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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ug 20. 2022

암살무기 연구소, BX팀

단편소설

본 작품은 소설에 처음 도전해보는 초보작가의 습작입니다. 사회비판 소설도 아니고, 특정기업 음해도 아니니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마세요.




"김책임. 지난번 의뢰받은 그 건은 어떻게 되어나가?"


"아, 소장님. 그게... 매번 쉽지가 않네요.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 언론의 의심을 피하면서 교묘하게 폭발하게 만든다는 게 쉬운 게 아닙니다. 특히 이 방면은 모든 연구자료가 비밀이라 경력자를 찾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저 혼자 모든 걸 다 할 수도 없어서 기술자를 가르치고 키우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 어려운 거 알아. 그래서 김책임이 맡은 거 아닌가. 의뢰인에게 두 달 뒤에는 제품을 넘겨야 하니, 좀 더 속도를 내어주게나."


오상무와 김책임. 그들은 국내 유수의 대기업 상상전자 기술연구소 고위 간부들이다.


김책임이 이끄는 연구조직은 좀 특별한 데가 있다. 정식조직명은 BX팀. 그런데 사내외 그 누구도 BX가 무슨 약자인지 모르며, 그들의 연구성과가 무엇인지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행인 건, 1만여 명이 넘는 방대한 연구소 조직에는 무수히 많은 팀들이 있고, 다들 바빠서 자기 팀 업무가 아니면 별반 관심들이 없어서 그냥 선행제품 출시를 위해 무언가 하는 조직인가 보다 그렇게만 생각들을 한다. 회사 정식 조직도에도 BX팀은 빠져있는데, 이 역시 선행연구 비밀 유지를 위해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할 뿐 크게 이유를 묻는 사람들은 없다.


BX팀은 사실 암살무기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조직이다. 그들의 연구실은 보안을 3단계나 지나야 하는 지하 5층에 위치하고 있어, 회사의 다른 직원들과 동선이 완벽히 분리되어 있다.


"하아, 참 이거, 차라리 대 놓고 폭탄을 만들라고 하면 진작에 끝냈겠구만."


 사실 BX팀은 소련과 미국의 냉전이 한창이던 시절, 정부의 비밀지령를 받아온 회장의 지시로 야심차게 은밀하게 만들어진 조직이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냉전 시대에는 스파이 및 정부 특수요원들이 대거 양산되었고, 서로 간의 침투 및 그림자 작전을 위해서는 익히 알려진 것과는 다른 종류의 무기가 필요했다. 영화 "007"은 사실 미국과 소련간의 스파이 전쟁을 극화화 한 거라고 이해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극 중의 특수요원들은 신기한 무기들을 자주 사용한다. 평상시에는 일상용품처럼 사용하다가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무기로 변하는 것들 말이다. 클라이밍 쇠줄이 튀어나가는 손목시계, 시한폭탄이 내장된 만년필, 소총으로 변하는 우산... 영화적 상상력으로만 만들어졌다고 보이는 것들이 실제로 개발되어 사용되던 것들이다. 그러고 그런 특수무기의 상당수가 이곳, BX팀에서 개발된 제품이다.


"아니, 저거 우리한테는 외부로 발설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다고 그렇게 강조를 하더니, 이제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아요. 대체 영화작가들은 저런 비밀을 어떻게 입수하는 거죠?"


"어허, 황선임. 보고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밖에 나가면 어리숙한 척. 그게 우리의 기본자세야. 아무리 영화에 똑같은 물건이 나와도 우리는 모르는 거야. 심정은 이해하지만 흔들리면 여기서 오래 근무하기 곤란해."


 김책임도 황선임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긴 하다. 젊은 시절 온몸을 불살라 당시 기술로는 지금 봐도 무리라고 여겨지는 신기에 가까운 물건을 만들어줬는데, 특허 등록도 못 하게 하고, 올해의 상상전자 우수직원 신청도 못 하게 하고, 남은 건 절대 밖에는 내놓지 말라는 미국 CIA 국장의 감사패와 소정의 격려금이 다라니. CIA 국장의 감사패도 좀 생뚱맞다. 대기업 연구원인데 왜 CIA 국장이 나한테 감사패를 주나.


