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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진혁 Apr 26. 2022

NFT는 예술가들에게 희망일까

NFT는 예술가들에게 희망일까

미국에서 시작된 NTF 가상자산 열풍이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작가가 작품을 직접 거래하고 투자할 수 있는 NFT는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웹소설로 돈 벌려면 어떻게 해야해? 극작가로 활동 중인 지인이 물었다. 그는 꾸준히 희곡을 무대에 올리고 있는 소위 잘 풀린 현역 작가다. 지금 그의 화두는 예술하며 굶어죽지 않는 방법이다. 연극은 표값 보다는 정부의 정책지원금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무대 공연을 세울 수 없어지면서 그 사례가 더 늘었다는 것이다. 글쓰기가 유일한 기술인 그는 최근 로맨스 웹소설 창작 수업을 들었다. 그는 웹소설이 돈 되는 시장이라는 소리를 듣고 연극무대에서 디지털 문단으로 옮겨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만일 그가 그림을 조금 그릴 줄 안다면, 사진이나 음악을 취미로 만들 수 있다면 NFT 시장을 제안했을 것이다. 2021년 암호화폐 시장에선 작가와 창작이 새로운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NFT 시장에선 누구나 자신의 창작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다. 


대체불가능한 코인 NFT

NFT(non-fungible token)는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암호화폐다. 기존 암호화폐와의 차이는 고유한 인식 값이 부여된다는 것. NFT마다 다른 인식 값을 갖기에 모든 NFT는 제각기 다르다. 가치를 따지자면 비트코인은 개당 가격이 모두 동일하지만 NFT는 개당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NFT는 가치가 다르기에 다른 NFT로 대체할 수 없다. 대체불가능한 NFT의 소유권을 구매하고, 소유한 NFT의 가치가 상승했을 때 소유권을 되팔아 시세차익을 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투자라는 측면에서 암호화폐 시장이나 주식시장과 거래 양상은 비슷하지만, 비트코인이 채굴로 생성되는 것이라면 NFT는 사용자가 직접 만든 콘텐츠라는 점. 그리고 그 콘텐츠의 소유권을 거래한다는 점에서 미술품 경매와 더 가깝다. 


NFT 거래에 주로 사용되는 블록체인은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 기반의 NFT를 사용하면 온라인의 무엇이든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 수 있다. 야구 카드나 포켓몬 카드가 될 수도 있고, 게임 아이템도 NFT로 만들 수 있다. 발 빠른 블록체인 게임은 사용자가 게임 아이템을 NFT로 변환해 소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메타버스에서는 맵의 특정영역을 NFT로 바꿔 소유한 다음 다른 사용자에게 임대나 거래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상세계에서의 부동산 임대업인 셈이다. 하지만 현재 NFT가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영역은 디지털 아트다.


디지털 아트 시장이라는 게 있었나? 디지털 아트로 돈을 벌려면 갤러리에 전시하거나 셔터스톡과 같은 기업에 판매하는 게 전부였을 것이다. 혹은 영상이나 음원을 스트리밍 플랫폼에 올리고 광고료를 받는 것을 수익 모델이라 불러도 되겠고. 내가 만든 콘텐츠(디지털 아트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수준의 것)을 타인에게 판매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었다. 그걸 왜 사겠나? 인터넷에서 누구나 복사해 사용하는 밈이나 영상, 음원 등 디지털 아트는 자산으로서 가치가 부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가치를 지닌다. 커뮤니티에 내 프로필 이미지로 쓸려고 그린 그림,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려고 올린 괴상한 비디오, 내가 만들어본 새로운 밈, 친구들이 좋아해서 그려본 낙서들도 NFT로 거래되는 디지털 아트 시장에선 가치를 지닌다. 전통 아트신에서 볼 수 없었던 수준 낮은 이미지들도 NFT 시장에서는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해당 작품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기준이 다른 것은 이제 막 개장한 시장이기 때문이고, 여기서 거래되는 작품의 가치는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들의 선호에 의해서 결정된다. 제 아무리 위대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인기가 없으면 가치도 낮다. NFT 디지털 아트 시장의 초기 인기작품들은 귀여운 이미지들이 대부분이었다. 귀여운 건 언제나 인기가 많다. 


이쯤에서 NFT의 초기 시장을 잠깐 거론해봐야 겠다. NFT는 2017년 처음 시작됐고, 초기 NFT를 이끈 콘텐츠는 크립토펑크(CryptoPunks)와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다. 크립토펑크는 1만여 캐릭터의 얼굴을 8비트 스타일로 표현한 그림이다. ‘프사’에나 쓸법한 아주 단순한 8비트 그림이다. 크립토키티는 그 보다 정성스럽다. 아주 귀여운 고양이 그림이다. 옷을 입었거나 마법사처럼 마술봉을 든 고양이 그림도 있다. 초기에는 무료로 배포되던 그림이었으나 NFT 시장이 확장되며 가치가 높아졌다. 크립토키티는 10만 달러 이상, 크립토펑크는 1백만달러에 판매된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에 쓸법한 고양이 그림이 1억원이 넘는다고 하니, NFT 시장이 얼마나 과열되었는지 짐작될거다. 하지만 NFT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됐다. 


