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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Jul 16. 2020

원도심 주택 구매기

인천 아파트 전세 값으로 2층 주택 구매

"주택으로 이사했다며? 어디? 창영동? 배다리?"


지인들은 우리가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것에도 의아해하지만 그 동네가 배다리라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곤 한다. 배다리는 인천 사람들만 아는, 지도에는 없는 지명이다. 인천 동구에 있는 오랜 구도심으로 금곡동, 창영동 헌책방 골목 일대를 주로 배다리라고 부른다. 60, 70년대 서민들로 붐볐던 번화가였지만, 구도심의 운명이 그렇듯 지금은 주로 노인들이 남은 초라한 동네가 되었다. 그나마 드라마 <도깨비>와 영화 <극한직업>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헌책방을 찾는 정도다.


"원래 그쪽에 살았어? 거기 뭐… 하러 간 거야?"

"아니, 살러 왔지. 동네가 조용하고 좋아."

"그 동네는 집값이… 얼마에… 형성이…?"


내가 방송일을 하며 '인천의 노래', '인천의 소리' 같은 하도 예스러운 걸 하면서 '인천! 인천!' 하니까 집까지 진짜 원조 인천 구도심으로 들어갔는 줄 아는 이들이 있다. 특히 배다리에는 책방을 비롯해 문화활동가 분들이 계셔서 마치 그런 차원으로 이사를 한 걸로 이해한 분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인천의 구도심 오브 구도심으로 이사한 것은 정말 현실적인 이유, 바로 '돈' 때문이다. 


아내와 나는 결혼 준비 때부터 주택을 찾았다. 1층 상가, 2층 주택. 일명 주상복합! 이게 나와 아내의 로망이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아내는 1층에서 커피집을 하고 2층은 주거생활공간으로 쓴다면 모든 게 행복할 것만 같았다. 주말이면 내가 좋아하는 인천의 동네 이를테면 신포동, 중앙동, 송학동, 송월동, 북성동, 전동 일대의 집을 보러 돌아다녔다. 자유공원 아래 이 동네들엔 낡았지만 고풍스러운 일본풍 적산가옥들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돈. 사실 우리는 가진 돈이 없었다. 


"얼마까지 생각하세요?"

"네… 한 일 억… 정도요?"

"수중에 갖고 있는 돈이 현재 얼맙니까?"

"아… 네,  그게 지금 다 해서 5천만 원 정도… 대출을 받으면…."


부동산 어르신은, 내 착각일지 모르지만 나를 좋아했다. 자신과 성과 항렬까지 똑같다며 이왕이면 좋은 집으로 꼭 소개하고 싶다고 열의를 보이셨다. (2년 뒤에 우리가 다시 나타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본인과 내 이름이 비슷했던 것까지 기억하셨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돈에 대해 이야기를 듣자 '세상 물정 모르는구먼'하는 표정-역시 내 착각일지 모르지만-을 지으셨다.


"주택은 아파트와 달리 담보대출이 얼마 안 나와요. 현실에 맞는 걸 찾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찾아보면 있을 거예요. 제가 찾아볼게요."


어르신의 냉정한 듯 딱 부러지는 말투에 주눅이 들긴 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믿음이 갔다. 몇몇 집들을 보여주면서 어르신은 그곳에 사시는 분들의 이름까지 신상파악을 훤히 하고 계셨다. 이 동네를 꿰고 있는 터줏대감이 분명했다. 하지만 어르신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국 90년대 신도시로 개발된 연수동의 가장 작은 아파트로 신혼 전셋집을 구했다. 결국 돈 때문이었다. 정부에서 주는 디딤돌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 그나마 이자를 덜 물 수 있었다. 주택 보러 다닐 때는 호기롭게 대출 이야기를 꺼냈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아내와 나는 대출을 많이 받으면 세상 큰일 나는 걸로 살아왔다. 그리곤 집을 갖고 있으면 재산세니 취득세니 세금만 많이 내는 거 아니냐며 서로 위안했다. 그러면서도 늘 괜찮은 집이 한 채 있으면... 하는 이중적인 생각은 마음 한구석에 늘 자리했다.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책에서 본 '협소 주택'이란 도심 속 작은 주택에 대해 알게 되면서 '작고 싼  2층 집'을 고쳐서 살면 되겠구나 하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기게 되었다. 


우리 동네 골목길. 붉은 벽돌의 학교 건물이 고풍스럽다.


