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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Sep 10. 2022

문어(2/4)

4부작 단편 SF소설

 본 소설은 SF입니다만, 각종 Data 및 수치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으니 그냥 재미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편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144


지구 출발 715일째.

전망대 창으로 유로파가 선명히 육안으로 보인다. 예정대로 유로파 공전궤도에 안착했다. 임무기준 연료량 69%, 현 연료잔량 62%. 태선장은 생각했다.


"임무 계획을 바꿀 수밖에..."




"크루 여러분,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모두 모여주세요."


우주선이 유로파 공전궤도를 한 바퀴 반 돌면서 정확한 착륙지점을 찾는 동안에 선장은 모든 크루를 소집했다.


"임무 계획 변경이 불가피합니다. 연료 잔량이 아슬아슬합니다. 현재 계획으로 착륙선에 3명이 탑승하면 지구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어요. 착륙선 탑승 인원을 2명으로 줄이고 착륙과 이륙에 소모되는 연료를 아껴야 합니다."


"그럼, 누가 남지요 선장님? 착륙선에 탑승할 한 명은 우주생물학자고, 한 명은 행성지질학자이고, 나머지 한 명은 착륙선 조종사 선장님이신데요."


"착륙선을 조종해야 하니, 제가 빠질수는 없습니다. 이번 탐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외계 생명체 확인이며, 행성지질조사는 그 다음이니 아쉽지만 지질조사 담당 한크루가 빠질 수밖에 없겠습니다. 모두의 무사귀환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니 양해해주세요."


"선장님, 그건 너무 가혹한 조치입니다. 저는 이번 탐사를 위해 선발 및 훈련에 2년, 지구에서 여기까지 또 2년을 보냈습니다. 여기서 돌아가려면 또 2년이 걸릴거구요. 그런데 아무 소득도 없이 지구에 돌아가라구요? 6년을 아무것도 안 하고 허송세월하면서? 그럴 바에는 여기서 뭐든 인류 최초의 업적을 남기고 죽고 싶다고요."


"이봐. 한크루.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나는 선장이야. 모두를 책임지고 살릴 의무가 있다고."


"아니 선장님!"


"자네를 무시해서가 아냐. 모두를 위한 조치일세. 명령에 따르게. 민크루, 지구에 변경 계획을 전송하고 최종 승인을 받도록."




약 1시간 후.


"선장님, 지구로부터 회신이 왔습니다. 지질 조사는 포기하고 생명체 확인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이건 사실 연료 부족시 원래 정해진 매뉴얼이야. 지구 본부에서도 대안이 있을 수가 없어."


"한크루가 상심이 큰데요. 선장님"


"그럴테지. 민크루하고 김크루가 잘 좀 달래 봐. 어쩔 수 없잖아."




 해모수 우주선이 유로파를 3회 공전했다. 해모수 우주선에 장착된 적외선 카메라와 장파장 라이더(Lidar)가 조합되어 3D 지표 지도 작성을 완성했다. 이제, 안전한 착륙지점을 찾을 차례.


"한크루. 안전한 착륙지점을 찾기 바랍니다. Data 검증하고 보고 바래요."


".............네.. 선장님."


 한크루는 여전히 목소리에 힘이 없다.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을 인정하곤 있지만 유로파에 최초로 발을 디딘 행성지질학자라는 영예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지금껏 견뎌온 세월을 무가치하게 만드는 것 같아 견디기 힘든 것이다. 그렇지만, 착륙을 하든 안 하든, 착륙지점 탐색은 해모수 크루로서의 당연한 의무이자 임무.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착륙 지점의 요건은 아래와 같다.


1. 역분사 엔진의 열을 감당할 수 있도록 얼음지역이면 안 된다. 착륙선 15ton에 충격하중 및 이륙하중 55ton을 지지할 수 있는 단단한 암반을 찾아야 한다.

