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간을 여는 리더

— 마태복음 13장 52절 리더십 묵상

리더십은 창조가 아니라 꺼냄이다


리더십은 새로운 말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이미 받은 것을 때에 맞게 꺼내는 용기다. 예수님은 “천국의 제자 된 서기관”을 이야기하시며, 리더의 본질을 이렇게 정의하신다. 새것과 옛 것을 곳간에서 꺼내는 사람.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맞는 것을 내놓을 줄 아는 사람이다.



‘천국의 제자 된 서기관’이라는 역설


리더는 늘 선택의 압박을 받는다. 전통을 지킬 것인가, 변화를 택할 것인가. 과거의 지혜를 붙잡을 것인가, 새로운 흐름에 올라탈 것인가. 그러나 예수님의 시선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옛 것을 버리라고 하지 않으시고, 새것만 외치라고도 하지 않으신다. 대신 “제자가 돼라”라고 하신다. 기준은 참신함이 아니라 복음에 의해 재정렬된 충성이다.



옛 것은 뿌리이고, 새것은 성취다


옛 것은 폐기 대상이 아니다. 옛 것은 뿌리다. 뿌리가 없는 새로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반대로 새것은 장식이 아니다. 새것은 성취다. 뿌리가 자라 열매를 맺는 방식이다. 리더는 이 둘을 대립시키지 않는다. 연결한다. 그래서 팀이 흔들릴 때는 오래된 원칙을 꺼내고, 길이 막혔을 때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그 판단의 출발점은 언제나 “무엇이 옳아 보이느냐”가 아니라 “지금 사람들에게 생명이 되는가”다.



전시장이 아닌 곳간을 가진 리더


“곳간에서 꺼낸다”는 표현은 리더의 태도를 정확히 찌른다. 곳간은 전시장이 아니다. 자랑하는 곳이 아니다. 필요가 생길 때 열리는 곳이다. 참된 리더는 지식을 쌓아두되, 자기 이름을 드러내기 위해 꺼내지 않는다. 공동체를 살리기 위해 꺼낸다. 그래서 그의 말은 많지 않지만, 적중한다. 상황에 맞는다. 사람을 세운다.



두 극단 사이에 서는 용기


오늘의 리더십 위기는 대개 두 극단에서 온다. 하나는 과거에 갇힌 리더십이다. “우리는 늘 이렇게 해왔다”는 말로 성장을 막는다. 다른 하나는 새로움에 중독된 리더십이다. 근거 없는 변화로 사람들을 지치게 한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리더는 이 둘 사이에 서 있다. 과거를 존중하되, 현재를 외면하지 않는다. 변화를 시도하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제자가 아닌 리더는 관리자가 된다


리더는 모든 답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대신 하나님의 답이 흐르도록 길을 여는 사람이다. 그래서 먼저 제자가 된다. 듣는 사람, 배우는 사람, 다시 묻는 사람이 된다. 제자가 아닌 리더는 곧 관리자가 되고, 관리자는 결국 사람을 소모시킨다. 반대로 제자인 리더는 사람을 살린다. 말씀을 삶으로 번역하기 때문이다.



오늘, 무엇을 꺼낼 것인가

마태복음 13장 52절은 리더에게 이렇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더 말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꺼낼 수 있느냐.” 오늘 우리 공동체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때에 맞는 진리 한 조각일지 모른다. 오래된 말씀을 오늘의 언어로 건네는 용기, 새로 떠오른 질문을 복음 안에서 다루는 인내. 그 둘을 함께 해내는 사람. 예수님은 그를 리더라 부르신다.

리더는 빛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곳간의 문을 열어 빛이 나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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