2년마다 전세 계약이 끝나갈 때면 우리는 다시 구도심 동네로 집을 보러 갔다. 주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도 했고 옛 동네를 산책하는 그 자체가 좋아서기도 했다.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집을 보는 것은 산책이자 운동이요 데이트이자 어느새 즐거운 취미가 돼버렸다. 나중엔 부동산을 계속 기웃거리는 것도 미안해서 네이버 부동산에 나온 집을 찾아가 보거나 경매로 나온 집을 밑도 끝도 없이 가보기도 했다. 그 사이 아파트 전세금은 계속 올라가고 이사도 몇 차례 하다 보니 '아, 이제는 정말 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그래서 집을 보러 다니는 반경을 넓히다 발견한 곳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 배다리였다. 1호선 도원역과 가깝고 급행전철이 다니는 동인천역과도 멀지 않은 위치. 좋게 말하면 '더블 역세권'(?)이고 안 좋게 보면 역과 역 사이 애매한 위치인데 아무튼 '(겁나 뛰면) 2분' 역세권은 맞았다. 서울 갈 일이 종종 있는 아내는 1호선 국철과 가까운 걸 무엇보다 흐뭇해했다. 


처음 부동산에서 보여준 몇몇 집들은 별로였다. 너무 집이 크거나 좁은 골목 안쪽에 있어서 답답해 보였다. 그러다 어느 날 불현듯 부동산에서 '이 집은 어떠냐'며 보여준 초등학교 앞 2층 벽돌집을 보자마자 '그래, 이 집이 우리 집이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다. 고백하자면 나는 빨간 벽돌집 성애자이다. 안타깝게도 이 집 벽돌은 빨갛다기보다 검붉어서 거무튀튀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오래된 빨간 벽돌 학교가 바로 이 집 앞에, 그것도 거대한 크기로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110년도 더 된, 자체발광 붉은 벽돌! 그게 내 것이 될 수 없다면, 그 앞 집이면 어떠리. 


"평수도 작아도 둘이 살기 괜찮고. 저 앞에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따로 주차장도 필요 없어요. 집은 좀 낡았지만 고쳐 쓴다고 했죠?"


"네, 그렇네요. 이 집은 얼마죠?"




구도심 주택살이 봉봉 TIP


1. 주택을 찾는 여러 방법이 있어요. 지인, 집구하기 어플, 동네 마당발, 부동산 등등. 저희 경험으로는 이 중에 터줏대감 부동산이 가장 좋았어요. 집뿐만 아니라 동네 전체를 '빠삭히' 알고 있는 분들입니다. 물론 솔직한 중개인을 만나야 하는 경우의 수는 있지만요.


2. 혹시 저희처럼 재산세 내는 걸 걱정했다면 그러지 마세요. 재산이 커야 세금도 큽니다. 저희처럼 2억 원 이하 주택을 산다면 재산세 얼마 안 나오니까 괜한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략 공시가(매매가가 아니라) 2억 원 주택이라면 지방교육세와 지역 도시분 세금까지 합해 매년 납부해야 할 재산세는 38만 원 정도입니다.

  

3. 취득세는 따로 준비해 두세요. 부동산을 매입하면 취득세와 농어촌특별세 그리고 지방교육세를 내야 해요. 주택 금액에 따라 세율이 다른데 6억 원 이하 주택의 경우 농어촌특별세가 감면되어 취득세 1%, 지방교육세가 0.1% 그 합이 매입가의 1.1%입니다. 1억짜리 주택이라면 약 백십만 원 되겠네요. 85m2 경우 농어촌특별세는 감면됩니다. 6억 원 이상일 경우는 또 다른데 괜히 쓸데없는 고민하지 말아요. 알아봐야 쓸데없어요. 정말 혹시 대비한다면 6억 초과 9억 이하 주택은 합이 2.2%, 9억 이상 주택은 3.3%입니다.


4. 서민주택일 경우 2021년 12월 31일까지 1가구 1주택일 경우 한시적으로 취득세가 면제됩니다. 서민주택은 연면적 또는 전용면적이 40m2 이하의 주택 중 취득가액이 1억 원 미만의 주택입니다.

 

5.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신혼부부의 경우 2021년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가 50% 감면됩니다. 조건이 따르니 잘 살펴보세요. 언제까지 신혼이냐로는 고민할 필요 없어요. 법적으로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났데요. 올레! 3개월 이내 결혼 예정인 부부도 해당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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