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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17. 2022

피렌체 대성당 황금구체 낙하사건

피렌체 대성당 쿠폴라 및 베로키오의 공 이야기

(이전 이야기에서 계속)

https://brunch.co.kr/@ragony/201




 오페라 델 두오모 박물관의 진귀한 예술작품을 경건한 마음으로 감상하고 예술감 충만한 상태로 나왔다. 박물관에서 쿠폴라(돔)을 어떻게 건설했는지 자세히 보고 나왔으니 그 얘길 조금만 더 해보자.


 피렌체 대성당은 조적방식(쌓기)으로 건설된 세계 최대의 돔으로 유명한데, 성당 착공 당시에는 원래 이 크기가 아니었다. 1296년 처음 착공한 이래 몇 번의 설계변경과 공사 중단, 흑사병, 재확장 설계 등을 거쳐 짓기 쉬운 것부터 먼저 지었고, 착공한 지 71년이 지난 1367년 당시 로마 판테온보다 더 큰 지름 42m의 돔을 짓기로 최종 결정한 것. "때 되면 누군가 나타나 짓겠지~"라는 마음으로 돔만 남겨놓고 나머지만 먼저 지었는데 여전히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성당 중앙이 뻥 뚫린 채 51년간이나 공사가 중단되었다고. 좀 비약하자면 무한동력 자동차를  만들자고 결정해놓고 동력장치만 빼고 나머지만 먼저 만든 셈? 정말 대책 없이 대단하다...


 1418년,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모전을 시행했고 이때 등장한 사람이 건축과는 거리가 좀 먼 금세공사이자 시계공인 필리포 브루넬레스키(Filippo Brunelleschi, 1377~1446)였다. 그는 나무 비계를 쓰지 않는 혁신적인 시공법을 고안하여 1296년 성당이 최초 착공한 이래 140년 만에, 공모전이 시작된 1418년 이래 18년 만인 1436년, 드디어 돔을 완성하게 된다. 대성당은 이후 파사드의 시공 및 재해체를 거쳐 19세기 후반인 1887년에야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착공부터 완공까지 무려 591년이나 걸린 셈. 자세한 돔 건설 스토리는 나무위키 참조.


https://namu.wiki/w/%EC%82%B0%ED%83%80%20%EB%A7%88%EB%A6%AC%EC%95%84%20%EB%8D%B8%20%ED%94%BC%EC%98%A4%EB%A0%88%20%EB%8C%80%EC%84%B1%EB%8B%B9?from=%ED%94%BC%EB%A0%8C%EC%B2%B4%20%EB%8C%80%EC%84%B1%EB%8B%B9


 쿠폴라(돔) 시공법을 소개한 유튜브가 있으니 소개한다.

https://youtu.be/_IOPlGPQPuM


 피렌체 대성당 쿠폴라 꼭대기에는 베로키오의 공(Verrocchio's Ball)이라고 불리는 금도금된 구리공이 있다. 이 금박공은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Andrea del Verrocchio)에 의해 만들어져 1471년에 설치되었는데, 아마도 이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견습생 자격으로 이 공을 만드는데 참여했을 거라고 한다(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그의 작업노트에 이 프로젝트에 대한 언급이 있다고).


 1492년 이 구체는 갑자기 피렌체의 심볼이 되었는데 당시 피렌체 공화국의 통치자였던 로렌초 델 메디치(Lorenzo dei Medici,1449~1492)가 죽기 사흘 전, 번개가 이 구체에 떨어졌다고 한다.(우리나라에도 위인이 죽기 하루 전 별똥별이 떨어졌다... 뭐, 그런 스토리가 많다. 어떻게든 다 엮이게 되어있다. 사실 별똥별은 하루에도 수백 개씩 떨어지는 거 아닌감. 당연히 번개도 여길 많이 때렸겠지. 제일 높으니까.)