세계 최대 NFT 거래 사이트 오픈시(opensea.io)에서는 실시간으로 새로운 작품들이 빠르게 거래된다. 사용자들이 직접 만든 자신의 창작물을 NFT로 등록해 경매에 올리는 등 활발한 거래가 펼쳐지고 있다. 여느 아트가 그렇듯 여기서도 멋진 작품이 있는가하면 괴상한 것도 있고, AI를 활용한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이 적용된 작품도 있고, 손으로 대충 그린 것 같은 작품도 있다. 그 작품의 가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바에 따라 결정된다. 유명인의 작품은 잠재적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어 가격이 급격히 오른다. 


NFT 시장은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3년 전 NFT 시장의 가치는 약 4,2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 2020년에는 3억 3,800만 달러의 가치를 기록했다. 2021년 3월 현재 그 가치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월까지의 NFT 판매량은 지난 해 전체 판매량의 5배인 15만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NFT의 가치는 급상승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이 만든 10초짜리 비디오 클립의 NFT는 660만 달러에 거래되었다. 일론 머스크의 아내이자 뮤지션인 그라임스의 디지털 그림 ‘워 님프(War Nymph)’ 10점의 NFT는 온라인 경매 시작 20분 만에 모두 580만 달러에 판매됐고, 미국의 유튜브 스타 로건 폴이 포켓몬 스타일로 그린 이미지는 500만 달러에 판매됐다. 더 황당한 작품도 있다. 트위터 CEO 잭 도시가 NFT 경매에 붙인 ‘트위터 계정 만드는 중’이라는 한 줄짜리 트윗은 250만 달러에 판매됐다. 유명인의 작품일수록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건 일반 미술시장과 비슷하다. 희소성과 유일성의 가치는 NFT를 이끄는 주요 동력이다. 


판매자는 작품만 팔고 끝이 아니다. 작품의 소유권이 바뀔 때 마다, 구매자들이 거래를 이어갈 때 마다 일정 수수료가 창작자에게 주어진다. 해당 작품의 가치가 높을수록 수수료도 높아진다. 자신의 팬을 거느린 사람일수록 그러니까 인터넷에서 유명하거나 팔로어가 많거나, 인플루언서라면 작품이 후한 가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기존 아트마켓과 달라

작가가 갤러리에 작품을 전시하고, 구매자는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구매한다. 유명 갤러리나 수완 좋은 갤러리스트를 만났거나, 평론가의 호평, 수상경력이라도 있다면 거래에 조금 더 유리할 것이다. 작가가 외부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전통 아트마켓의 거래 방식이다. 하지만 NFT 시장은 다르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시장에 내놓고 판매한다. 작가와 구매자가 1대 1로 거래를 체결할 수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가 달라지는 것이다. 플랫폼에 의지하지 않고도 거래가 가능하다. 


NFT로 작품을 판매하려면 작가는 먼저 작품을 NFT로 생성해야 한다. JPG도 좋고 GIF도 좋고 영상도 좋다. 그 다음 NFT 거래 사이트에 작품을 등록한다. 경매를 지원하는 사이트에 올려 경매에 붙일 수도 있다. 하지만 NFT 시장은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다양한 작품들이 쉼 없이 올라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NFT 시장에서 작품을 고르는 것은 마치 해변에 앉아 밀려오는 파도를 보는 것과 같다. 내 작품은 파도에 섞인 물거품과 같아서 주목 받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 번 거래가 성사되면 작가는 빠르고 정확하며 투명한 작품 거래를 경험하게 된다. 이는 블록체인의 특징이기도 하다. 작품이 판매되면, 작품에는 소유권이 창작자에게서 구매자에게로 이전되었다고 기록된다. 구매자가 작품을 언제 얼마를 주고 구입했는지, 또 누가 소유했었는지 등 작품에 거래내역이 정확히 새겨진다. 그리고 이 내역은 누구나 볼 수 있다. 그 어떤 오프라인 거래에서도 이 정도로 투명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거래대금이 즉시 이루어지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일 것이다. 소유자가 작품을 되팔면 재판매 가격의 약 10% 정도의 수수료가 작가에게 입금되는 것도 기대 이상의 보너스다. 물론 작품이 판매된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ARENA HOMME+ 20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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