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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04. 2022

이탈리아 남부 여행(I)

여행 이틀 차(2022.11.20. 일.). 폼페이 유적지 탐방.

(전날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187




 2022년 11월 20일, 일요일. 이탈리아 여행 이틀 차.


 다들 노곤한 여행객들인지라 코를 많이 곤다. 나도 코를 골며 잤을래나? 설마. 새벽에 알람이 울리기 전에 먼저 깼다. 푸욱~ 편하게 잔 느낌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시간 잤다고 한결 몸이 낫다.


 오늘은 이탈리아 남부 투어를 신청한 날. 폼페이 유적지 - 소렌토 전망대 - 아말피 해안도로 - 포지타노 마을을 하루에 둘러보는 당일 관광객에게 정형화된 일정이다. 여기를 대중교통으로 돌아본다면 돈은 조금 아끼겠지만 연계 시간을 맞춰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남부지역은 한층 더 위험한 지역이라 익히 알고 있어서 별 고민 없이 단체 투어를 미리 신청했다.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다. 망했네. 왜 11월 12월이 이탈리아 여행 비수기인지 이제 절실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행객은 당연히 태반이 야외활동인데, 이 시기엔 비가 너무 자주 오며 습해서 쾌적하지 않기 때문이다.


 침대 바로 옆자리, 배낭여행객 청년이 마침 같은 투어를 신청했다고 해서 무척 반가웠다. 그래도 얘기 나누며 갈 수 있는 사람이 생겼구나. 새벽 6시 반쯤 아침 도시락이 배달되어 왔다. 이곳 민박집은 역과 매우 가깝고(5분 거리) 조식을 한식 도시락을 제공해주는 집이라 시설이 좀 낡긴 했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 같다. 한식 도시락은 흉내만 낸 게 아니라 정말 한국식 맛이 난다. 오~ 여행 와서 한식 먹을 거라곤 예상 못했는데 완전 좋았다.


아삭아삭 무김치가 특히 맛있었던 새벽 한식 도시락


 후다닥 도시락을 알차게 비우고, 간단히 양치를 하고 약속장소로 나갔다.



 상당히 이국적인 새벽풍경. 왜냐면 이국이니까ㅡ 역시 하늘이 맑아야 예쁘다. 선진국의 제1조건은 깨끗한 하늘이 되어야 한다고 느낀다.


 늦지 않게 갔는데 이미 많이 와 있다. 출석 체크하고 버스 탑승. 역시 비수기라 만차는 안 되고 여유로웠다.



 일단 출발. 아래가 우리 가이드 선생님.


 출발한 직후 벌써 자욱한 안개가 밀려온다. 어어.... 이러다 안개만 보고 가는 거 아닐까ㅡ 살살 걱정이 밀려온다.(다행히 안개는 곧 가셨다. 종일 비는 오락가락 하긴 했지만.)



 한 시간쯤 달려 도착한 휴게소. 버스가 몰리는 바람에 10분을 줄 서서 물한병 샀는데 얼마 줬더라 1.5? 2.5유로? 어쨌든 한화로 2천원이 넘어서 비싸네 비싸 하며 살까 말까 망설이다 목말라 죽지말자하며 샀다.

 


 투어에 이용했던 단체버스. 안전하고 튼튼해보이는 볼보 버스인데, 특이하게 앞 뒤로 출입구가 있다.



"여러분, 여기가 세계 3대 미항, 나폴리입니다."


....? 응? 어딜 봐서 미항? 다 쓰러져가는 오래된 낡은 건물밖에 안 보이는구만. 가이드 선생님이 설명을 해 주신다. 


"항구는 배가 들어올 때 먼 바다에서 바라볼 때 예쁜거예요. 이따 항구를 먼 발치에서 바라보면 왜 나폴리가 미항인지 눈으로 확인하실 수 있을거예요."


오늘의 일정. 폼페이 찍고, 소렌토 보고, 포지타노 마을까지.


 나폴리, 소렌토는 모두 치안 상태가 안 좋아서 도심지 관광은 하지 않는다고.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항구는 거친 노동자 및 밀입자들이 많은 곳이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탈리아는 난민을 너무 많이 받은 데다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해서 자의 반 타의 반 범죄자가 된 외국인들이 너무 많다며 항구도시의 개인관광을 극구 조심하란다. 그래서 차를 탄 채, 외부 전경만 구경하는 걸로 정리.


 어쨌든 1차 목적지. 폼페이 도착. 사실 남부 투어는 폼페이 와 보려고 신청한거다. 여긴 가이드 없이 온다면 돌무더기만 보고 아무것도 안 남는다고 하니, 좀 비싸도 꼭 가이드 투어를 권한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폼페이를 멸망시킨 베수비오 화산. 오른쪽 사진이 폼페이 입구.


폼페이 사전지식을 링크안내 드리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일독하고 사진감상하시길. (사실 안내하는 본인도 다 안 읽어봄....)


https://namu.wiki/w/%ED%8F%BC%ED%8E%98%EC%9D%B4



1. 마리나 문(Porta Marina)

 개찰구를 통과하자마자 아치 문이 보이는데, 이 문이 마리나 문(Porta Marina). 항구로 통하는 문이라는 뜻이며, 과거에는 언덕이 시작되는 왼쪽에 항구가 있었다고 한다. 

