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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ug 13. 2022

큰 키가 불편하게 느껴질 때

※ 본 글은 환호성맘 작가님 글에서 영감을 얻어 작성했습니다.

https://brunch.co.kr/@inkyung91/66




 사회는 점점 고도화되고 국민들 교육수준과 의식수준도 점점 높아지는데, 이상하게 외모지상주의는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미디어와 보여주기식 SNS의 폐해인 걸까. 외모는 물론, 명품 브랜드 및 고급 자동차 등 남한테 "보여지는" 것에 점점 더 신경을 많이 쓰게끔 하는 사회적인 압박이 분명히 있다.


 사람들은 큰 키를 선호한다. 키가 크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으며, 특히 사회적 관계를 맺을 때 절대다수에서 이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키를 크게 만들어준다"면서 온갖 건강영양보조식품, 성장호르몬 주사, 성장체조 및 클리닉 등이 넘쳐나고 정말 엽기적인 "단계적으로 뼈를 절단하고 이어붙이는" 키 크는 수술법까지 등장했다.


https://www.topstar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28233


https://www.lawtimes.co.kr/Legal-News/Legal-News-View?serial=70230


 엄청난 고통과 비용, 부작용을 감수하고도 키 크는 수술을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을 보면, 큰 키에 대한 사회적 열망이 얼마나 심한지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키가 크기만 크면 다 좋은가?


 당연히 아니다.


 어느 정도 적당~히 크면 선망의 대상이 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키는 되려 "비정상 거인"처럼 느껴져서 사회로부터의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며 살아야 한다.


"빼꼼의 잡정보" 네이버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긴 그렇지만, 나는 키가 큰 편이다.


 큰 키의 비결? 성장클리닉 다닌 적도 뭐 특별한 약이나 음식을 먹은 적도 없으니, 그냥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영향이지 싶다.


 큰 키 덕분에 사회적 특권을 담뿍 누리고 살아오고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내가 만든 건 아니지만, 큰 키를 더 쳐주는 사회인식이 나한테는 참 다행이다 싶을 때도 많다. 그냥 상상이지만, 키 큰 사람을 사회적 루저로 취급하는 세상이라면 나도 참 우울하게 자랐을 것 같다. (키가 크던 작던 그건 그냥 신체적 특징 중 하나일 뿐인데 키에 사회적 계급을 나누어 바라보는 것 자체가 무척 불편하고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나한테는 좋은 거라 다행이란 소리지, 이런 사회현상 자체가 좋다는 뜻이 절대 아니니 오해 없으시면 좋겠다.)


 좋은 게 있으면 나쁜 점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가만 생각해보니, 온갖 커뮤니티에 키가 컸으면 하는 글만 온통 보이고 키가 크면 불편한 글은 찾아보기 힘들어서 내가 한 번 써봐야지 하는 생각에 오늘 글감을 잡았다.


1.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어떻게 조절해도 맞춤형이 안 된다.

 사실 내가 키만 그냥 큰 체형이 아니라 요롱이 체형이라 허리만 특히 더 길다. ㅠㅠ

 고속버스 등 편하게 반쯤 누워서 가야되는 좌석은 헤드레스트와 등받이 길이 조절이 중요한데, 아무리 잘 맞춰도 머리가 넘어가서 엉덩이를 반쯤 빼서 앉는데, 이러면 얼마 못 가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다.

 마을버스 등 천장이 낮은 버스인데 서서 갈 수밖에 없는 차량은 정말 힘들다. 다리를 굽히거나 고개를 숙이고 가야 하는데, 둘 다 괴롭다. 시간만 충분하면 마을버스 타느니 걸어가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

 비행기 이코노미가 편하다는 사람은 없겠지만, 키 큰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괴롭다. 평균 신장이 겪는 불편함X2는 될 거라고 우겨본다.


2. 처음가는 길, 건물, 시설 등에서 돌출물에 나만 이마 박치기하는 경우가 가끔 생긴다.

 친구들하고 길을 걷다가 "담배" 간판에 내 이마만 턱 걸려서 살 찢어질 뻔했는데, 애들은 웃는다.

 직장이 설비를 돌리는 곳이라 파이프 난간 등 복잡한 던전 같은 곳인데, 나만 안전모 상단이 계속 긁힌다. 안전모 안 쓰고 뛰었으면 죽었을 거야 느낄 때가 가끔 있다.

 천장고가 낮은 계단실을 갈 때는 무조건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걷는 버릇이 생겼다. 남들 잘만 다녀도 나만 걸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녔거든. 안 가본 건물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4. 기성복 사이즈 없을 때가 종종 있다.

