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Oct 29. 2022

나는 댓글 부자가 되고 싶다

그렇다고 댓글 강요하는 글은 아녜요

 철학적 주제라 처음부터 너무 딱딱하게 썼다가 중간에 말문이 턱 막혀 싹 지우고, 자체 질의응답 식으로 솔솔솔 쓰기로 했습니다. 역시 브런치는 힘 빼고 써야 합니다.


Q1. 댓글 부자가 무슨 말인가요?

A1. 발행한 글에 댓글과 대댓글이 주렁주렁 자라는 글을 보유한 작가란 말이죠.


Q2. 댓글이 많이 달리려면 구독자가 많아야겠네요?

A2. 전혀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구독자가 수천 되는 작가님들 중에서도 작품의 댓글이 0에 가까운 분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구독자 숫자는 필요조건이긴 한데, 충분조건은 아닌 것 같아요. 반대로, 구독자 수와 라이킷 수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데, 유독 댓글이 많은 작가님들이 계십니다.


Q3. 브런치 구독자가 수 천이면, 독자 반응도 뜨겁지 않나요? 잘 이해가 안 되는데 왜 그런 일이 벌어지나요?

A3. 구독자가 수천 되는 대작가님들 중 댓글이 0에 수렴하는 일이 벌어지는 건, 그 작가님의 글이 소통형 글이 아니라서 그래요. 예를 들면, 매일 건강정보나 신문기사를 요약해서 포스팅하는 글이거나, 전문영역의 전문 정보를 꾸준히 올리시는 작가님들 중에 이런 경향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짐작컨데, 이 작가님들을 구독하시는 독자님들은 태반이 브런치 "작가"님들이 아닌 것 같아요. 말 그대로 "독자"에 충실하신 분들이죠. 엄청난 조회수에 비해 댓글은 빈약한데, 그 빈약한 댓글에 대댓글이 전혀 없는 글들도 많이 보입니다. 말 그대로 "정보전달"을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계정이에요. 아, 오해하실까 봐 강조하지만 이게 절대 나쁘다거나 잘못되었다는 뜻은 절대 아녜요. 그저 댓글 부자 계정하고 대비해서 설명하려는 것뿐이니까요.


Q4. 그럼, 구독자 수는 많이 없는데, 댓글이 많은 집은 무슨 특징이 있나요?

A4. 아, 이게 오늘 제가 말하려는 핵심이에요. 이거 너무 포괄적 질문인데... 좀 나눠서 말씀드릴게요.


 Q3에서 말했듯이, 브런치 작가님들의 성향은 다 제각각입니다. 브런치라는 공간을 철저히 "글쓰기" 기능에만 집중해서 활용하는 "작가" 성향 만렙이신 분도 계시고, 글은 거의 안 쓰시며(혹은 작가 인증을 통과 못해 못 쓰시며) 타인의 작품을 읽는 공간으로만 쓰시는 분도 계시죠. 저처럼, 글도 쓰면서 글도 읽는 반반 작가 독자 성향을 가진 분들도 물론 많이 계십니다.


 브런치 작가는 일단 "인증"이라는 절차를 한 번 거쳐 들어오신 분들이라 기본적인 필력은 다 가지고 계신 분들이에요. 다만, 기본적 필력과는 상관없이 타인의 글에 댓글을 단다는 행위는 말처럼 쉽지 않은데 이건 작가-독자 간 주파수도 맞아야 하고, 독자가 작가의 작품을 진중히 이해도 해야 하고, 어느 정도의 교감도 가져야만 가능한 일이거든요.


 독자-작가 간 교감을 만들어 가는 일은, 제 경험상 일반적으로 이렇게 이루어진다고 봅니다.

 브런치 작가가 작품을 하나 올려요. 그러면 그 글이 브런치 나우에도 뜨고, 운이 좋으면 브런치 대문에도 갑니다. 그러다 그 글에 교감을 하는 사람들의 라이킷을 받아요. 작가는 어떤 사람들이 나에게 라이킷을 줬나 궁금해지죠. 그렇게 작가가 라이킷 한 작가님 집에 찾아가요. 그 작가님 글을 읽다 보면 내 마음에 주파수가 움직이는 글이 보여요. 그럼 나도 라이킷을 눌러놓고 오죠. 마음에 꼭 들면 댓글도 남기고요. 이제 라이킷을 받은 작가님이 그 댓글을 봅니다. 서로 작가이고 서로 본인이 올린 글을 읽은 상태이니, 심적으로 꽤 많이 가까워진 상태예요. 그 상태에서 대댓글을 정성스레 남기고, 다음 글을 또 찾아 읽고 하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면 현실 친구 이상으로 친밀감이 쌓입니다. 그렇게 구독자가 되는 거지요.


 처음 라이킷을 누르든, 댓글을 달든, "딩동"하며 초인종을 누르는 과정이 있어야 해요. 그리고 "딩동" 누른 초인종에 반갑게 반응을 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딩동" 눌렀는데 반응이 없으면 관계는 그걸로 식어버리죠.