 당시엔 그래도 재미가 있었다. 어디서 돈이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연구비가 무한대로 지급되었다. 예산같은 개념도 없었다. 김책임은 본인의 생각과 판단으로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껏 하고, 그걸 현실화시키는 것이 재미있었다. 월급을 받고 다닐게 아니라 입장료를 주고 와서 일을 하라고 해도 너무 그게 재미있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할 만큼 신나게 일했다. 그리고, 그 일은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킨다는 커다란 명분도 주어지는 일이었다.


 그렇다. 그가 맡아하고 있는 일은, "특수무기개발"


 비밀요원이 쓰는 특수무기는 "국방과학연구소"에서 만들 수가 없다. 정부조직은 생각보다 예산 사용이 투명하며, 연구실적을 다 공개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도록 은밀하게 일 하는 방법은 대충 다 비슷하다. 실력이 좋은 민간기업에 맡기는 것. 비용은 대규모 세금 감면이나 국책과제 연구비 지원이나 뭐 그럴싸한 명목으로 어떻게든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감사원 감사도 국정감사도 안 받으니 민감한 비밀이 새어나갈 걱정이 없으며, 상대적으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덕에 제작되는 제품의 품질도 믿을 만하며 일처리 속도도 빠르다. 비밀요원을 가장 많이 가동하던 미국은 필요한 특수무기의 개발을 우방국에 은밀히 제작의뢰를 했는데, 이는 자국 내에 이미 퍼져있던 소련 스파이를 경계해서 그렇다는 설과, 워낙 많은 종류의 특수무기를 만들려면 미국도 역부족이라 이걸 할당할 수밖에 없었을거다 등 다양한 설이 있다.


 비밀요원은 언제나 일반인 틈에 섞여 생활하므로 특수무기란 것이 드러나면 안 된다. 그래서 비밀요원들의 특수무기는 그냥 봐서는 일상생활소품 하고 똑같이 생겼다. 그래서 옛날에는 무기를 숨기던 외형이 카세트 플레이어, 우산, 노트북, 신발 밑창 등일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흘러 냉전이 끝나자, 비밀요원들도 다 본국으로 돌아갔다. 덩달아 특수무기의 소요도 줄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건 아니다. 냉전시절의 스파이 전쟁이 끝나자, 제3세력들의 테러가 주 전쟁인 시대가 되었다. 예전의 특수무기 시장이 비밀요원을 위한 무기였다면, 요즘에는 테러조직 수장을 암살하는 무기를 개발하는 쪽으로 특수무기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었다.


  BX팀에서 만든 특수무기 중 하나는 "폭발하는 스마트폰"이다. 이 제품은 그냥 봐서는 진짜 고급 스마트폰하고 똑같이 생겼다. 심지어 스마트폰 중에서도 기본 성능이 좋고 진짜 통화도 된다. 이걸 개발 의뢰한 CIA 전략은 이랬다.


1. 누구나 탐낼만한 스마트폰을 시장에 푼다. 
2. 돈 많은 테러리스트 수장이 이걸 사서 쓴다.
3. 스마트폰을 도청해서 AI로 분석한다.
4. 특정 고유 목소리 주파수에서 특정 단어가 들리면 그 사용자를 테러리스트 수장으로 특정할 수 있다.
5. 신원이 확인되면 그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에 고유 코드를 전송해서 펑~!