폼페이 입구에서 만나는 첫 전경. 포르타 마리나(Porta Marina)
왼쪽문은 인도, 오른문은 차도였다고
도시 입구에 있는 바리케이드 같은 돌. 규격화된 마차만 들어올 수 있는 검문대 같은 역할이라고 한다.
차도와 인도의 경계가 명확하다. 차도 중간중간 흰 돌이 보이는데, 이건 야간 통행 가이드를 위한 반사석이라고.
경계석에는 이렇게 말을 묶어둘 수 있는 구멍이 난 부분이 있다. 주차장인 셈이지.


2. 포럼(Forum)

 직사각형 모양의 큰 광장. 정치 문화 경제의 중심지가 되는 곳이었다고 한다. 저 멀리 베수비오 화산이 잘 보인다. 포럼에서 베수비오 화산을 바라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의 최고신인 주피터 신전을 볼 수 있다.

무슨 문인지 기억이 안 나는데, 액자같은 프레임의 대형 문 앞에서 인생 사진 찍는 행렬을 만날 수 있다. 

산 앞으로 보이는 기둥 다섯 개의 터가 주피터(제우스) 신전


3. 공중목욕탕과 찻집, 음식점

 공중목욕탕 내부가 아주 과학적으로 잘 만들어져 볼 것이 많다던데 아쉽게도 내가 방문한 날은 개방하지 않았다. 공중목욕탕 출구로 나오면 찻집과 음식점이 연결되어 있었다. 2,000여 년 전에도 목욕 후 식혜 한  잔 먹는 문화는 크게 다르지 않았을 터.


4. 개조심 경고문

 자세히 보면 정밀한 모자이크 타일이다. 2,000여 년 전 만들어져 화산재에 폭 파묻혔다 나왔을 텐데 10년 전 거라고 해도 믿을 만큼 보존상태가 양호하다. 그 당시 정밀한 타일 장식은 부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5. 화덕과 맷돌

빵공장과 제분소인 격. 오늘날 화덕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6. 우물터

 우물마다 고유의 문양이 있어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을 거라고 한다. 우물터 한쪽 벽만 닳아있는데, 물 뜨는 자세를 하려면 여길 손으로 디뎌야 해서 닳았을 거라고. 손으로 돌을 닳게 하려면 얼마나 많이 이용했단 말인가.


7. 마차 바퀴흔 및 기타 전경

 마차가 얼마나 많이 다녔으면 돌길이 저 지경으로 닳았다.


8. 희생자 화석

 엄밀히 말하면 화석은 아니고, 캐비티(공극)에 석고를 주입해서 본을 뜬 거라고.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9. 아본단차(Abbondanza) 거리

 폼페이 도시의 중앙도로 격이었다고 한다. 첫 번째 사진의 저 커다란 흰 세 개의 돌은 포럼으로의 마차 진입을 막는 바리케이드.


10. 홍등가

 항구도시답게 홍등가가 있다.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도 그림만 보고 찾아오라고 돌에 의미심장한 표식까지 새겨놓았고,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면 홍등가가 있다. 벽에는 노골적인 그림이 있으며, 손님이 "이렇게" "저렇게" 요구할 수 있었을 거라고. 


11. 수도관

2,000년 전에도 없던 게 없었나 보다. 담벼락을 따라 가지런히 놓인 대나무 같은 게 고대 수도관.


12. 폼페이 대극장

 5,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반원형 극장과 이를 이어주는 사각 회랑이 있다. 문화공연도 활발했을 터. 이날 가보진 못했지만 도시 내에는 폼페이 대극장보다 훨씬 규모가 큰, 콜로세움 축소판인 원형경기장도 있다.


반원형 극장 주변의 사각 회랑


13. 해안 요새와 감옥

 풍광 좋은 곳의 해안가 호텔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감옥이었다고.


 폼페이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고 도시 전체를 말하는 곳이다. 제대로 돌아보려면 하루종일 돌아봐도 모자랄 듯 하고 주요 명소만 돌아봐도 최소 반나절이 걸릴만한 곳인데 오늘은 가야 할 일정이 많은 여정이라 채 두시간도 못 둘러봤다. 사전지식 없이 가이드 없이 그냥 온다면 사방 천지 널려있는 돌무더기만 보다 갈 확률이 높으니, 미리 공부를 하고 오시거나 좀 돈이 들어도 가이드와 함께 문화설명을 듣고 가시길 추천드린다. 역사와 문화에 관심이 많으시다면 "폼페이 최후의 날" 영화 및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오셔도 좋을 듯.


https://namu.wiki/w/%ED%8F%BC%ED%8E%98%EC%9D%B4:%20%EC%B5%9C%ED%9B%84%EC%9D%98%20%EB%82%A0


고즈넉한 시골 돌담길 같기도 하다




 여행기를 쓰다보니, 여행기가 아니라 사진해설기가 되어버렸는데 아 망할 인터넷이 지극히 느린 동네 살고 있어서 힘들어서 오늘은 이만 쓰렵니다. 21세기 하고도 22년 말인데 4K 동영상도 아니고 사진 몇 장 올린다고 이리 힘들어서야 되겠습니까아아아아~~~~ ㅠㅠ 대한민국 그립습니다. ㅠㅠ


(다음편 예고 : 스쳐가는 나폴리, 소렌토와 포시타노 마을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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