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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16. 2022

피렌체 대성당 및 오페라 델 두오모 박물관 관람기

가는 곳마다 장엄하고 화려하다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200




 무사히 피사 투어 마치고 다시 돌아온 피렌체. 숙소가 있는 곳이라 이제 어쩐지 고향에 돌아온 느낌도 살짝 난다. 역사를 빠져나오려는데 나를 표적으로 돈 달라고 쫓아왔던 집시 여인... 개까지 데리고 다닌다. 쫓아오는 속도보다 더 빠른 도망... 여행객 다리가 튼튼해야 하는 이유다.


역사 주변에는 대 놓고 돈 달라는 사람들이 많다. 살짝 무섭다...


 역사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Novella). 첫날은 비 와서 못 가보고 아직 가보질 않았네. 한번 가보자.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Novella)
철로에 서 계시면 위험해요 아주머니


 피렌체에는 로마처럼 트램(노면전차)도 있지만, 어차피 도심 외곽으로만 다녀서 관광객이 탈 일은 없어 보였다. 이탈리아 답게 무단횡단은 어디서나 기본. 경찰도 신경 쓰지 않는 듯 보였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Novella) 정문
오벨리스크를 중심으로 잘 조성된 성당 앞 광장. 노천까페 및 음식점이 즐비하다.


 새벽부터 내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더니 슬슬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네.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은데 점심은 여기서 먹어야겠다. 적당히 주변을 둘러보다 입식 메뉴판을 보고 그리 비싸 보이지 않는 집을 선택해서 노천 테이블에 앉았다. 헉... 주문도 하기 전에 무섭게 생긴 흑인 여성이 수제 장신구를 사란다... 나 암만 봐도 돈 있는 여행객처럼 보이지 않을텐데? 잘 못 보셨습니다....


피자 한 판 1만 천원이면 리저너블. OK.
물 한 병 2유로, 마르게리타 피자 8유로, 자릿세 1유로


 제일 기본이라는 마르게리타 피자를 시켰는데 사실 조금 실망. 토핑이 저게 전부다. 피자 도우 위에 치즈 뿌리고 토마토 케첩 뿌린 맛? 아마 가운데 녹색잎은 바질이겠지? 마르게리타 피자는 정통 나폴리식 피자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피자가 한국식으로 변형돼서 토핑이 화려한 거지 사실 저 토핑이 원래 정통 레시피 맞다고 한다. 애피타이저로 빵과 올리브 오일도 주는데 이건 기본 서빙이다.


 토핑이 좀 심심하고 치즈가 조금 짜긴 했지만 배가 고팠던 관계로 한 조각도 안 남기고 냠냠. 밥친구가 누군가 있었다면 좀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Basilica di Santa Maria Novella)은 광장과 광장에서의 노천식당만 즐기고 다음 행선지로 이동. 이미 두오모(대성당) 표를 사뒀으니 거기 먼저 가야지.




 피렌체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Cattedrale di Santa Maria del Fiore)으로 다시 가보자.


 맑고 화창한 날씨, 광장의 노천까페는 오늘도 유럽 느낌이 물씬 나고, 광장 여기저기에 넓게 그림을 펼쳐놓은 노점상도 있다. 지나가다 그림을 밟게 되면 무조건 강매를 당한다고 하니 조심하자고.



 낮에 보는 대성당은 또 다른 느낌으로 웅장하다.


[좌] 내가 갔을 때 종탑/성당 입장 줄(몇 명 없다) - [우] 성수기 입장 줄... 끝이 안 보이네...(출처 : 나여추 까페)


 이탈리아는 11월 12월이 여행 비수기인데 비가 매우 잦으며 습하기 때문에 당연히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아니다. 다만 같은 이유로 장점도 있는데, 어느 유명한 여행지를 가도 줄이 매우 짧다. 성수기에는 한두 시간씩 줄 서는 건 예사라는데 극 비수기에 이탈리아 여행을 갔던 나는 어딜 가도 (유일하게 바티칸 박물관을 제외하고) 10분 이상 줄 서 본 기억이 없다. 뭐든 다 장단점이 있기 마련. 그런데 같은 이유로 나도 11월에 이탈리아를 가라고는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여행자에겐 날씨는 무조건 맑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 날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완벽했다.