 그들의 전략은 멋지게 성공했다. 자폭기능을 담은 "슈퍼노바-알파" 폰을 출시했고, 다수의 테러조직을 깔끔하게 소탕했다. 그런데, 문제는 한 달 뒤에 일어났다.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 당시 플레이아데스 성단에 위치한 H73869-a 항성이 폭발한 것. 허블망원경으로 1시간 노출촬영을 해야만 인식이 되는 머나먼 우주의 작은 이벤트에 불과했지만 이 영향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만만치 않았다. 이 초신성은 매우 특이하게 라디오별(매우 강한 전파를 내뿜는 별) 특징을 띄며 폭발했는데, 이때 발생된 라디오 신호의 패턴이 때마침 "슈퍼노바-알파" 폰의 자폭 시그널하고 매우 유사해버린 것. 그래서... 폭발하지 말아야 할 일반 대중들이 가진 "슈퍼노바-알파"폰도 여기저기서 폭발하기 시작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폭발코드가 100% 일치하는 것은 아닌지라, 완전폭발이 아닌 부분폭발만 일어나서 그나마 인명피해가 별로 없었다는 것.


 화들짝 놀란 상상전자는 이 자폭폰을 몽땅 회수하고, 자폭코드를 지우고 다시 출시했다. 그리고 상상전자는 이 분야의 자폭폰 사업을 접어버렸다. 해당사건 이후로 자폭폰 수법이 테러단체에도 알려져서, 더 이상 테러 수장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CIA는 전략을 바꾸었다. 이번에는 좀 더 확실하게 집 전체를 날려버리자. 의뢰받은 폭발물의 외형은 드럼세탁기. 그들이 상상전자 BX팀에 의뢰한 조건은 아래와 같다.


1. 누구나 탐내는 멋진 디자인과 성능을 가진 세탁기 일 것.
2. 외관상으로는 일반 제품과 차이가 없을 것.
3. 폭발물 탐지장치로 절대 사전탐지가 불가능할 것. 
4. 세탁물에 묻은 DNA를 분석해서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기능을 갖출 것.
5. 폭발력이 충분히 크며 충분한 살상 능력을 가질 것.
6. 컨트롤 센터에서 자폭코드를 전송하면 즉시 폭발할 것.
7. 폭발 시 화약 잔여물 등의 테러 징후를 절대 남기지 말 것.


목표를 하달받은 김책임은 고민에 빠졌다.


"아니, 자폭폰 '슈퍼노바-알파'는 리튬이라도 마음대로 쓸 수 있어서 폭탄을 숨기기 딱 좋았는데, 폭발물을 쓰지 않으면서 폭발하게 만들어라? 이거, 설탕은 쓰지 말되 달게 만들어라는 소리하고 뭐가 달라?"


"이거 뭐 꼭 맥가이버 놀이 하라는 것 같은데요? 재료는 한정되어 있는데 알아서 창의적으로 만들 것."


프로젝트 멤버인 황수석도 말을 거든다.


"그래, 황가이버. 뭐, 상황이 그러면 그래야지. 언제 우리 의뢰인들이 쉬운 숙제를 준 적이 있었나. 주어진 재료가 뭐야?"


"뻔하죠, 김책임님. 세탁기니까, 모터 들어가고, 문 들어가고, 철판있고, 전자기판있고.... 대충 그게 다예요."


"이 와중에 세탁기가 인터넷에 접속까지 되게 하라네? 세탁기가 왜 인터넷에 접속이 되어야 하지? 그럼 당연히 의심할 거 아니야? 요구가 지나친 거 아냐?"


"음... 그건, 목적을 그럴싸하게 만들고 불필요한 기능을 넣고, 그 뒤로 숨기면 될 것 같아요. 음... 빨래하며 지겨우니, 세탁기에 태블릿을 달고, 기다리며 영화를 다운받아 볼 수 있도록 해 볼까요?"


"이봐.... 황선임. 이게 아무리 무제한 예산 프로젝트지만, 누가 세탁기에 붙은 태블릿으로 영화를 보겠나. 차라리 세탁기하고 전기차를 결합하겠다 그래."


"하하하.... 김책임님. 그냥 브레인스토밍이죠. 뭐라도 생각이 날까 봐서. 누가 진짜 한댔나요."


