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봉봉 Jul 19. 2020

리모델링을 위한 건축사와의 인터뷰

원도심 주택 구매기 3

원도심 주택 구매기 2

덜컥 집을 계약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다. 부동산 어르신 말씀대로 주택은 대출 자체도 까다롭고 금액도 낮았다. 대출 때문에 속 썩었던 이야기나 이사 날자가 맞지 않아서 한 달 넘게 남의 집을 전전하며 취식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한다. (그때 기꺼이 우리에게 집을 내어준 친구들에게 축복 있으라!) 문제는 리모델링 공사였다.


우리가 구도심 주택에 살기로 결심하며 바란 건 하나였다. 어디에도 간섭받지 않고 '독립적이고 아늑한' 우리만의 공간을 갖는 것. 아파트 층간소음과 남의 집에 전세로 사는 불편함(이라기보다 내 집이 아닌데 고쳐 꾸미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제 더 참고 싶지 않았다. 단독주택이라 독립성은 확보했다. 그런데 '아늑함'이란 결국 취향의 문제로 끝없는 선택과 채움의 연속이었다. 쉽게 말해 시간과 돈의 문제였다.


우리가 매입한 집은 대지 26평에 건평 15평 이층 집이다. 반지하까지 치면 3층으로 초등학교 앞 한적한 일방통행 도로를 끼고 있다. 2017년 말 당시 평당 약 600만 원에 매입했다. 지금도 가격은 크게 달라지진 않은 듯하다. 80년대에 지은 벽돌집으로 겉은 튼튼해 보였지만, 그동안 너무 관리를 안 한 탓에 여기저기 손볼 데가 많았다. 요즘은 셀프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당시 우리에겐 그런 재주도 여력도 없었다. 우리의 바람을 가장 잘 실현해 줄 수 있는 '업자'를 찾는 게 최선이었다. 인테리어 사무소와 건축사사무소 둘 중 어디에 맡길까 고민하다 '협소 주택'을 전문으로 하는 건축사를 찾기로 했다. 아무래도 구조변경이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건축사가 설계하는 게 나을 듯했다. 협소 주택 시공 관련한 책과 인터넷을 뒤졌다. 그간 해온 작업이 우리 취향과 비슷한 업체를 선택했다. 서울에 사무실이 있었다.


메일을 보내자 전화가 왔다. 자신들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자고 해서 인천에서 신사동까지 찾아갔다. '상담'이 아니라 '인터뷰'를 하자고 한 것이 좀 색달랐다. 인터뷰를 통해 공사를 맡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이 바닥은 잘못하면 일명 '눈탱이'를 맞는 일이 많다고 하도 들어온 차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인터뷰를 통해 우리도 그들을 검증하면 될 터. 남녀 건축사 두 명이 우릴 맞았다. 둘 다 영어 이름을 썼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이중 면접이 진행되었다.


"결혼은 언제 하셨어요?"

"5년. 아니 6년쯤 됐어요."

"주택에 살기로 한 이유가 뭔가요?"

"아파트가 지겨워서요. 층간소음도 싫고."

"어떤 색을 좋아하세요?"

"네? 글쎄요. 생각을… 그냥 밝은 색? 자기는?"

"오래 살 집을 원하세요 아니면 몇 년 살다가 이사하실 계획인가요?"

"최소 10년요. 좋으면 계속 살고요."

"집은 어디에 있죠? 어떤 동네인가요?"

"인천 구도심이에요. 1호선 근처 옛날 동네."

"그 동네로 집을 구한 이유가 있나요?"

"동네가 한적해서 괜찮고… 저희가 책을 좋아하는데 헌책방도 있고… 오래된 건축물도 있어서 좋아요. 무엇보다 집값이 맞았어요."

"남편분과 아내분이 좋아하는 걸 각자 얘기해 주실래요? 집에 관한 게 아니어도 좋아요. 취미 같은 것?"

"네? 그게… 그러니까."


코로나 이후 강제 집콕하며, 집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는 요즘입니다


미심쩍었던 것과 달리 인터뷰는 재밌었다. 팔짱을 끼고 우리도 당신들을 검증하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말았다. 이들이 펼쳐놓는 질문의 거미줄에 홀랑 빠져버린 기분이 들었다. 그 거미줄이 주는 포근함이 나쁘지 않았다. 거미줄은 촘촘하고 견고하게 우리가 원하는 집을 지어 줄 것만 같았다. 그게 허공에 지은 집이라 해도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 달콤해 지상의 좁은 땅으로 다시 내려오고 싶지 않았다.


건축사들의 관심은 '우리가 매입한 집이 어떤 집이냐'보다는, '우리가 집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느냐' 인듯했다. 상담을 통해 집에 대한 아내와 내 생각이 많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2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는 마치 부부 상담처럼 흘러갔다. 하마터면 <아침마당>에 나온 부부처럼 결혼생활 넋두리를 건축사에게 할 뻔했다. 생각해보니 아내와도 이런 구체적인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같이 살면서도 집에 대한 아내의 취향을 나는 잘 모르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나도 사람 만나는 게 일이라,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견적’이 딱 나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꾸밈없고 경쾌한 이들이 점점 마음에 들었다. 이들만 괜찮다면 밤을 새워 이야기를 더 나누고 싶었다.


"저희는 같이 해도 좋을 것 같네요. 일을 진행하게 되면 다음엔 집을 보고 이야기하시죠. 계약금은 100만 원입니다. 상의해 보시고 연락 주세요."


합격! 면접에 합격했다. 이렇게 기쁠 수가. 그것도 서울 신사동에서. 이제 우리는 돈만 지불하면 된다. 우리도 그들을 검증하겠다던 이중 면접은 일방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돈은 우리가 지불하는데, 합격 통보는 그들이 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 얼마 만에 느껴보는 합격의 기분인가.




구도심 주택살이 봉봉 TIP


1. 주택을 샀다면 그다음에 가장 중요한 일은 집을 고칠 '업자' 선택입니다. 간단한 리모델링을 한다면 리모델링 시공사를 선택하면 되지만 대공사를 염두에 둔다면 건축사와 상담하는 게 좋아요. 업체들을 찾는 건 집을 구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워요. 발품과 손품을 팔아야 합니다. 업체들의 포트폴리오를 보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과 일치하는지 잘 따져보는 수밖에 없어요. 물론 믿을만한 곳의 추천도 좋겠죠.

 

2. 저희는 건축사 사무실에서 설계와 시공을 모두 했어요. 건축법 상 설계와 시공은 분리되어 있지만, 우리가 계약한 곳은 설계와 시공 사업자 면허를 각각 갖추고 있었습니다. 설계대로 시공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웠다고 하더군요. 시공은 저희 집이 처음이라 비용을 할인해 주는 딜을 했어요. 물론 그만큼 리스크도 있었습니다.


3. 리모델링 비용은 업체마다 천차만별입니다. 보통 평당 얼마를 기준으로 제시해요. 하지만 어떤 자재를 어떤 공법으로 하느냐에 따라 비용은 널을 뜁니다. 우리가 계약한 곳에서는 자재비는 건별로 체크카드로 계산하고, 시공비는 별도 책정한 금액을 제시했어요. 저희도 자재비와 시공비를 구분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생각했습니다.

이전 03화 주차장 사수작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