 피렌체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입장 티켓은 아래 공식 홈페이지에서 미리 구매할 수 있다.


https://operaduomofirenze.skiperformance.com/en/store#/en/buy?bookable_y_n_a=a


입장권은 세 종류가 있다.


2022년 12월 14일 기준으로,


ㅇ 풀 패키지 Brunelleschi Pass

 - 모든 곳 제한 없이 다 들어갈 수 있는 종합권. 단, 성당 꼭대기인 쿠폴라에 올라가려면 일시를 지정해야 하며, 개시된 날로부터 3일간 유효하다. 성인 30유로.

ㅇ 세미 패키지 Giotto Pass

 - 쿠폴라만 빼고 다 갈 수 있다. 시간 지정 필요 없이 날짜만 고르면 된다. 시작일로부터 3일간 유효한 것은 동일하다. 성인 20유로.

ㅇ 탑에 안 가려면 Ghiberti Pass

 - 건강상의 이유로 종탑이나 쿠폴라에 올라갈 수 없다면 딱 그거 두 개가 빠진 기본 패스. 성인 15유로.


 대성당만 보려면 티켓이 없어도 무방하지만 Santa Reparata라고 하는 지하 예배당을 보려면 티켓이 있어야 한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세례당이 보수공사 기간이라 들어가 볼 수 없어 아쉬웠다.(세례당 폐쇄 : 2022년 10월 17일부터 12월 18일까지. 그렇다고 티켓 안 깎아줬다.)


 풀 패키지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빡쎈 등산만 두 번" 얘길 들어서 그냥 세미 패키지를 샀는데, 결과적으로 잘한 것 같다. 오전에도 피사의 사탑 올라갔었는데 조토의 종탑이나 쿠폴라도 만만치 않게 높단 말이지.


 조토의 종탑은 해 질 무렵 석양 보러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우선 성당과 박물관을 먼저 가 보기로 했다. 피렌체 대성당은 명성에 비해선 실내는 비교적 심심하고 소박한 편이다. 절대 빠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아마도 시에나 대성당을 먼저 보고 와서 그렇게 느껴지나 보다.


성당 내부. 무언가 실내공연? 행사? 준비를 하는 듯?
웅장하긴 하지만 화려함은 시에나 대성당에 못 미친다.


 성당 지하에 있는 Santa Reparata 예배당 유적. Santa Reparata는 순교자였던 성인(Saint)의 이름이라고 한다. 지하 예배당에는 필리포 브루넬리스키(Filippo Brunelleschi)의 무덤이 있다. 조각가 겸 건축공학자였던 그는 미완으로 남겨져 있던 피렌체 대성당의 돔(쿠폴라)을 설계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필리포 브루넬리스키(Filippo Brunelleschi)의 무덤


 Santa Reparata 예배당 위에 확장해서 지은 것이 현재의 대성당이다. 1296년 아르놀포 디 캄비오의 설계로 착공되었고 공사를 이어받은 프란체스코 탈렌티는 성당의 확장을 추진했다. 기술적 어려움으로 돔(쿠폴라)을 완공하지 못했었는데, 건축가였던 브루넬레스키의 혁신적 설계로 1420년 돔 착공에 들어가서 1436년 최종 완공했다고 한다. 완공 당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성당이었고 현재도 로마 산 피에트로 대성당, 런던 세인트 폴 대성당, 밀라노 대성당에 뒤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거대한 성당이라고.


https://blog.naver.com/the_trip/222852553356


이미지 출처 : 두산백과
현재의 대성당은 Santa Reparata 예배당을 시작으로 3단 확장을 거친다


Santa Reparata 예배당 유적 (대성당 지하)


 대성당 Santa Reparata 예배당을 봤으니 다음 장소로 이동. 피렌체 대성당에서 줄을 서야 하는 곳은 1. 대성당 2.쿠폴라 3.박물관 4.조토의 종탑 5.세례당 이렇게 다섯 곳이다. 이 중 쿠폴라는 반드시 시간 예약을 해야 한다.



