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시간을 지사 안에서만 보내고 밖에 거의 나가지 않아요. 이동의 자유가 없는 건 아닌데 AJ&K(아자드 잠무 & 카슈미르)주의 외국인 보호정책으로 외국인이 AJ&K주 내에서 이동하려면 반드시 경찰이 호위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 피차 번거롭고 불편해서 어지간하면 안 나가려 하거든요.
가끔 시설 좋은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나를 경호하는 건지 감시하는 건지...) 성향상 원래 집돌이를 넘은 방돌이에 가까워서 밖에 나가기 힘든 제약이 별로 힘들진 않습니다. 다만 삶이 매우 단조로워서 한 달 치 기억이 다 거기서 거기고 요일 개념이 흐릿해지는 부작용이 생기네요.
상황이 이런지라 회사에선 1년에 한 번 전지휴가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어요. 1년에 딱 1주일 특별 해외 휴가! 군대로 치면 100일 휴가 느낌하고 비슷하려나요ㅡ
저는 성향상 여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홈 스위트 홈이 최고죠ㅡ
그런데 이렇게 뚝 떨어지는 공짜 휴가가 아깝잖아요. 가긴 가야지. 어딜 가나 고민 중에 브런치에서 친해진 @Gino박진호 작가님의 이탈리아 관련 글과 그림을 좀 보다가 멋있어보여서 더 큰 고민 없이 이탈리아로 정했어요. 이왕 가는 거 이웃 국가도 스위스도 일정에 넣구요.
무계획 상팔자로 자유분방 살아온 인생이라 모든 생활이 무계획적이고, 루틴이란것도 거의 없는 사람이라 계획짜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마감파워는 샘솟는 인간이라서 떠나기 직전까지 인터넷 폭풍검색해가며 빡빡하게 시간 짰어요~~~ 그대로 다 하려나 몰라요....
출발 막판에야 계획짜느라 그것말고 아무것도 못했지만 얼추 대충 된 것 같습니다. 브런치 글 쓸 시간도 당연히 없었는데 출발 당일 지금 공항이 한산해서 시간이 많이 남네요. 떠나기 직전에 출국게이트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어요.
일주일 내내 조마조마했습니다. 공항 길 막힐까 봐.
요즘 PTI당의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가 이끄는 Long March(긴 행군)의 수도 도착이 매우 임박했거든요. 주요 도로엔 벌써 무장경찰과 도로 봉쇄용 컨테이너가 배치되고 있습니다. 정부 명령만 떨어지면 도시가 봉쇄 상태가 되는 거죠. 그러면 식자재도 기름도 떨어지고 당연히 공항 가는 길도 막혀요. 도시 주민들이 먹거리부터 사재기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