"으음... 이건 어떨까? 요즘 모든 가전은 사실 컴퓨터잖아. 세탁기도 세탁 프로그램이 있고. 세탁 프로그램이 좋아지면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하고 통신기능을 넣는 거지."


"버리는 배달용기 설거지한다는 소리처럼 들리긴 하지만, 그리 나쁘지 않은데요? 음, 그럼, 스마트폰으로 세탁기를 제어할 수 있다고도 해 볼까요? 어차피 아무도 안 쓰겠지만, 세탁기가 인터넷에 연결되야 하는 명분으로는 괜찮을 것 같아요."


"역시 황가이버야. 그래그래. 일단 명목은 그럴싸하다. 대충 그런 핑계를 들어서 인터넷에 연결만 시키면 DNA 분석정보를 인터넷으로 올릴 수 있을거야. DNA분석은 세탁조 안쪽에다 분석센서 하나만 안 보이게 달면 그만이야. 요즘에는 센서 기술이 좋아서, 피부각질 하나만 떨어진 게 물에 퍼져도 분석이 되거든. 그나저나 CIA도 대단하지~ 잠재 테러리스트들까지 모두 DNA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니. 우리 DNA 정보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야. 세상에 숨을 곳은 없어."


"몇 해전 아프가니스탄에서 예방주사를 공짜로 놓아준다는 핑계로 탈레반 전사들 다수에게서 DNA를 채취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그런 걸 해 뒀으니, 이런 말도 안 되는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거라고."


"DNA 분석도, 분석한 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CIA로 보고하는 것도 방향이 나왔는데, 정작 폭발 자체는 어떻게 하죠? 이번에는 리튬을 쓰기도 힘든데."


"황가이버. 있는 재료의 특성만 쓰는거야. 에너지는 전기 에너지를 모으면 가능해. 세탁기에 모터가 들어가니까, 폭발에너지의 축적은 모터의 물리적 회전력을 조금조금 비축해서 안 보이게 쌓아두었다가, 일순간 세탁기 문으로 에너지를 넘겨서 순식간에 유리 파편이 폭발하도록 해 보면 어떨까?"


"음.. 그러니까, 일단 모터를 돌리면서 조금조금 태엽처럼 물리적 탄성력을 어딘가에 저장시키고, 임계수치 이상으로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CIA 지령이 떨어지면 마치 일순간 망치를 타격하듯 세탁기 문의 유리를 가격하자는 이야기죠? 오~ 폭탄 아니라도 폭발할 수 있겠는데요? 화약도 전혀 남지않고. 그런데, 이 정도로 살상이 가능할까요?"


"세탁기 문을 유리문으로 만들고, 충격시 최대한 칼날처럼 쪼개지도록 결정모양을 사전에 유도하면 가능할거야.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는 일부러 무기로 설계된 흔적이 보여서는 안 되니까, 딱 주어진 기본 재료만으로 폭발효과를 극대화하는것이 중요해."


황선임과 김책임은 그렇게 시제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시제품은 훌륭하게 동작했다. 디자인은 멋있었으며, 세탁 성능은 좋았고, 와이파이로 스마트폰과 인터넷에 연결되어 세탁과정도 보여주고 세탁 프로그램도 다운받을 수 있었다. 그걸 위해 만든 건 아니지만, 어쨌든 훌륭해보였다. 당연히 백도어는 CIA와 연결되었고, DNA 분석 센서도 잘 작동했다. 자식처럼 만든 제품을 자폭 테스트 하는 것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지만, 폭발무기의 본질은 폭발이니까. 자폭코드에 세탁기 원형문이 칼날처럼 쪼개서 비산되며 세탁실의 모든 사람을 죽이기에 충분한 폭발이 일어났다. 모든 요구사항 만족.