조토의 종탑 반대편에 있는 쿠폴라 입구
여기가 오페라 델 두오모 박물관 입구. 좀 심심해보이는 건물 외관과는 다르게 내부는 볼거리가 많다.


 쿠폴라 패스는 안 샀으니 이제 바로 오페라 델 두오모 박물관으로 가보자.



 이 박물관은 1891년 첫 개관한 이래 확장 리모델링을 거쳐 2015년 재개관한 곳이다. 그래서 실내로 들어오면 꽤나 현대적인 느낌이 든다. 첫 관람구역은 대성당의 파사드(건물 정면부)를 재현시켜 놓은 곳. 햐~ 정교하게도 그대로 들여다 놨네~ 진짜 성당 파사드만큼이나 신비감과 위압감이 느껴진다. 수많은 예술가가 참여하여 만든 조각상을 해설해놨는데 솔직히 너무 많아서 누가 누군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천국의 문"으로 잘 알려진 세례당의 동문을 포함해서, 아래 순서대로 남문, 동문(천국의 문), 북문의 진품이 이곳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지금 세례당에 달려있는 문은 이것과 똑같이 생긴 모조품.

"천국의 문" 클로즈샷 / 전신샷. 저렇게 문 위에 조각까지 현장모습과 똑같다.(이게 진품.)


 동문과 북문을 제작한 기르베티는 이 두 청동문의 제작에만 합쳐서 50여 년 가까이 바쳤다고 한다. 일생을 불태워 만들어 낸 혼신의 역작. 뛰어난 작품을 남기고 떠난 덕에 후손들이 관광자원으로 두고두고 잘 써먹고 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5062701012730065002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에는 주로 부조나 조각상이 대부분이다. 대성당과 세례당을 장식하는 데 쓰인 진품/모조품들이 섞여있다. 부조판이나 석상 하나하나에 다 스토리가 있을 듯한데, 가이드가 없으니 생략. 그건 그것대로 그런 의미가 있겠지. 어쨌든 하나하나 눈이 휘황찬란하다.


 또 다른 구획은 쿠폴라를 어떻게 건설하고 완공하였는지를 보여준다. 설계개념 및 건설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동영상도 꽤나 흥미롭다. 쿠폴라 내부로는 최후의 심판 천장화가 그려져 있는데 정말 고생했겠다 생각이 든다.


 제단화도 보이고 무언가 엄청 화려한 은 세공품도 보이고 교황을 상징하는 것 같은 물건도 동상도 보인다. 여기저기 그냥 다 화려하고 장엄하다.



 도나텔로의 "마리아 막달레나(1455)" 진품이 이곳에 있다. 진품은 손도 못 대도록 유리 관속에 있지만 바로 그 인근에 관객들이 자유롭게 만져볼 수 있도록 모조품도 전시하고 있다.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76270&cid=46720&categoryId=68601



 주인공은 늘 마지막에 등장한다.

 미켈란젤로의 3대 걸작 조각상으로 불리는 피에타. 지점토로 빚어 만들라고 해도 흉내도 못 내겠구만, 이걸 어떻게 돌 한 덩어리에서 깎았단 말인가. 천재는 천재다. 사방 뱅뱅 돌아가며 사진을 찍었는데, 게 중 몇 개는 샷이 흔들려서 좀 아쉽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조각상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있는 작품이 가장 유명하지만,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에 있는 피에타 역시 미켈란젤로의 또 다른 피에타 작품으로 이 박물관의 시그니처격인 작품이다.


https://namu.wiki/w/%ED%94%BC%EC%97%90%ED%83%80 



 나가는 길 벽면에 위풍당당 장식된 독수리상. 적절한 어둠 속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으니 더욱 늠름해 보인다.



 오페라 델 두오모 박물관 투어는 여기까지. 아무런 기대없이 방문한 곳인데 역시 박물관 미술관 투어는 재밌다.



(다음 이야기 예고 : 피렌체 대성당 쿠폴라 건설 스토리 및 황금구체 낙하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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