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pr 23. 2022

전기세? 전기요금!

전기세가 아니다. 전기요금이다. 억울하다.


 나는 발전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다.

 업에 대한 의무감으로 입사한 것은 전혀 아닌데, 이 방면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국민을 위한 사회필수재 공급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무척 단단해졌다. 생계형 직장인이긴 하지만, 수십 년 다니는 직장에 자부심과 애착이 없으면 그만한 지옥이 또 어디 있으랴. 그런 면에서 나는 참 다행이다.(설혹 그것이 회사의 세뇌 과정이라 할 지라도... 사실, 발전 업무는 자긍심과 의무감이 어느 정도 충족되지 않으면 오래 다니기 힘들다. - 공공의 영역이라 돈을 받지 않고 무료봉사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인트로가 조금 장황했는데, 다 이유가 있다.


 최근 한전을 나무라는 브런치 글을 읽었다. 요지는 복지부동하고 부서 간 업무 핑퐁 치며 국민들의 고혈을 "전기세"로 받아먹으면서 잘하는 것도 없이 자기들 성과급은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는 분노에 찬 글이었다. 물론 그 작가가 열 받는 전후 사전도 충분히 공감이 되었고, 한전 직원은 아니지만, 공기업의 업무처리란 게 내부 직원인 내가 봐도 불합리하고 갑갑한 부분도 있는 것은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는 사실이기도 하지만, 사실 이게 또 공기업에 한정된 문제만은 또 아니다. 사기업은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모든 면에서 100% 합리적이지 않다.(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나는 젊을 때 국내 굴지의 10대 대기업 두 군데의 직원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 작가분 글에 방어적 태도로 일관하고자 쓰는 글이 아니다. 내가 오늘 심히 불편한 이유는 "전기세"라는 표현이다.


 전기세. 왜 전기가 세금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기세"는 잘못된 표현이다. 심지어 전기요금 자체에 "세금"이 부과되지도 않는다. 다만, 전기요금을 산정하는 전력구매단가에는 각종 세금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발전원가에 부과되는 세금이 전기요금까지 전가되는 구조는 맞다.


 http://www.greenpost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0265


 쌀세, 전화세, 통신세, 버스세.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이상하니까 아무도 이렇게 안 쓴다. 쌀가격. 전화요금. 통신요금. 버스요금. 이게 당연하다. 사용자가 쓴 만큼 지불하는 게 요금이다.

 그런데, 유독 전기세, 수도세 이 두 단어에 한해서는 "세금"이라는 표현을 붙인다.


 나는 한전 직원은 아니지만, 한전을 비롯한 시장형 공기업에는 정부 세금이 "한 푼도" 지원되지 않는다. 시장형 공기업은 말 그대로 일반 기업과 100% 동일한 재무 회계구조를 가진다. 기업의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금 또는 회사 명의로 발행된 사채나 주식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구조지, 세금의 지원은 없다.


 또 하나, 전기요금은 한전이 결정하지 않는다. 물론, 전기요금을 인상해달라고 항상 정부에 요구하긴 하지만, 스스로 전기요금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 전기요금은 산업부 산하의 전기위원회에서 결정하며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는 구조다. 그리고, 직원 성과급 역시 "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 평가 등급에 의해 결정되며 스스로 성과급의 수준을 결정할 수 없다.


 매번 저런 분노에 찬 글을 볼 때마다 한 편으로는 전력 고객분께 죄송한 마음이 들다가도 한 편으로는 억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공기업도 조직이라, 개중에는 일부 나태하고 책임회피형 인간군상들이 있다. 그렇지만 그런 인간군상 없는 조직이 있는가? 당연히 대부분은 성실하고 직업정신이 투철한 선량한 사람들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전기세"라고 쓰지말자. 전기요금에는 세금이 없다.

 배운 사람답게 "전기요금"이라고 사용해주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 작가 입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