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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18. 2022

단테의 "신곡"은 그 시대 최신 판타지 소설이었다

피렌체 도심길을 따라 펼쳐보는 이탈리아 역사 문화 이야기

 박물관에서 나온 시간이 대충 오후 3시 40분.


 조토의 종탑에 오르기엔 시간이 좀 이르다. 뭐, 언제 올라도 상관은 없지만 해 질 녘 석양 풍경이 제일 예쁘단 소릴 들어서 11월 말 기준으로 일몰 시간 맞추려면 종탑 정상에 4시 반 ~ 5시 정도 도착하면 대충 비슷하다.

 30분쯤 시간이 남네. 뭘 한다? 못 가본 주변 관광지를 좀 둘러봐야겠다.

 피렌체는 관광포인트가 매우 오밀조밀 몰려있다. 로마는 제국답게 뷰포인트마다 거리가 애매하게 떨어져 있어서 차를 타기도 어중간하고 엄청나게 걸어야 했는데 피렌체는 대충 경 1km 안에 모든 게 다 있는 느낌?


 다음 뷰포인트는 시뇨리아 광장 주변에 있는 고건물 탐방. 일단 시뇨리아가 뭔지부터 공부해보자.


14∼15세기 북부 ·중부 이탈리아에서 코무네를 대신하여 성립한 참주정(僭主政).
도시국가 안팎의 당파싸움의 극복 또는 외부로부터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독재의 필요에서 발생하였다. 대개의 경우 공화정 하의 포데스타(행정관)나 카피타노 델 포폴로(시민대장)가 그 직권을 강화 확대하는 한편, 임기를 종신제로 바꿔 참주가 되었고, 그 지배를 세습화하여 황제나 교황으로부터 후백(侯伯)의 칭호를 얻어냄으로써 15∼16세기에는 진정한 군주제를 형성하게 되었다. 한편 시뇨리아에는 지배권위(支配權威)라는 뜻도 있어, 피렌체에서는 과두파(寡頭派)의 공화정부당국, 즉 최고행정기관 자체를 지칭하는 말로도 사용되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시뇨리아 [signoria]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코무네? 참주정? 아, 이거 파면 팔수록 끝이 없네. 내가 여행하러 왔지 역사 이탈리아 정치사 시험 치러 온 건 아니니까, 대충 군주정과 대비되는 말이 참주정이라는 것 정도로 이해하자. 대충대충 넘기고 일반인 시선으로 "시뇨리아" = "행정기관" 용어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즉 시뇨리아 광장 = 시청 광장?? 뭐 이 정도 느낌?


 어쨌든 이 부근에서 처음 찾아본 건물은 바르젤로 국립 미술관(Museo Nazionale del Bargello). 바르젤로(Bargello)는 "성" 또는 "요새"를 뜻하는 후기 라틴어 bargillus에서 유래한 말로 16세기 사법부 우두머리를 일컫는 단어라고 한다. 이 건물은 한 때 사법부 장관의 관서 및 교도소로 쓰이던 건물이라 미술관에도 이런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좀 무섭게 생기긴 했다.


 관람시간은 평일 오후 1시 50분까지. 폐관 50분 전까지만 표를 팝니다~ 라고 되어있다. 세계적 유명 전시관 맞으심? 문 무지무지 일찍 닫네... 바르젤로 미술관은 르네상스 조각의 전당이란 별칭이 있을만큼 조각 작품이 유명한 집이다. 시그니처 작품으론 도나텔로의 다비드, 미켈란젤로의 바쿠스 등이 있다고 하는데 나도 못 들어가 봤으니 잘 리뷰한 네이버 블로그를 보며 대리만족 삼자. 입구까진 갔다 왔으니 가긴 간거다.(찍고 왔다.)


https://blog.naver.com/dreamktg1/221548026481


 바로 인근에 있는 베키오 궁전(Palazzo Vecchio).

 어, 이름이 낯이 익네? 그렇지. 저 베키오 다리하고 이름이 똑같은데, "베키오(Vecchio)"라는 의미는 그냥 Old, "오래된"이란 뜻인데, 메디치 가문의 통치 건물로 지어졌다가 이후 강 맞은편의 피티 궁전으로 옮기면서 옛날 궁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이 건물은 현재에도 피렌체의 시청 건물로 쓰이고 있다.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위용의 벽돌 건물 베키오 궁전. 제일 위층 외벽에 각종 문장(아이콘)들이 즐비하다. 햇빛을 받고 있는 정면 왼쪽에서 두 번째 백합 아이콘이 메디치 가문 거라고 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


베키오 궁전 1층의 ㅁ자 회랑


 한 층만 올라가면 대회의실 격인 "500인의 방"이 나온다던데 여기 갔을 때는 그게 여기 있는 줄도 몰라서 못 보고 나옴.ㅠㅠ 그래도 ㅁ자 회랑까진 돌아보고 왔으니 가보긴 가 본거고 못다 본 것은 인터넷 블로그로 달래 보자.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910330&cid=42664&categoryId=42664


https://www.sisu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6848



 반경 500여 m 안에 유명 포인트들이 대충 다 있는, 관광하기 무척 편한 피렌체 도심.



