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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Nov 30. 2022

무사귀환을 환영합니다

웰컴 투 파키스탄

 기나긴 일주일간의 이탈리아-스위스 배낭여행을 마치고 무사귀환하였음을 신고합니다.

 소소한 사건사고가 없지는 않았지만, 경찰이나 대사관, 보험사에 신고할 일 없이 무탈하게 귀환한 게 어디냐며 스스로 위로하고 있습니다. 다행입니다.


 역시 나이 들어 배낭여행은 무리입니다.

 체력도 체력이거니와, 대다수가 20대로 구성된 배낭여행객들과 친구가 되기도 어렵습니다. 역시 뭐든 그 나이에 해 봐야 어울리는 일이 따로 있는 법입니다. ㅠㅠ


 사실, 저 혼자 떠난 해외여행은 이번이 생애 처음인데요.

 역시 준비한 만큼 보이고, 계획한 만큼 덜 고생하는 것 같습니다. 한 번 경험해봤으니, 다음번에 계획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은 드는데,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이다음에는 패키지 여행으로 그냥 돈으로 질러야겠다 마음먹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매우 압축적인 일정으로 많이 보고 왔습니다. 딱 일주일 다녀왔는데 기억창고가 일 년 치는 더 확장된 느낌이네요. 이런 맛에 여행을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날마다 새로운 곳을 다녀오다 보니, 시간도 매우 천천히 지나간 것 같습니다.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어서 활자화해서 정리해야겠습니다.


 다녀온 곳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탈리아 : 로마(입국)-나폴리(폼페이)-소렌토(포시타노)-피렌체-시에나-산 지미냐노-피사

스위스 : 인터라켄-뮤렌-고르너그라트(마테호른)-취리히(크리스마스 마켓)-출국


 일주일에 다 찍고 오느라 빡빡했답니다. 걷기도 엄청나게 걸었어요. 하루 평균 2만보, 16km 이상 걸었네요. 체력적으로 힘에 부쳐서 여행 막바지에는 그냥 집에 가고 싶었어요. ㅠㅠ


 이번 여행의 교훈 몇 가지를 정리해봅니다.


1. 계획은 가급적 미리미리. 디테일하게

 - 딱 아는 만큼 보이고요, 아는 만큼만 즐길 수 있습니다. 만일 이다음에 여행을 한다면 여행 준비를 반년 넘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여행은 너무 급하게 허둥지둥 나가서 뭔가를 많이 놓치고 온 것 같아 조금 아쉬워요.


2. 가격이 싸면, 싼 이유가 반드시 있다

 - 숙소 건 음식이건 교통이건 가격이 싸면 싼 이유가 반드시 있습니다. 이다음 여행 시에는 너무 최저가만 생각하지 말고 질과 가치를 다 고려해서 결정해야겠어요...


3. 경험에는 돈 아낄 생각을 하지 말자

 - 유럽 성당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뭐 하고 들어갈 생각 자체를 안 했는데, 현장에서 마음을 고쳐먹고 입장권을 다시 구매했었습니다. 평생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곳에 큰 돈 들여 갔는데 몇 천 원 몇 만 원 아껴서 중요한 곳을 안 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사실 너무 쫌스러웠던거죠. 현장에서 구매하느라 돈은 돈대로 더 많이 들고, 시간은 시간대로 뺏기고... 그랬답니다.


4. 가급적 나이에 맞게 살아라

 - 인생 처음 해외 배낭여행이었습니다. ㅠㅠ 나이 지긋한 중년이니 무거운 배낭 짊어지고 걸으면 도가니도 아프고 혼자 밥 먹기도 서럽고 여행친구 만들기도 쉽지 않습니다.(라떼를 피해 자유를 찾아 간 여행인데 라떼족 만나면 싫어해요.....ㅠㅠ) 이다음 여행은 영어실력 좀 더 늘리고, 연회복 맞춰 들고가서 입고 선상에서 우아하게 와인 마시며 크루즈 여행하며 세계갑부들하고 친구하고 싶어요. ㅠㅠ


5. 여행 전 미리 체력을 길러놔라

 - 여행객은 어쩔 수 없이 많이 걸을 수밖에 없습니다. 체력이 안 돼서 Skip한 곳이 많아요. 하루 20km 걸어도 너끈할 정도의 체력은 필수입니다.


6. 영어 공부 좀 더 해라

 - 서바이벌 수준은 된다고 생각하고 대책 없이 나간건데, 뭐 딱 서바이벌 수준이라 속사포처럼 쏴대는 현지인들 말 알아듣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딱 서바이벌만 하고 왔네요. ㅠㅠ 영어공부 좀 더 해야겠다고 강하게 와 닿은 여행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는 끊어질 듯 아팠던 다리말고는 몸은 이상 없었는데, 도착하자마자 감기에 걸려서 골골하고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지사 내 감기환자가 많다고 보고를 받았는데, 지사 도착한 첫날 저도 피해가질 않는군요. 여행지에선 아프지 않아서 천만다행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파도 집에서 아파야죠. ㅠㅠ


 다시 가라고 하면 못 갈 것 같은 여행이었지만, 인생 기억이 무척 풍요롭게 바뀌는 계기가 되는 여행이었습니다.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하나하나 기억 보따리를 꺼내 볼 테니 같이 즐겨주세요~ ^_^/


 귀환을 환영해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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