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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Jul 27. 2020

원도심 주택 구매기2 주차장 사수작전

무료 공영주차장의 위엄

부동산에서 보여준 학교 앞 2층 집은 우리가 찾던 그런 집이었다. 평수는 작았지만 2층이라서 협소 주택으로 리모델링하면 딱 맞을 크기였다. 바로 앞이 초등학교라 집 앞으로 높은 건물이 들어올 가능성도 없었다. 골목길 안쪽 집이 아니라 하루 종일 해도 잘 들 것 같았다. 무엇보다 원도심 주택의 가장 큰 골칫거리 주차 문제도 집 앞에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집이 작아서 주차장을 만들 수 없었는데, 다행히 주차하는 차들이 많지 않은지 주차장엔 늘 한두 자리가 비어 있었다. 구도심 중에서도 한적한 동네라 생각지도 못했던 이런 장점이 있었다.


원도심 주택을 보러 다니며 가장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주차문제였다. 주차할 곳이 없어서 남의 집 앞에 차를 대고 이런 문제로 이웃끼리 얼굴 붉히는 일들이 많다고 하도 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남의 동네에 차를 대고 다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더군다나 우리처럼 작은 평수 집에 주차장을 따로 만들 수 없는 노릇이니, 집을 보러 다니며 '이 집은 주차를 어떻게 하나' 물음표가 늘 따라다녔다. 이전에 봤던 집들 중에서도 마음에 들긴 했지만 주차가 어려울 것 같아 포기한 집들도 있었다. 부동산에서야 한결같이 집 앞 도로에 그냥 대도 된다고, 다들 그렇게 산다고 했지만 정작 책임질 일도 아니면서 중요한 문제를 쉽게 말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우리가 선택한 학교 앞 2층 집은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옆 옆집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우리가 계약한 집 옆은 문방구로 할머니가 홀로 가게를 지키셨다. 또 그 옆집은 우리가 계약할 때만 해도 그냥 빈 공터였다. 빈 공간에 뭐가 들어서냐고 물었어야 했다. 이사를 앞두고 집을 보러 올 때마다 무언가 공사의 조짐이 보이더니 아뿔싸 어느새 슬금슬금 건물이 올라가는 게 아닌가. 공간도 널찍해서 이거 그냥 주택이 아닌 거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불길한 예감은 왜 틀리는 법이 없는지, 부동산에 물어보니 5층짜리 신축 빌라가 올라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것도 자신이 거래를 성사시킨 거라며 이제 동네가 사람 사는 것처럼 북적북적할 거라며 남의 속도 모르고 이 와중에 깨알 자랑을 하고 계셨다. '아.. 안 돼. 이런 젠장.'


다행히 주차장엔 아직 쟁탈전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빌라가 올라가는 곳은 우리 집 북쪽으로 그나마 해를 가리지는 않을 듯했다. 이사 날짜까지는 두 달 반 시간이 남았는데, 빌라는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1층, 2층, 3층, 건축 속도는 왜 그렇게 빠른지, 가끔 들를 때마다 제법 모양을 갖추며 낮은 주택들 사이에 빌라는 홀로 거대한 성이 되어가고 있었다. 대부분 단층 건물과 2층 주택이 빼곡하던 동네에 갑자기 5층 빌라가 들어서는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하고 동네 풍경과도 영 어울려 보이지 않았다. 얘기를 들어보니 그것도 도시공사에서 땅을 매입해서 빌라를 짓는 것이라고 했다.


"아니, 도대체 왜? 학교가 문화재라며 이래도 되는 건가?"

"원도심에도 스카이라인이란 게 있는 거 아냐? 이건 넘 심한데?"

"아, 그런데 이러면 우리가 옥상에 있을 때 빌라에서 다 보이겠는데?"

"그렇겠네. 옥상에 테라스를 만들고 싶었는데. 흑흑."

"그것도 그렇지만 혹시 공영 주차장에 차 대기 힘들어지는 거 아닐까?"

"뭐?"


공영주차장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던 주차문제가 다시 위협받기 시작했다. 빌라 자체 주차장이 빌라 전 세대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집 앞 공영주차장을 우리가 전세라도 낸 것인 양, 사수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생각해 보니 우리 앞집 방향도 걱정이었다. 동네가 재개발 지정지구에서 해제되면서 재개발을 노렸던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고 그런 집을 통째로 사들여 빌라를 짓는 곳들이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그게 우리 앞집이면 어떡하지? 하필이면 앞쪽 길모퉁이 건물이 가건물이어서 언제라도 건물이 올라가기 쉬워 보였다. 한번 빌라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동네 전체가 빌라촌이 되는 게 아닐까. 갑자기 걱정이 눈사태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앞집 할머니 혹시 집 파실 거면 우리한테 팔라고 하자."

"그럴까? 여보, 근데 돈 있어?"

"아니. 풋."


우리는 돈을 빨리 벌어서 대출금도 갚고 옆집도 사기로 했다. 또 그 앞 모퉁이 집도 사서 우리 집 앞 방향으로 빌라가 올라가는 걸 막기로 했다. 그렇게 이사 날짜는 다가오고 있었다. 다시 말해 잔금을 치러야 할 날짜 그리고 동시에 리모델링 비용을 지출해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가진 돈을 모두 탈탈 털어 잔금을 치르면 수중에는 이제 한 푼도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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