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요즘 살기 참 힘들다는 말을 한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고. 그런데 뭐랄까... 그렇게 힘들었던 와중에도 요즘처럼 신이 나질 않고 좋은 소식이 어쩜 이렇게 하나도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시기는 정말 처음인 것 같다. 뉴스를 틀어도 온통 화가 나는 기사들 뿐이고, 마트에 가서 과일 매대에 붙은 가격표를 볼 때마다 치솟는 물가에 입이 떡 벌어진다. 퇴근 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볍게 소주에 삼겹살을 먹는 건 이젠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20~30대라는 불안정한 시기를 지나 40대라는 기성세대에 편입된 입장에서, (우리가 소위 'MZ'라 통칭하는) 젊은 층을 바라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들이 정상적인 경로로 좋은 삶을 살기엔 너무 가혹하고 힘겨운 사회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근로소득만으로는 결혼과 육아, 집이라는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음에도, 이 사회는 청년들이 결혼 안 하고 애를 안 낳는 세태에 혀를 차며 대출받아 집을 사라는 충고를 한다. 거기 소요되는 비용을 마치 자신들이 갚아줄 것처럼.
5년 전 어느 날... 그러니까 내가 마흔을 목전에 두고 사는 게 쉽지 않다는 이유로 한창 술을 마시고 다니던 그 시절, 어떤 이유에서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맥주 뚜껑 속 'cheers!' 라는 단어에 뭔가 울컥하는 위안을 받으며 사진을 찍었다. 사람이 힘든 때에는 저런 사소한 것 하나에도 눈물 나는 위로를 얻을 때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젊은 친구들에게 힘내라며 저런 짧은 응원이라도 해주는 어른들이 얼마나 있을까. 요즘 애들은 소위 '워라밸', '갓생' 이나 추구하며 지들밖에 모른다고 손가락질하는 가짜 어른들이 그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준다.
병뚜껑만도 못한 어른들이 참 많다
나의 내일이 오늘보다 낫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사는 세대에게 희망이란 게 있을까. 인구 구조가 점점 역피라미드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앞으로 나이 든 세대를 부양할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지금의 어른들이 최소한의 부채 의식은 가져야 하는 게 아닌지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뉴스를 보며, 시장에 가며 느끼는 힘겨움의 몇 배의 고통을 젊은 세대들이 느끼고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세상을 만든 건 결국 어른 세대라는 걸 그들보다 좀 더 많은 시간을 살아온 우리들은 언제쯤 자각을 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 하기 참 미안하지만 젊은 친구들이 어디서라도 힘을 낼 수 있는 계기를 찾기를. 그게 갓생이어도 좋고, 꼰대들에 대한 비난이어도 좋으니 오늘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어디선가는 얻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지금의 힘겨움이 결코 당신들 때문은 아니라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