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욕 트러블 下

by 봉봉

"오래 살 집을 원하세요? 아니면 몇 년 살다 이사할 계획이세요?"


정신을 차려보니 화가 났다. 욕조에 금이 간 것도 당황스러운 일이었는데 벽을 뜯어보니 그 모양이라는 것에 더 어이가 없었다. 애당초 공사가 잘 못 된 거였다. 석고보드를 욕실 벽으로 쓰다니. 들어보니 상식 이하의 공사였다. 오래 살 테니 겉모양보다 튼튼한 집이 더 중요하다고 그렇게 얘기했건만. 그렇다고 4년이나 지난 마당에 이제와서 건축 시공사에 따져 물을 수도 없었다.


욕실 방수를 위해서는 석고보드로 되어 있는 벽 앞에 벽돌을 쌓고 방수를 해야 했다. 하지만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벽돌을 한 줄로 천장까지 높여야 하는데 하루 만에 끝날 일이 아니라는 거였다. 그리고 난 뒤에 몰탈을 하고 방수하고 타일을 붙여야 했다. 일명 떠발이 공사. 그러면 청장도 다시 해야 하고 결국 욕실을 전부 공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당연히 비용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고. 아니면 뜯어낸 곳만이라도 벽돌을 두르고 미장을 하거나. 하지만 그것도 금방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또 그만큼 욕실 크기는 줄어드는 거였다. 예상치 못한 일로 정신줄을 놓아버린 우리에게 사장님이 이런 제안을 해오셨다.


"그렇게 하는 게 정석이긴 한데 지금 벽돌 쌓는 사람을 당장 데려올 수도 없고 그냥 뜯어낸 곳만 미장을 하고 방수하는 걸로 하시죠. 그렇게 해도 몇 년은 더 쓸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5년 뒤쯤 욕실을 전부 리모델링하세요. 변기도 그렇고 한 10년 쓰고 나면 수전도 또 바꾸고 싶을 테니까."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이라도 공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 맞을까. 일부분이라도 벽돌을 쌓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사장님 말대로 일단 몇 년은 더 쓸 수 있게 하고 나중에 다 뜯어고쳐야 할까. 그런데 그건 또 이중으로 돈이 드는 것이 아닐까. 일손을 놓고 기다리는 상황이라 당장 결정을 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사장님의 제안을 따르기로 했다. 결정을 하고 나서도 뭐가 맞는 건지 얼떨떨하고 찜찜했다.


그러고 보니 애당초 욕조 철거만 할 것이 아니라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까지 의논을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벽돌로 욕조를 만들거나 매립형 욕조를 조적하여 넣는 방안이라든 그것도 아니면 욕실 용품을 놓을 수 있는 멋스러운 선반 공사를 이참에 한다든가 하는. 그런 것까지 고치는 걸로 공사를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그럼에도 갑자기 등장한 석고보드 앞에서 동공이 흔들렸겠지만. 공사를 너무 성급하게 시작했구나 하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마땅한 스탠드 욕조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예쁘면 비싸고 싼 건 마음에 안 들었다. 게다가 좁은 화장실 문을 통과할 수 있는 크기여야 했는데 그런 것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럴 거면 그냥 반신욕기를 둬야 할까. 아내는 다시 울상이 되었고 욕실 벽은 통곡의 벽이 되었다.


첫날 욕조를 철거하고 미장 방수처리를 했다. 다음날 아침 사장님이 와서 고뫄스라는 검은색 방수액을 칠하고 번개처럼 사라졌다. 2차 방수라 했다. 그리고 다음날 타일을 붙이고 공사는 마무리되었다. 기존 바닥 타일이 있던 곳은 일명 '덧방'을 했다. 덕분에 욕실 높이가 못해도 3센티는 올라가게 되었고 그에 따라 수전 높이도 올라가게 되었다.


그 과정을 나는 곁에서 대부분 지켜보았다. 공사비의 대부분은 결국 인건비이다. 앞으로 어떤 집수리가 우리를 또 기다릴지 모를 테니 공사를 어떻게 하는지 곁눈질이라도 배우는 게 좋을 듯해서였다. 게다가 타일 기술자가 고소득이라는 말을 어디서 들은 바 있어, 이참에 타일 기술을 좀 배우면 어떨까 싶은 망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왜 기술자로 불리는지 금방 알 수 있었다. 이렇게 한 번 본다고 다음에 내가 할 수 있을 거 같지 않았다.


공사가 끝난 욕실을 아내와 함께 바라보았다. 땜질한 벽타일도 마음에 안 들고 새로 한 바닥도 마음에 안 든다. 게다가 욕조도 사라졌다. 샤워를 하면서도 혹시 벽으로 물이 샐까 걱정까지 하며 살아야 한다. 공사를 마치고 가며 이래저래 해서 20만 원은 더 줘야 한다는 사장님의 갑작스러운 요구가 있었다. 게다가 타일 비용은 또 우리가 별도로 부담하는 거라고. 그로서는 합당한 요구였을 테지만 어쩐지 갈취당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 미리 이야기를 하던가. 견적서를 받아 둘걸 아차싶었다. 결국 돈은 돈 대로 들이고 마음에 드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냥 욕실을 다 고칠 걸 그랬나. 그건 또 아니지 않나. 시간도 없는데. 마땅한 욕조를 찾으면 좀 나아지려나. 그런데 왜 하수구 구멍을 또 막자고 했을까. 욕조가 있던 자리만 한참을 바라보았다. 아! 이럴 때 반신욕을 하며 마음의 평온을 찾아야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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