 다시 찾은 단테의 생가 겸 박물관. 누군가 이렇게 보도블록에 단테의 얼굴을 새겨놓았다고 하던데 비 오던 밤에는 무척 찾기가 힘들었는데 오늘은 잘 보인다. 아마도 박물관 측에서 잘 보고 가라고 계속 물을 뿌려주고 있나 보다.


 영국에 셰익스피어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단테가 있다고 할 정도로 이탈리아인, 특히 피렌체 시민들의 단테 사랑은 대단하다. 읽어본 사람은 극히 드물지만 누구나 한번쯤 들어본 "신곡"의 저자 단테. 단테의 신곡이 왜 유명하냐면, 이 작품이 이탈리아어로 기록된 최초의 작품이며 이탈리아어의 가치를 드높인 작품으로서의 의의가 있다. 이 전 유명 문학작품은 모두 라틴어로만 기록되었다고 한다. 빗대어 보자면, 한글이 창제되었지만 언문으로 낮은 취급을 받고 고상한  하는 모든 기록은 한문으로만 기록되던 조선 시대하고 비슷하달까. 이탈리아가 아직 통일되지 못하고 도시국가로 통치되던 시절 당연히 각 도시국가마다 방언이 심했는데 통일 이탈리아 시대 이후 표준어의 지침이 된 작품도 이 단테의 신곡이었다고 한다. 최초 이탈리아어 작품이며, 작품이 재미도 있고 문학적 가치도 있고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을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학문 분야를 망라한 작품이니 굳이 이탈리아어 표준사전을 보급하지 않아도 이미 많이 보급된 단테의 신곡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단어 철자가 000이 맞아요? 아님 ㅁㅁㅁ이 맞아요?"

 "아, 그거 신곡 찾아봐바. 그러면 아무도 시비 안 걸어."


 단테 덕분에 피렌체 방언이 이탈리아 표준어가 될 수 있었으니 어찌 피렌체 시민들이 단테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지금은 들어는 봤지만 읽기는 어려운 용비어천가 같은 느낌이지만 당시에 신곡의 인기는 대중들에게 대단했다고 한다. 라틴어 말고는 읽을 수 있는 책 자체가 없던 시절 국어(=이탈리아어)로 쓰인 장편 판타지 소설이라니! 쏙쏙 이해가 된다. 인기가 없는 게 더 이상하지.

 신곡의 줄거리는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사후세계인 지옥,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신화 혹은 역사의 인물들을 만나 겪게 되는 이야기이며, 기독교 신앙과 윤리 및 철학을 고찰하는 내용이다. 요즘으로 치면 웹툰으로 흥행해서 영화까지 흥행한 주호민 작가의 "신과 함께" 스토리와 비슷하다 생각하면 되겠다.


이탈리아의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가 1308년부터 쓰고 죽기 1년 전인 1320년에 완성한 대표 서사시이다. 신곡은 이탈리아 문학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이자 인류 문학사의 위대한 작품으로 널리 평가받는다. 원 제목은 《LA COMMEDIA DI DANTE ALIGHIERI》로 한국어로 번역하면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미디(희극)'가 된다. 신곡(神曲)이라는 번역명은 일본의 작가 모리 오가이가 새로 만들어낸 단어이다. 한자 그대로 '신성스런(神) 노래(曲)'라는 뜻. 노래(曲)라고 한 것은 이유가 있는데, 행의 마지막 음절이 맞춰지는 압운이 계속해서 3번씩 반복되며, 한 행은 전부 11음절로 구성되어 마치 판소리처럼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은 하느님의 섭리와 구원, 그리고 그를 대하는 인간의 자유의지 문제를 중심으로 서구의 기독교 문명을 집대성한 문학작품이다. 다루는 범위는 예술과 문학, 역사, 전설, 종교, 철학, 정치학, 천문학, 자연 과학 등 인간의 삶과 지식에 관계되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서도 신곡은 균형과 절제를 통하여 문학작품이 구현할 수 있는 최고의 업적을 이루어냈다. 수많은 비평가들은 단테를 우주의 보편성을 지닌 시인으로 평가했고, 뛰어난 문학적 장치의 설계자로 인정했다. 신곡과 함께 단테는 호메로스, 세르반테스, 셰익스피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서양 문학사 최고의 위치에 있다.

- 출처 : 나무위키 "신곡"


https://namu.wiki/w/%EC%8B%A0%EA%B3%A1


 어쩌다 보니 내가 관심이 0.001도 없었던 단테 공부를 하고 있네. 역시 여행의 힘은 위대하다. 공부하면 이리 재밌는데 왜 학생 때는 지리 및 세계가 공부가 그다지도 재미가 없었을까나...


 이제 기온이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지고 해가 살살 진다. 해 지기 전에 꼭 할 일이 있지. 늦기 전에 조토의 종탑에 올라가 보자. 석양 찍어야 한다고!




(다음 이야기 예고 : 조토의 종탑에 올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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