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국내 여행 63 - 강릉 안목해변 카페거리

by 구경래
63-안목해변카페거리-20220127.jpg 경포에서 남쪽 정동진으로 내달은 동해 해안선은 안목해변에 이르러 카페 둥지를 품었다. 어미새를 찾아 먹이를 구하듯 수많은 인파가 쉼 없이 이 바다를 찾아 목청껏 운다.

< 해수욕장과 카페 나들이 >


아이를 데리고 해수욕장으로 가면 대개 아이는 물놀이에 빠져든다. 애들 상당수가 물을 워낙 좋아하고, 백사장에서 노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아이는 거기서 굴도 파고, 성이랑 집도 짓고, 길도 내고, 저수지나 댐도 짓는다. 때로는 몸을 묻기도 하면서 신나게 놀므로 행여 모래가 아이 입안으로 들어가지나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판이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여름철이면 피부 화상도 염려해야 하고. 그러나 안전만 담보된다면 거기서 부모가 따로 할 일은 없다. 그냥 내버려 두면 된다. 왜냐하면, 아이는 그런 놀이과정에서 온갖 상상력과 창의력을 총동원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만큼은 아이 두뇌 속에 작은 도시가 하나 설계되며, 물과 바람에 쉬 허물어지는 모래성의 유지를 위하여 모래를 강화하거나, 다른 도구를 이용하는 창의성을 발휘하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아무런 인공 도구가 없는 자연에서의 놀이가 우리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자극하는데 으뜸인 교육 방법이자 도구가 되는 셈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무체계, 무대뽀 교육 방식 같은데 그 방식이 으뜸이라니!


놀다가 지치면 마땅히 쉴 곳을 찾는다. 그럴 때 해수욕장 인근 카페는 제격이다. 이때, 부모가 할 일이 비로소 생긴다. 최소한의 사회적 예의와 책임감을 갖추는 법을 아이가 익히도록 할 절호의 기회다.


먼저, 모래 털기. 물에 들어간 아이는 체온이 낮아져 추위를 타므로 얼른 마른 수건으로 몸을 감싸 몸에 묻은 모래가 마르도록 하면 자연스레 떨어진다. 햇빛 아래 서 있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면 마냥 기다릴 수 없다. 그때는 수건을 활용해 모래를 털도록 한다. 모래를 털어도 괜찮은 곳으로 이동해 모래를 털게끔 한다. 아이가 다 털어내지 못한 모래는 부모의 손길이 필요하다. 목 뒤, 등 뒤, 팔 뒤, 발목 뒤 등이 취약 부위니 그런 곳과 머리카락 안을 잘 털어주면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아이는 자연스레 자기 몸에 묻은 모래를 털려면 어떤 곳에서 털어야 하는지, 모래를 잘 떨어지게 하는 요령은 무엇인지, 스스로 털어내지 못하는 모래는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 해결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자립성을 길러주는 동시에 공중도덕과 사회규범 교육이 가능하니 일석이조! 종종 몸의 모래를 떨어뜨리려 샤워장에서 또는 공중화장실에서 물로 모래를 씻어내는데, 그럼 그 모래가 다 어디로 가겠는가? 그다음 이어질 일은? 하수구 막힘이다! 따라서 공공 재산 또한 우리가 함부로 다루어선 안 된다는 것을 저절로 익히게 할 수 있는 교육 행위가 바로 바닷가에서 스스로 모래를 터는 행위임을 기억하자!


둘째, 어느 정도 아이의 몸과 옷이 정리됐으면 이제 배가 출출한 아이를 위해, 아이를 돌보느라 지친 부모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근처 카페로 가자. 카페에 가면 주문대 앞으로 곧장 달려가지 말고, 한 걸음 물러나 메뉴판을 보면서 아이가 무엇을 고를지 시간을 주자. 시간만 주어지면 아이는 스스로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아이가 먹을 음료와 음식을 정하면 그때 주문대로 가면 된다. 요즈음엔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수도 많으니 어느 쪽이건 상관은 없다. 주문대에서 대면 주문을 받으면 아이에게 스스로 자기가 먹을 음료와 음식을 주문하도록 하고, 부모는 대신 계산만 하면 된다. 키오스크에서도 아이 스스로 고르도록 하면 그만이다. 아, 주의할 점은 아이가 먹고 싶다고 하여 모든 음식을 다 주문할 필요는 없다. 그래 봐야 음식물 쓰레기만 양산할 테니, 신중하게 고르되, 남기지 말고 다 먹을 수 있는 걸 고르게 할 일이다.