 라이킷 누르는 것보다 100배는 어려운 게 댓글을 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단,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고 나만의 생각과 감상이 정리가 되어야 댓글을 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댓글에 대댓글을 다는 건 더 어려워요. 작가는 댓글이 달리면 댓글을 달아주신 독자가 무슨 생각 무슨 감정으로 이 글을 쓰셨나 공감하고 대댓글에 반응해야 하는데, 이걸 하려면 본인이 쓴 글을 다시 주욱 읽고 - 그대로 댓글을 읽고 - 그 감정으로 대댓글을 쓰면 좀 더 수월해집니다. 대댓글 10개를 쓰려면 자기가 쓴 글 10번은 다시 읽어야 한단 말이에요. 이렇게, 댓글 하나하나 맞춤형 대댓글이 더해지면 짧은 글만으로도 진중한 소통이 이루어지죠.


 댓글이 많은 집의 제1요건은 진솔하고 진중한 대댓글에 있습니다. 물론 이게 전부만은 아니지만요.

 

Q5. 아니 그것만 해도 어려워 보이는데, 그럼 다른 요건이 또 뭐가 있나요?

A5. 모든 건 인풋 아웃풋이죠. 관계란 상대적인 거고요.

 본인 글에 많은 댓글이 달리길 바라시면, 본인도 상대방 글을 진중히 읽고 많은 댓글을 달고 와야 해요. 물론, 작가 본인의 필력이 출중하면 Q4만 해도 충분하지 싶은데, 필력이 정말 출중하신 분들은 댓글 맛집 건너뛰고 본편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시는 경우가 많으니 모든 게 완벽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보통의 브런치 작가님들은 본인의 창작활동과 더불어 브런치 월드 탐험을 즐기시고 탐험 과정에서 글감을 찾고 나누는 과정을 거쳐 본인 작품에 반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타인의 글을 사유하며 진중하게 댓글을 남기는 행위는 본인의 창작활동의 밑거름이 됨과 동시에 향후 본인 작품의 댓글이 되는 씨앗을 심고 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댓글과 대댓글의 중요 인자 중 하나는 주파수 맞춤이에요.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등의 단답형 댓글과 대댓글은, 없는 것보단 낫지만 요래서는 아무 울림도 사유의 진중함도 없어요. 댓글은 짧은 독서감상문 영역에 속하며 대댓글은 독서감상문의 감상문이 되어야 한다구요.


Q6. 말만 들어도 어렵고 머리 아프네요. 돈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해야 해요?

A6. 하하하~ 브런치 월드에선 구독과 라이킷을 강요하지 않듯이, 댓글 대댓글도 아무도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왜 저렇게까지 하냐면요, 정말 재밌어요 저런 행위 자체가.

 브런치 작가에 입문하고 나머지 유흥활동을 싹 끊었다는 작가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는 40대 중반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비디오 게임과 게임방송을 즐기는 게임보이입니다만, 게임하는 시간보다 브런치 활동하는 시간이 월등히 많아요. 사람은 누구나 인정욕구, 소통욕구가 있고 타고난 성격으로 현실세계에서 그걸 잘 못 하시는 분들이라도, 브런치 월드에서는 닉네임이라는 가면을 쓰고 활동하니까 그게 한결 쉬운데, 다른 사이버 세상에 비해서 현실세계 못지않은 진솔하고 깊은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에요. 댓글 대댓글을 주고받으며 서로 공감을 하고 인정을 받고 친밀감과 만족감이 높아지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처럼 이 역시 SNS 중독이라면 중독인데, 중독되는 깊이가 좀 다른 차원이라고나 할까... 친밀감 소통도 좋지만 너무 몰입해도 좋지 않습니다. 적당히 자제 자제.

 이런 관계가 지속이 되려면, 작가 본인과 잘 맞는 이웃 작가님을 잘 만나셔야 해요. 현실적으로 이런 소통관계는 수천 명과 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그릇의 크기가 다르지만 저는 100여 명 정도가 한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Q7. 대충 알겠는데, 구체적인 사례 좀 소개해주시겠어요? 교과서만 읽고 연습문제 안 푼 느낌이라...

A7. 깊은 사유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대가님이 계십니다. 브런치 월드에서 댓글 맛집 댓글 명인으로 유명하신 분이지요.

https://brunch.co.kr/@vagabond-story

 댓글과 대댓글이 얼마나 사유의 크기를 확장하며 깊어지는지 한번 느껴보시기 바래요.




 구독자가 많고 라이킷과 댓글이 많은 브런치 계정이 꼭 성공한 계정이라고는 할 수 없어요. 이걸 크게 키워 개인방송이나 홍보의 플랫폼으로 쓸 생각도 없고 어디 자랑할 것도 아닌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래요. 저는 그저 처음에 목적한 바와 같이 진솔한 이웃 작가님들과 함께 글 쓰는 동력을 함께 얻고 일상의 감상과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용도로 브런치를 가꾸는 사람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댓글 부자는 되고 싶어요. 댓글 하나에 100원씩 적립돼서 연말에 브런치가 현금으로 바꿔주면 더욱 좋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진솔한 댓글 하나에 제 삶이 좀 더 풍요로워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오늘도 모두에게 즐겁고 아름다운 브런치 월드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통령실 새 로고를 바라보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