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 지역에도 삶은 있다

by 봉봉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사라질까 봐 걱정하는 일이 많다. 살다 보니 어째 그런 일들이 잦다. 아마도 소멸하는 것들에 더 애정을 느끼는 성향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간 해온 라디오 일도 그렇다. 방송도 결국 소멸하고 말 전파를 허공에 쏘는 일이었다. 아름다운 소리를 찾아 섬을 녹음하러 돌아다니던 일도 돌이켜보니 이런 소멸에 대한 안타까움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러고 보니 요절한 작가나 가수를 좋아한 일도 이런 성향이었던 겉 같다. 엘리엇 스미스, 제프 버클리, 김현식, 기형도, 카프카 같은 이들이 좋았고 또 이들을 사랑했던 친구들이 나의 세계에서 사라질까 걱정했다.


요즘에도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없어질까 걱정인데, 인천의 유일한 독립영화관이 문 닫을까 봐 개관 때부터 걱정을 했다. 또 좋아하는 밴드가 사라질까 봐 걱정, 연로한 사장님이 칼국수 장사를 접을까 걱정, 이상했지만 개성 있던 책방이 사라질까 걱정, 애용하진 않지만 나름 품위를 지킨 가게들이 폐업할까 또 걱정이다. 마이너한 성향 탓인지 위태로운 것들에 더 끌리는 것인지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대체로 맘 놓고 살 수 없는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사한 동네마저 사라질까 봐 걱정해야 할 일이 생겼다. 몇 해 전 큰 맘먹고 주택으로 이사한 우리 동네가 '소멸위기 지역'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소멸위기 지역이라고? 여보, 그게 뭐야? 동네가 없어져?"

"그러게. 잘은 모르겠는데 이사는 안 오고 나가는 사람은 많아서 사라질 수도 있다... 뭐 그런 건가 봐."

"맙소사. 기사에까지 날 정도면 심각한 거 아닌가."


인터넷에 찾아보니 소멸 위험 지역은 인구 소멸 위험을 말하는 것으로, 저출산 노령화로 지자체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그동안 주로 수도권 이외 지방 이야기였는데, 인천에서는 섬 지역인 강화와 옹진에 이어 우리가 살고 있는 동구가 해당되었다. 그동안 인구는 수도권에 더욱 집중되었고 그중에서도 신도시에만 몰려, 우리 동네 같은 수도권 구도심도 이제는 지방처럼 소멸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단계가 온 것이다. 하긴 우리 동네만 봐도 앞집 뒷집 옆집 모두 어르신들만 살고 계시긴 하다. 사람도 건물도 나이가 드니 지역은 당연히 노쇄해질 수밖에 없다.


"참 큰일이다. 하긴 우리처럼 구도심 주택 좋다고 이사 오는 사람들이 어디 많겠어?"



내친김에 기사를 더 찾아보니, 더욱 놀라운 기록들이다. 2019년 통계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절반이 수도권에 산다. 가구 구성은 1인 가구(30.2%)가 가장 많고 2인 가구(27.8%), 3인 가구(20.7%), 4인 가구(16.2%), 5인 이상 가구(5.0%) 순이다. 1인 가구의 연령별로는 70살 이상이 18.4%로 가장 많고, 20대(18.2%)와 30대(16.8%)가 뒤를 이었다. 전체 가구 중 아파트 거주 비율이 51.1%로 가장 많고, 단독주택은 31%이다. 그중 아파트의 40.9%가 20년 이상 된 주택이었고, 30년 이상된 곳도 8.2%에 달했다. 단독주택의 경우 50.1%가 30년 이상이었다. (<수도권 인구, 처음으로 국내 전체 인구 절반 넘어> 한겨레 2020.8.28.)


수치를 보니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대략 그려진다. 한편에서는 미래는 로컬과 골목에 있다고 이야기해왔지만 사람들은 결국 수도권 그중에서도 신도시 아파트를 원해왔다. 그러니 살 집이 없어 난리인 거고 반면 지방과 구도심은 늙고 낡아 그 존폐 위기에까지 몰린 것이다. 우리 동네처럼 혼자 사는 노인은 늘어나고 반면 인구 유입이 없으니 지방 재정은 계속 악화된다. 생활을 위한 기본 인프라 역시 뒷전으로 밀리고 구도심으로 이사하려는 이들은커녕 인구 유출이 늘어난다. 결국 동네에는 노인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니 새삼 구도심의 낡은 집을 개조해 살고 있는 우리 같은 경우는 드문 일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또한 마이너한 취향 탓인가. 아니면 소멸의 그림자가 늘 나를 따라다니나.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동네가 소멸한다는 건가?"

"글쎄, 당장 뭐 어떻게 되겠어. 혹시 앞으로 지금보다 더 가난해질 거란 건가?"

"그러게. 그래서 어떻다는 건지 모르겠네. 위기니까 어쩌라는 건지."

"아휴, 모르겠다. 어디는 빈집이 늘어나서 문제고 어디는 집 없다고 난리니."

"아무튼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동네에 집이 있으니 다행이지 뭐."


온갖 근심 걱정이 여러 겹으로 눈앞에 겹쳐지다가도 그래도 우리에게 집은 있으니 더 걱정하지 않기로 한다. 구도심에도 여전히 사람이 살고 있고 어쨌든 어디에서나 일상은 지속될 것이다. 소멸위기 지역에도 소멸하지 않는 삶이 있으니. 그 삶과 일상을 지탱할 수 있도록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도시재생이란 게 그런 것 아닌가. 소멸의 끝에서 삶을 지탱하고 있는 이들의 안녕을 돌보는 일. 있는 것들을 모두 부수고 아파트 올려서 인구를 유입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지 않은가.


단순한 걸 좋아하는 나에겐 해결도 단순하다. 우리처럼 구도심이 좋아서 단독주택이 좋아서 이사오게끔 메리트를 개발하면 되는 일이다. 그 메리트란 단독주택이라는 주거 형태일 수도 있고 가격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무엇일 수도 있다. 그것도 잘 안 된다면 도시의 흥망성쇠에 따라 또 어떻게 바뀌어 가겠지.


아무튼 우리는 고치며 산다. 집도 고치고 덩달아 삶도 리모델링한다. 고치며 사는 인생, 위기는 있어도 소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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