 그래도 양복, 와이셔츠 등 체형별로 세세하게 기성품이 나오는 모델은 좀 괜찮은데, 가슴 폭, 허리둘레 등 단일 레퍼런스 수치로 만드는 기성복은 사이즈 없는 게 많다. 체형에 옷을 맞추는 게 아니라 옷에 몸을 맞추어 입어야 하는 일이 잦다는 말. (맞춤옷 입어도 되지만, 알다시피 비싸며, 그렇다고 캐주얼을 똑같이 맞춰 입을 수도 없다. ㅡ_ㅡ)


5. 설거지할 때 허리가 너무 아프다.

 대부분의 주방 싱크대는 표준 성인여성 키를 기준으로 제작된다. 주방가구를 맞춤형으로 주문하면 내 키에 맞는 싱크대를 갖추는 건 일도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주방가구는 나 말고 집사람이 사용하는 시간이 훨씬 많으니 내 키에 맞는 주방가구를 설계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이미 지어진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기존 주방가구를 리모델링하는 것 또한 쉬운 일도 아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주부 독자님들은 지금 쓰고 계신 싱크대를 15~20cm 쯤 내려서 설거지한다고 상상하시면 내가 느끼는 고통이 어떤 고통일지 조금 비슷하게 와닿지 않으려나 싶다.


6. 세면대 높이가 낮아 불편하다.

 싱크대 문제와 똑같다. 다만, 싱크대 쓸 때만큼 오래 세면하진 않으니까 그냥 좀 불편할 뿐이지 심각하게 허리가 아프거나 하지는 않다.


7. 의자높이 조절 안되면 기성 책걸상 사용이 불편하다.

 이건 내가 키도 크거니와 요롱이라서 한층 더 그런데, 책상을 높일 수는 없으니(그런 책상도 있지만 매우 매우 드물다) 의자라도 낮춰야 그나마 낫다. 그런데, 의자, 책상 높이 조절 안 되는 것들이 대다수다.


8. 침대가 짧다.

 머리를 딱 침대 헤드에 밀착하고 신경써서 자지 않으면 매트리스에 발 뒤꿈치가 튀어나와 자고 일어나면 밤 새 누가 다리를 잡아당겨놨듯이 뻐근하게 느껴질 때가 왕왕 있다. 매트리스가 딱 5cm만 더 길었으면 정말 좋겠다. 한국에선 크게 못 느끼던 부분인데, 이 나라(파키스탄) 표준 매트리스는 유독 짧다. ㅠㅠ


9.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어 사생활이 노출되기 쉽다.

 대중들에 섞여있어도 내 머리만 보인다. 뭐, 학생 때 운동장에서 반별로 모이세요~ 그러면 애들이 내 머리만 보고 찾아올 정도였고... 광장 행사 등에 갈 일이 있어도 지인들이 멀리서 귀신같이 알아보고 인사 건네는 사람들이 많다. 한마디로 클라킹이 잘 안 된다. 착하게 살아야겠다.


10. 허리병 앓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신체는 커지고 길어지는데 피봇 포인트 구조는 동일하니, 걸리는 하중은 훨씬 더 커진다. 정역학 외팔보의 굽힘모멘트 계산해보면 알겠지만, 외팔보가 조금만 길어져도 하중 그 자체보다는 한계모멘트를 쉽게 초과하기 쉬운데 키가 크면 같은 이유로 허리에 더 큰 무리가 간다. 허리 조심해야 한다.




 키 큰 거 자랑하나? 진짜 배부른 소리 하고있네~

 가뜩이나 작아서 불만인데 염장 지르네~

 그리 불만이면 나랑 키 바꿀래?


...등등의 공격성 발언이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오해 마시라. 나는 작은 키가 좋다고 예찬하는 것도 아니고, 키가 커서 억울해 죽겠으니 작게 만들어 달라는 글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나도 내 키가 커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감사해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다. 저런 불편함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얻는 사회적 이득이 훨씬 더 크다.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키가 커지면 "평균"의 집단에서 느꼈던 평온함을 누리지 못 하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태반의 불편함은 "평균신체"를 염두에 두고 만든 사회시스템(대중교통, 기성품, 가구 등)에서 기인한다.


 신체 불편없이 편하게 살기 가장 좋은 신체사이즈는 "딱 평균"이 가장 좋다. 모든 사회 시스템이 그 수치를 기준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큰 키만 선망받는 세상. 키 크다고 다 좋은 게 아니고, 키가 좀 안 커도 장점도 많다는 얘기를 좀 진중하게 글로 남기고 싶어 오늘 글을 적어봤다. 세상만사,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도 있는 법. 타고난 신체는 주어진대로 만족하고 사회는 개개인의 소소한 차이를 존중하며 밝고 긍정적인 부분에 더 공감하며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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