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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Nov 19. 2022

잠시 해외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이탈리아 스위스 여행

파키스탄 지사에서의 제 삶은 등대지기와 비슷합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지사 안에서만 보내고 밖에 거의 나가지 않아요. 이동의 자유가 없는 건 아닌데 AJ&K(아자드 잠무 & 카슈미르)주의 외국인 보호정책으로 외국인이 AJ&K주 내에서 이동하려면 반드시 경찰이 호위해야 하는 규정이 있어 피차 번거롭고 불편해서 어지간하면 안 나가려 하거든요.


가끔 시설 좋은 감옥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나를 경호하는 건지 감시하는 건지...) 성향상 원래 집돌이를 넘은 방돌이에 가까워서 밖에 나가기 힘든 제약이 별로 힘들진 않습니다. 다만 삶이 매우 단조로워서 한 달 치 기억이 다 거기서 거기고 요일 개념이 흐릿해지는 부작용이 생기네요.


상황이 이런지라 회사에선 1년에 한 번 전지휴가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어요. 1년에 딱 1주일 특별 해외 휴가! 군대로 치면 100일 휴가 느낌하고 비슷하려나요ㅡ


저는 성향상 여행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홈 스위트 홈이 최고죠ㅡ

그런데 이렇게 뚝 떨어지는 공짜 휴가가 아깝잖아요. 가긴 가야지. 어딜 가나 고민 중에 브런치에서 친해진 @Gino박진호 작가님의 이탈리아 관련 글과 그림을 좀 보다가 멋있어 보여서 더 큰 고민 없이 이탈리아로 정했어요. 이왕 가는 거 이웃 국가도 스위스도 일정에 넣구요.


무계획 상팔자로 자유분방 살아온 인생이라 모든 생활이 무계획적이고, 루틴이란 것도 거의 없는 사람이라 계획짜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마감파워는 샘솟는 인간이라서 떠나기 직전까지 인터넷 폭풍검색해가며 빡빡하게 시간 짰어요~~~ 그대로 다 하려나 몰라요....


출발 막판에야 계획짜느라 그것말고 아무것도 못했지만 얼추 대충 된 것 같습니다. 브런치 글 쓸 시간도 당연히 없었는데 출발 당일 지금 공항이 한산해서 시간이 많이 남네요. 떠나기 직전에 출국게이트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어요.


일주일 내내 조마조마했습니다. 공항 길 막힐까 봐.

요즘 PTI당의 임란 칸 전 파키스탄 총리가 이끄는 Long March(긴 행군)의 수도 도착이 매우 임박했거든요. 주요 도로엔 벌써 무장경찰과 도로 봉쇄용 컨테이너가 배치되고 있습니다. 정부 명령만 떨어지면 도시가 봉쇄 상태가 되는 거죠. 그러면 식자재도 기름도 떨어지고 당연히 공항 가는 길도 막혀요. 도시 주민들이 먹거리부터 사재기를 하고 있습니다.


https://tribune.com.pk/story/2386518/red-alert-issued-ahead-of-ptis-long-march


19일~20일 중 시위대가 들이닥칠 거라 예상했는데 출국 시점이 19일 새벽이라 다행히 시위대 도착 전에 무사히 출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이륙까지 한 시간 남았어요.



공항 전경 몇 장 올려봅니다.

새벽 3시 반 사진인데 벌써 사람들이 많네요~

타 공항과는 좀 다른 게 공항 입구 게이트부터 검문검색이 매우 까다롭구요, 수하물 X-ray가 바로 출입문에 붙어있어요. 출국당사자 말고 환송객은 건물에 들어오지도 못해서 입구가 저렇게 붐빈답니다.


출국심사 단계마다 이탈리아 비자 어딨냐고 자꾸 물어봅니다. 어, 그런 거 없는데. 나 한국인. 프리패스 OK? 아이 해브 슈퍼 패스포트.

신기해하며 쳐다보더니 옆 동료한테 맞냐고 물어봅니다. 어... 내가 틀렸나? 이제 비자가 있어야 가나...? 소심해지려는 찰나 들여보내 줍니다.

사실 이 나라 국민은 타국 단기여행 가려해도 관광비자가 필수인 나라이니 프리패스 여권을 잘 이해하지 못해요. 새삼 대한민국 국격과 국력이 느껴집니다. 우리나라 좋은나라 부강한 나라! 나라가 힘이 있어야 외국 나와도 대접받고 삽니다.


일단 큰 계획은, 이탈리아 로마 피렌체 가서 주변 연계 도시 살짝 들르고 스위스 넘어가서 인터라켄 중심에서 여기저기 돌아보고 올 계획입니다. 처음 가보는 곳이고 인솔자도 없지만 뭐 다 사람 사는 곳이니 어떻게든 되겠지 맘먹고 있습니다.


무탈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해외 다녀온 새 이 나라 시위 소식도 좀 잠잠해지길 바라봅니다.


며칠 제가 잠잠하더라도 돌아다니는 중이라 바빠서 그러려니 이해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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