셋째, 음료와 음식이 나오면 자기 것은 자기가 옮기도록 한다. 뜨겁거나 차가운 음료를 옮길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배울 수 있다. 물건을 든 상태에서 둘레를 살피며 움직이는 행위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두려움과 자신감, 무력함과 성취감 사이를 오간다는 말이다. 단, 무척 혼잡한 상태여서 주변 사람과 쉬 부딪힐 수 있다거나, 아직 아이의 악력이 약해 제대로 선반을 옮길 수 없다거나,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데 위험하다거나 하면 마땅히 도와서 함께 옮길 일이다. 뜨거운 것, 흘리기 쉬운 것, 무거운 것부터 도와주면 된다. 무엇이건 첫 도전이 어렵지, 익숙해지면 아이도 곧잘 척척 해낸다!


넷째, 음료와 음식을 상 위에 차리는 요령도 알려주고, 스스로 마음에 드는 상차림을 하도록 내버려 두자. 그런 뒤 처음 한 모금, 첫술 만큼은 모든 신경을 집중해서 맛보도록 한다. 음료를 한 모금만 살짝 입에 머금은 채 있다가 서서히 삼키도록 하여 그 맛이 어떤지 들어보자. 이어, 음식도 한 술 베어 물게 한 다음 역시 음미하면서 먹도록 하여 그 맛이 어떤지 들어보자. 그런 다음에 다시 음료를 한 모금 살짝 맛보게 하고 그 맛을 들어보자. 사소한 과정이지만 아이는 그런 과정을 통해 오감을 동원한 미식가로 거듭나게 된다!

그다음은? 미식이고 뭐고 맛나게 잘 먹으면 그만!


다섯째, 음식을 먹을 때 입안의 음식이 나오지 않는 선에서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법도 익히도록 한다. 가끔 그 좋은 카페에서 아이랑 잘 먹다가 실수한 아이를 혼내는 부모를 만날 때가 있다. ‘왜 그렇게 흘리니’, ‘또 흘렸어? 이렇게 쥐고 먹으라 했지?’, ‘안 되겠다. 넌 먹지 마!’ 결론부터 말하면, 아이니까 흘리는 것이다. 요즘 아이는 대개 휴대전화를 만지면서 먹다가 컵을 떨어뜨린다거나, 음식물을 흘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먹을 때만큼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자는 작은 약속을 하나 만들고, 부모도 같이 동참하면 저절로 해결된다. 가만히 지켜보면 그 약속을 어른이 먼저 깰 때도 많으므로 서로 약속을 준수하도록 하면 차츰차츰 음식을 흘리는 일로 서로 기분을 상하는 일은 줄어들 참이다. 그런데 휴대전화를 안 쓰는데도 음식물을 자주 흘리는 아이는 왜 그럴까? 악력이 약하면 힘이 생길 때까지 더 기다려야 하고, 주의가 지나치게 산만하여 그렇다면 그 산만한 원인부터 살펴야 할 일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해결된다. 아울러, 아이가 실수할 때는 대개 주위의 시선을 의식한 어른의 앞선 조치로 더 상황이 나빠지는 경우도 제법 많다. 그럴 때는 ‘괜찮아, 같이 치우면 돼.’라고 안심을 시키고, 청소로 마무리하는 법까지 알려주면 되레 ‘위기는 기회’로 바뀐다.

여섯째, 다 먹은 뒤에는 어른이 다 알아서 정리하지 말고 적어도 자기가 먹은 컵과 쟁반, 수저와 포크만큼은 아이 스스로 치우게 하자. 탁자 정리도 함께 거들도록 하면 다음 손님을 위한 배려심도 키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잘 놀고, 사회규범도 익힐 수 있는 해수욕장 카페.

아이에게 바다를 품는 법을 알리는 공간이자,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아름다운 교육 공간이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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