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서른 살, 아빠 품에 안기다
매주 목요일 연재 / 이번 화: 8화
제주도 3일째 아침.
여행의 마지막 날이었다.
조식 먹으러 가기 전,
아빠가 조용히 말했다.
“잠깐 일로 와봐라.
아빠 옆에 누워봐.”
무슨 말씀이시지
잠깐 당황하고 웃는데,
아빠가 진지하게 침대를 톡톡 두드렸다.
나는 살짝 긴장한 채로 아빠 옆에 누웠다.
그러자 아빠는,
내게 팔베개를 해주셨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나를 꼭 안아주셨다.
“니 언제 이리 컸노.
지금 몇살이라고??
니 나이가 서른이라고?
니를 마지막으로 안아본 게…
3살 때였는데.”
나는 그 말에
숨이 멈춘 줄 알았다.
아빠는 내게 말했다.
“착하게 커줘서 고맙다.
아빠한테는
그게 제일 고맙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신
살짝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밥 먹으러 가자, 아빠.”
그리고 그 말에 담긴
수많은 감정들을
가볍게 안은 척하며,
나는 아빠를 꼭 껴안았다.
식당에 들어섰다.
제주도 최고급 호텔의 조식 뷔페.
바다를 보며 먹는 마지막 식사.
아빠는 음식을 맛있게 드셨다.
“딸 덕분에 이렇게 좋은 곳 와보네.
너무 고맙다.”
밥을 드시며
계속 말씀하셨다.
“이것도 맛있다.
와, 이것도 신기하네.
많이 퍼와라, 니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접시에 음식을 잔뜩 담았다.
그런데
한 입도 삼킬 수 없었다.
입을 벌려 ‘아-하고
음식을 넣는 순간,
눈물이 흘러버릴까 봐
나는 음식을 입에 넣지도 못했다.
아빠는 웃으며 물으셨다.
“왜 못 먹노, 다 식는다.”
하지만 나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 마음을
말로는 꺼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 아침,
나는 내 마음을 꼭 다물고
밥을 씹는 대신
그 순간을 삼켰다.
서른 살이 넘은 딸이
3살 이후 처음
아빠 품에 안긴 날.
말보다 마음이 먼저였고,
밥보다 눈물이 더 가까웠던 아침.
그날 나는,
울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히,
사랑받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