는 모습을 보며 괜스레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으니까. 정성과 사랑이 담긴 요리는 비록 투박하고 서툴더라도 누군가에겐 추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며. 이번에도 잘 먹었습니다.


종합예술찌개라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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