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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진혁 Apr 27. 2022

결혼 훈수

예신들에게 전하는 기혼자의 주례사 같은 훈수. 

내가 찍었음. ⓒ 조진혁


저 사람이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 안되겠지. 사람 마음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강물처럼 흐르는 것이고 손에 거머쥘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당사자도 자기 마음이 어디로 흐를지 모른다. 상황과 선택. 그것만이 우리가 보듬을 수 있는 영역이다. 상대가 처한 상황을 인지하면, 그가 내린 선택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때로는 납득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거다. 몰라서 그렇다. 그가 살아온 궤적을 몰라서 그렇다. 남이면 몰라도 되지만 결혼할 예비 배우자라면 어떻게 살아왔는지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아는 편이 좋다. 그래야 배우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고, 배우자의 성정을 받아들 수 있다. 


결혼 준비를 하다보면 한 번쯤 다투게 된다. 뭐 여러 번 다투기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서로 상처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날 세우기 전에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한 숨을 고르기를 한다거나 걸으면서 대화를 나눈다거나. 긴장을 완화시키는 물리적인 방법들은 얼마든지 있다. 화가 날수록 여유를 가져야 한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다르면 다른 거다. 누군가는 양보해야 한다면 먼저 양보하는 편이 낫다. 상대가 원한다면 내가 포기하겠다고 말하면 된다. 평생을 함께할 정도로 서로를 아낀다면, 고마움을 느낄 것이고, 고마움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결혼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배우자에게 다정하게 말하고, 먹을 것과 잘 곳을 마련하는 것,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다. 사랑하고 아끼기에 돕는 것이다. 가족을 사랑하고 아낀다면 도움 받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 결혼 자금을 내어준다는 부모님의 말에 고민하고 갈등해야 한다. 도움 받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하고, 시도할 수 있는 것들을 해봐야 한다. 그럼에도 방법이 없다면, 손을 내밀어야 한다. 적어도 가족에게는 미안함과 감사함을 가져야 한다. 나의 결혼이고, 나의 새 출발이다. 가족의 희생을 기반 삼아 시작하는 삶이라면 떳떳하기 어렵다. 부모님이라는 울타리가 확장된 것일 뿐, 독립된 가정을 이뤘다고 자부하지 못 할 거다. 부채는 되갚아야 하는 것이고, 빚은 사람을 조급하게 만든다. 


한 집에 살면 부딪힐 일이 생긴다. 변기 커버 올리고 내리는 것처럼 습관차이가 다툼이 될 때도 있다. 살림을 군대에서 업무 분담하듯 나누는 경우도 있고, 수입을 누가 관리할지 정하기도 한다. 옳은 것은 없다. 부부의 성격, 생활방식, 가치관에 따라 정해야 한다. 그 보다 먼저 정해야 할 것은 가치관이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 부부는 삶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가. 우선순위를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가치가 생활의 기준이 되며, 나아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많은 문제들 앞에서 갈등을 줄여주는 역할도 할 것이다.


부부는 서로를 위해 살아야 한다. 남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이 사람은 이 사람이다. 세상에 한 명뿐이다. 남들처럼 돈을 잘 벌기를, 남들처럼 다정한 사람이기를 바라서는 안 된다. 비교는 불행으로 이어진다. 사람은 바뀌지 않으며, 마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배우자는 본인의 선택이다. 부족한 점이 있다면 메워주면 된다. 아쉽다면 다른 면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서로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말자. 아껴주기에도 부족한 세월이다. 



마리끌레르 웨딩 20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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