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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Feb 09. 2021

집을 이야기하는 책들

#1. 때가 때라서 그런지 집에 대한 책들이 많이 보이더군요. 요즘 재미있게 읽은 책은 <집을 쫓는 모험>(정성갑)과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하재영)입니다. 요즘 같은 시절에,  자신의 방과 집을 찾는 건 모험을 넘어 한 인간의 인생역정으로까지 보입니다. 그 과정이 더 험난해졌고, 기득권을 갖고 태어나지 않는 이상 어쩌면 불가능한 상황에까지 치닫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물론 서울과 일부 대도시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자기 집을 찾는 일은 일종의 미션 임파서블 작전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인지 하재영 작가의 글에 울림이 느껴져요. 여성의 자기 집-공간 찾기는 분명히 더 험난했을 테니까요.


#2. 그래서 이런 제목의 책도 나온 것 같습니다.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김민정) 이 책은 제목만 보고 구매를 결정했어요. 비혼 여성의 집 장만은 또 어땠을까 궁금해졌거든요. "결혼은 모르겠는데 내 집은 있어야 한다."는 30대-비혼-비정규직-여성이 갖고 있는 집에 대한 생각을 엿보고 싶어 졌습니다. 오늘 책을 받아 앞부분을 읽어보았는데 이야기가 재밌네요.


#3. <집을 쫓는 모험>은 결혼하고 자녀를 둔 남성이 쓴 책이고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는 무자녀 결혼 여성이 쓴 책입니다. (내용은 결혼 전 이야기 비중이 높지만요.)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처럼 비혼 여성이 집에 대해 쓴 책이 나왔으니, 곧 집 없는 비혼 남성 이야기가 출간될 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집에 대한 다양한 '입장'(?)의 글을 접하니 읽는 즐거움도 그만큼 다양합니다. 그나저나 모두 집을 사는 데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군요.   


#4. 저는 책이나 음반이나 그 제목과 디자인에 '혹'하는 편입니다. 식당이나 카페도 그렇고요. 흔히 하는 말대로 시작이 반이고, 제목이 또 반이라 생각합니다. 집에 대해 쓴 책 가운데 좀 이상한 제목을 달고 있는 책도 있는데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게임>, <아수라장의 모더니티>가 그것입니다. 제목이 좀 연구서 같은 이유는 실제 디자인 연구자인 박해천 교수가 쓴 책이기 때문이죠. 집에 대한 책이라기보다 1960년대부터 우리 사회에 등장한 '아파트'라는 새로운 주거 환경을 둘러싼 여러 사회 현상의 층위를 요리조리 '기발하게' 쓴 책입니다. '소설을 쓰고 싶었던 학자의 연구서'라고 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정말 소설처럼 어쩌면 소설보다 재밌습니다. 실제로 이 책들에서는 박완서 선생의 소설들을 텍스쳐로 삼고 있어요. 아마도 저자께서 박완서 선생의 오덕임이 분명합니다.



#5. 책을 읽고 무언가를 쓰고 하는 날들의 연속입니다. 이제는 답답하다를 넘어서 삶이 원래 어떤 것이었는지 잊어버려서 갑갑하다는 말도 그 효능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싶어요. 덕분에 책 읽는 즐거움을 되찾긴 했지만 그렇다고 삶이 즐겁지는 않으니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일상이네요.


#6. 그럼에도 명절은 또 돌아왔고, 겨울은 지나갈 것이고, 봄은 또 올 것이니 다만 정신줄 놓지 않고 지내는 수밖에요. 새해 모두 건강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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