2. 착륙 다리가 감당할 수 있는 오토 레벨라이징은 +-15도이다. 경사면이 +-15도 이내를 유지하는 평평한 지역을 찾아야 한다.

3. 사령선과의 거리가 멀면 안 된다. 이 역시 연료 소모와 관계된다. 사령선 공전궤도에서 +-5도 이내의 이심률을 보이는 궤적만 허용된다.

4. 1번과는 역설적이게도 얇은 얼음지각이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 얼음지각을 뚫고 지표 아래 있는 바다를 탐색하는 것이 이번 탐사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완성된 3D 지표 지도를 토대로 총 12군데의 추천 지점이 형성되었다. 실제 지반 검증은 드론을 날리고 지진계를 설치한 후 지표에 무게추로 충격을 가해서 반향파를 분석해서 지각의 안정성을 검증하면 된다. 광학 분광 분석을 통해 얼음지표는 제외하고 가급적 무거운 원소가 집중되어 있는 추천 착륙지점 2곳만 무인탐색토록 계획이 확정되었다. 그 곳은 반경 250m 이내에 얇은 얼음층에 접근하기도 가까운 완벽한 지점처럼 보였다. 탐색드론은 단 한대. 드론이 동작하지 않거나 탐색 중 잃어버리기라도 한다면 착륙선을 위험한 도박을 할 수밖에 없다.


"붉은가재호, 사출!"


탐색드론인 붉은가재호가 사출되었다. 공대지 미사일 기술에서 발전한 우주선에서 지표로의 탄착유도 기술이 빛을 발한다. 붉은가재호는 목표 지점까지 자유낙하하다가 목표지점 상공 100m 부근에서 역분사 엔진을 가동했다. 지구에서 시대를 초월한 우수한 기술은 대부분 전쟁기술에서 발전한 것이 인류사에선 무척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람을 죽이려고 개발한 기술이 바로 후대에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선진 기술이 된다니.


붉은가재호는 착륙지점의 정밀 사진을 사령선에 송부했다. 넓적한 바위가 듬직해보인다. 방해물도 안 보이고 평평하다. 붉은가재는 착륙지점에 정밀 지진계를 설치하고, 역분사 엔진을 가동해서 다시 고도를 높인 후 25kg 짜리 무게추를 낙하시킨다. 설치된 지진계가 반응한다. S파 전파속도 12km/s. P파 전파속도 10km/s. P파 반향파 2.7초 후 발생. 사령선은 모두 환호한다. 지반이 충분히 단단하며, 기반지각이 두껍다는 의미이다.


"우와~! 첫 탐색에 이 정도 발견이면 대박인걸요~ 두 번째 지점은 탐색하지 않아도 되겠어!"


"예, 선장님. 기대 이상으로 지반이 탄탄하네요."


"좋아. 4번째 공전에 착륙선 하강 시뮬레이션하고, 5번째 공전에 내려갑시다. 모두 준비하세요. 김크루는 지금까지 관측결과와 착륙계획을 정리해서 지구에 보고하세요."


"알겠습니다. 선장님."




"민크루, 준비되었죠?"


"네. 선장님. 조금 떨리네요."


"다 잘 될 거야. 잘 돼야만 해."


다섯, 넷, 셋, 둘, 하나. 착륙선 사출.



해모수 우주선에서 비둘기 착륙선이 분리되었다. 엔진 가동없이 압축질소의 5초간 분사가 사출 동작의 전부이다. 나머지는 유로파의 중력이 알아서 해 줄 것이다. 착륙 30초 전부터 착륙자동시퀀스가 가동되며 역분사 엔진이 가동되며 선장은 만의 하나 있을지 모를 돌발변수를 가정하며 착륙각도와 착륙속도를 통제하는 수동운전 준비를 할 것이다.


백번도 더 해 본 시뮬레이션이지만, 노련한 태선장 역시 긴장하긴 마찬가지였다.


"아, 제발 수동운전까지 안 갔으면 좋겠어....."


