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않았다

9화. 마음이 먼저 기억한 사랑

by 라은

나는 어린 시절부터,

자주 울지 않는 아이였다.

억울해도 참았고, 아파도 참았고,

눈물이 나려 하면 얼른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히 일어났다.


누군가 그때 왜 울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누가 대신 울어주는 세상이 아니라는 걸

너무 일찍 알아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저,

어른들이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랐고

부모님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지 않기를 바랐고

말없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다 보니

나는 너무 많은 장면을

입술을 깨물며 지나왔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이야기들이

가슴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울지 않았다 “는

그 이야기들을 꺼내어

처음으로 스스로를 이해하고,

그때의 나를 토닥이고,

나를 사랑해 보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다.


이건 어린 날의 나에게 보내는

늦은 답장이자,

그 시절을 함께 살아준 가족들에게 보내는

조용한 감사의 편지다.


어른이 되어보니,

사랑은 표현보다 환경이 먼저였다는 걸,

사랑은 때때로 조용한 무표정으로 다가온다는 걸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누군가를 원망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그 시절,

각자의 자리에서 애썼던 모든 존재들에게

‘괜찮아’라고,

‘정말 고마웠어’라고

말하고 싶어서 쓰는 이야기다.


부디,

이 조용한 고백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닿기를.


그래서

당신의 오래된 기억 속 아이도

오늘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