사진출처 : theflorentine.net


 쿠폴라 꼭대기 금속구 사진을 찾아봤다. 멀리서 보면 작아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거대하다. 정말 대단하다. 엔진 기중기도 없던 15세기, 114.5m 높이 꼭대기에 2톤이 넘는 금속구를 어떻게 올려서 고정할 수 있었을까. 현대 기술로도 쉽지 않아 보이는구만.


1601년, Verrocchio's Ball이 떨어진 자리


 직경 2.3m에 약 2톤이 넘는 금으로 도금된 이 구리공은, 피렌체의 가장 높은 건물의 금속구조물인 탓에 번개를 수없이 맞았는데 1601년 1월 27일에 번개를 맞아 결국 바닥으로 낙하했다. 박물관 입구 쪽에 보면, 저렇게 큰 흰색 둥근 마크를 볼 수 있는데, 이게 저 금속공이 낙하한 자리. 흰 마크 이외에 어떤 설명판도 볼 수 없는데 이건 피렌체 시민들이 금속공의 낙하를 매우 불길한 징조라 생각해서 공식적으로 회자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해서 그렇다고 한다. 어쩐지 네이버에서 아무리 Verrocchio's Ball 낙하에 관한 얘기를 찾아봐도 한글로 소개된 자료는 하나도 없더라니. 피렌치 시민들이 싫어하겠지만 한 시간 구글링해서 공부한 정보를 한글로 남기니, 피렌체를 방문하실 관광객들은 이 둥근 마크를 찾아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지 싶다. 낙하한 금속공은 공이 낙하한 이듬해인 1602년 10월 21일에 금세공 장인인 마테오 마네티(Matteo Manetti)가 열정페이(=무료)로 수선하여 재설치했다고 한다. 무료봉사였지만 영원히 이름을 남겼으니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을 터. 슬프지만 숭례문 화재 복구공사 때 공사비를 떼어먹고 결국 배상책임 판결을 받은 모 단청장 이야기가 오버랩된다.


[자료 조사원문]

The gilded ball was made by the workshop of Andrea del Verrocchio in 1471. It is said that a young Leonardo da Vinci, who at that time was starting his career in this workshop, directly worked on it.
After one year from the accident, thanks to the work of master goldsmith Matteo Manetti (that offered to do the job for free), the ball was placed back in its the original position on the 21st of October 1602.Over the centuries other lightnings have struck the gilded ball but luckily it never fell off again!  

https://www.palazzoguadagni.com/when-the-gilded-ball-fell-off-the-dome/
The golden copper sphere of Santa Maria del Fiore cathedral, made by Verrocchio on 1648, is placed on top of the dome on 1471. The sphere has been suddenly a symbol for florentine people, especially on the 5th of april of 1492 when, like a warning sign, 3 days before the death of Lorenzo dei Medici, a lightining hit Verrocchio’s masterpiece. The problem of electric discharges continue during all the 16th century untill, the 27th of january on 1601, the sphere receive another lightning and fell down with his 2,30 metres diameter and his 18 quintals of weight. In the exact spot where the sphere fell down they made a white marble plate still visible.

https://www.originalflorence.com/2019/09/19/santa-maria-del-fiore-and-the-golden-copper/


 자료 조사를 하던 중 발견한 기사. 이탈리아 중세 건물을 관람 중 심심치 않게 낙하사고가 발생한다고 한다.


https://www.yna.co.kr/view/AKR20180330174200109


 피렌체 대성당의 쿠폴라 외벽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상당 부분 뜯겨 나가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입장료도 많이 받으면서 보수공사 좀 하지... 비바람 몰아치는 날이면 역시 이불 밖은 위험하겠다.


쿠폴라 하단 외벽은 좀 위험해보인다.


 역시 관광자원은 고유한 스토리를 담고 있어야 한다. 프렌체 두오모,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꽃의 성모 마리아 대성당) 쿠폴라 및 베로키오의 공 이야기 끝.




(다음 이야기 : 베키오 궁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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