역분사 엔진이 가동되었다. 순간적인 감속으로 2G의 중력가속도가 온몸에 걸렸지만, 유로파의 중력은 지구의 1/6밖에 안 되므로 점차 1/6G 수준으로 착륙선에 걸리는 중력가속도가 감소하였다.


"착륙합니다. 5,4,3,2,1. 착륙!"


 착륙다리에 장착된 서스펜션이 91%까지 압축되었다 회복되었다. 무난히 착륙 성공. 착륙지점에 단 60cm만 벗어난 거의 완벽한 착륙이었다. 서울에서 찬 축구공이 뉴욕에 있는 축구골대에 쏙 들어간 것과 비슷한 비율의 정확성. 아직까진 순조롭다.


"여기는 비둘기. 안전하게 착륙했다."


"다행입니다. 선장님."


"탐사차량을 분리하죠. 차량으로 이동 탑승합시다."


1969년 달 탐사때와는 다르게, 우주인들은 직접 유로파의 표면에 내려 걷지 않는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착륙선에 탐사차량으로 옮겨 탄 후, 탐사차량에 탑승한 채 유로파를 탐험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생명유지장치를 가동하는데 훨씬 안전하고 거추장스러운 우주복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 전체 경비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



"탐사차량 하강합니다."


비둘기 착륙선에서 탐사차량이 와이어에 걸린 채 천천히 하강한다. 쿵~. 하강완료.


"오늘은 역사적인 날입니다. 우리 인류가 유로파 위성에 처음 방문한 날입니다. 이것은 한 인간에게는 작은 시도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전입니다."


태선장은 1969년 첫 달탐사 시 지구로 전송한 소감문을 오마주한 유인탐사 기념 소감문을 전송하였다.


"자, 이제 바다 탐험하러 가야지?"


"입구를 잘 찾아야 할 텐데요. 선장님."


"이미 붉은가재호가 잘 찾아놨잖아. 믿어보자구"


 탐사차량은 붉은가재호가 선택한 얇은 얼음지각층에 도착했다. 이곳이 해양층의 입구가 맞기를.

 탐사차량은 얼음지각에 구멍을 뚫을 수 있는 장비를 장착하고 있다. 핵전지를 활용한 열원으로 얼음지각을 녹이는 방식. 시간당 50m 두께를 녹일 수 있으니 얼추 4시간 정도면 200m 정도 되는 이곳의 얼음지각을 녹일 수 있을 것이다. 길이 열리면 지체없이 지하 해저로 잠수정을 투입해야 한다. 핵전지 방산열의 도움이 없다면 도로 금방 얼어붙어 해양의 입구가 닫히기 때문이다. 잠수정은 항행 능력이 없이 탐사차량에 와이어로 매달린 채 오르내릴 뿐이긴 하지만 첫 해양탐색 시도로 이 정도만 기능해도 만족스러울 것이다.


"핵전지 드릴 가동 전에 열 및 방사능 차폐판을 펼치도록."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좋아. 탐사차량 고정확인. 에너지 레벨확인. 지각두께 확인. 핵전지 드릴 가동!"


위이이이이이잉~


차폐판이 있음에도 후끈한 복사 열기가 차량 내부까지 느껴진다. 고정된 탐사차량 아래쪽으로 커다란 구멍이 순식간에 뚫린다. 핵전지 드릴 중심축이 차량과 멀어질수록 인가되는 에너지가 점점 커지면서 구멍을 만드는 속도도 빨라진다.



"조금만 쉬자고. 네 시간 걸릴테니. 민크루도 눈 좀 붙이세요."




 4시간 후. 드디어 지각 아래 해수면이 열렸다. 신세계로 들어가는 길이 열린것이다.

 핵전지 드릴 덕분에 길이 열려 있지만 시간이 별로 많지 않다. 핵전지 가동이 멈추면 빠르게 도로 얼어붙어 문이 닫힐 것이다.


- 3편으로 계속 -

https://brunch.co.kr/@ragony/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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