자폭기능을 담은 세탁기의 모델명은 "엘레나"로 명명되었다. "엘레나"는 중동 및 서남아시아 테러단체를 겨냥해서 만들어졌고, 제품이 빠른 속도로 현장에 풀렸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은밀하게 테러단체를 소탕하고 있다는 피드백이 들려왔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세탁기가 폭발했다는 말도 안 되는 기사가 올라왔다. 그럴리가 없는데. 한국 시장에는 이 자폭모델을 푼 적이 없는데. 그리고 자폭코드 없이 폭발할 리가 없는데.


수거팀이 급파되어 문제의 세탁기를 연구소로 가지고 왔다. 김책임은 세탁기의 잔해를 보자마자 탄식을 지른다. "하아... 이럴수가..."


한국향 모델이 아니다. 서남아시아에만 수출되던 고유모델이다. 설마 이 큰 세탁기를 거기서 사서 도로 한국으로 가져올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는데, 이걸 또 해 내는 사람들이 있는 게 세상이다. 거기서 팔고, 여기서 새 걸 사는 것이 물류비용 생각하면 훨씬 쌀 텐데.... 그건 평범한 사람들 생각이고. 안 그런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아니 그런데, 자폭 코드 전송 없이 어떻게 폭발했을까? 자폭세탁기 "엘레나"는 당연히 보안장치가 달려서 자폭코드 없이는 자폭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보안장치가 망가져있다. 자폭세탁기 "엘레나"는 50hz에서만 동작하도록 모든 기판이 설계되어 있는데, 이걸 억지로 한국 60hz 주파수에서 쓰다보니, 보안장치 보호기판이 타버린거다. 타 버리려면 동시에 다 타버리지, 메인보드는 살아있는데 이것만 타 버렸다. 그래서 제어장치가 풀리고 폭주해서 폭발이 일어나버렸다.


"김책임. 이걸 어떻게 수습하면 좋겠나. 무고한 고객이 다칠 것 같은데."


"오상무님. 저는 이게 설마 한국에 들어올 거라고 상상을 못 했습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건, 에너지가 100% 축적되기 전에 폭발해서 그나마 폭발이 적었어요."


"아니, 폭발이 크냐 작냐가 문제가 아냐. 이거, 어떻게 수습할 거냐고."


"사실 마땅한 방법이 없습니다. 동일 모델을 쓰는 고객들에게 위험상황을 알리고, A/S센터가 출동해서 자폭기능을 회수해서 오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 엎질러진 물이지. 내, 사장님께 보고드릴테니,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빨리 움직이자구."


그렇게 그들은 예방 캠페인을 통해 국내에 숨어있는 자폭세탁기 "엘리나"의 자폭장치를 회수하였다. 그런데 그건, 신고된 "엘레나"에 해당되는 일일 뿐, 숨어있는 "엘레나"가 몇 대나 더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본인이 하는 일이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고 정의를 이룬다고 굳게 믿어왔던 김책임은 "슈퍼노바-알파" 프로젝트와 "엘레나" 프로젝트를 통해 회의감이 들었고, 심히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는 몇 날 며칠을 괴로워하다가 오상무를 찾아갔다.


"오상무님. 저는 더 이상은 BX팀에서 근무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세상에 이로운 일을 하고 싶지, 아무나 죽이는 무기를 세상에 내놓고 싶지 않아요."


"김책임. 이 순진한 친구야. 자네는 너무 멀리왔어. 이런 많은 비밀을 알고 있는 자네를 누가 순순히 풀어주겠는가. 정부와 CIA가 표적을 얼마나 정교하게 살해해오는지 봐 와서 알잖아? 누구보다 정밀 암살기계의 위력을 자네가 제일 잘 알잖아? 자네는 표적이 안 될 자신이 있나?"


김책임은 그제서야 이 BX팀이 거대한 감옥임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시상이 되어준 기사들입니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792729&plink=ORI&cooper=NAVER

https://www.dispatch.co.kr/577507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10712/38755162/1

https://www.ytn.co.kr/_ln/0103_202208190512287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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