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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Nov 13. 2021

나를 웃게 하려 쓴다

1. 월동 준비로 지하실에 놓을 라디에이터를 샀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연통이 있는 난로를 들여놓고 싶었으나 군고구마 한번 구워 먹겠다고 큰일을 또 저지르고 말 것 같아서 처음부터 전기 라디에이터를 찾았어요. 그런데 이놈의 물건 사는 일은 왜 갈수록 이리 어려운지, 이것저것 비교해 보다 노안이 올 지경이었습니다. 아무튼 할인의 노예가 되어, 코스트코 특별 할인 상품으로 냉큼 구입했습니다. 게다가 무연, 무취, 무소음이라는 말이 어딘가 그럴듯해 보이더군요.


2. "나도 사는 일에 어지간히 진력이 난 것 같다. 그러나 이 짓이라도 안 하면 이 지루한 일상을 어찌 견디랴. 웃을 일이 없어서 내가 나를 웃기려고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노년의 박완서 선생의 글에 또 한 번 웃고 또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글 쓰기 행위가 사실은 고독한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일이라는 것, 자신을 위한 위로와 농담이라는 고백이 저에게도 위로가 되었어요. 그래서 정말 이게 뭔지, 소설인지 일기인지 에세인지 뭔지 모르는 것들을 스스로 끄적거리게 한다는 걸 말이죠.   


3. 피디저널에 연재하던 걸 소설로 각색해본 <사라진 소리들이 가는 세상>이 오디오 윌라 오디오북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저를 아는 분들에게는 제 이야기일 테고 모르는 분들에게는 소설 같은 그런 이야기일 겁니다. 방송국을 그만두며 멈춰버린 저의 소리 채집 작업을 어떻게든 마무리하고 싶어서 쓴 글이거든요.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진 소리들이 우주 어딘가에라도 아직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봤어요. 글을 쓰며 저에게 위로가 되었 듯, 들으시는 분들에게도 잠시 일상을 견디는 이야기였으면 합니다.


4. 글을 읽는 게 아니라 듣는 건 또 어떤 걸까 싶어 저도 어제 오디오북을 들어봤어요. 낭독해주신 성우분이 애니메이션과 그쪽 분야의 탁월한 분이라고 하시던데, 정말 마치 명랑 만화를 듣는 것 같았습니다. 아쉬운 건 역시 소리인데, 그동안 제가 채집한 소리들은 저작권 문제로 오디오북에 함께 실을 수 없었어요. 이 글이 오디오북으로 나오면 좋겠다 싶었던 이유도 사실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이었는데, 그러지 못해 몹시 아쉽습니다. 하지만 아쉬움은 저만의 것은 아니겠죠. 고생한 윌라 오디오북 제작팀에게도 기회를 빌어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5. 하루하루 겨울이 다가오는  느껴집니다. 뭐라도 끄적거려야  텐데 요즘엔 도통 뭔가 써지지 않더군요. 멈춘 소리 채집도 다시 시작해야  텐데  되진 않네요. 대신 요즘 자전거 타는 일에 재미를 붙였는데, 춘천까지 타고 가서 막국수를 먹고 오는  목표로 삼았어요. 모든 일이 목표까지 다가설  없겠지만 아니면 , 뭐라도 되겠죠. 모두 지치지 않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https://www.welaaa.com/audio/detail?audioId=9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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