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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Feb 16. 2023

슬램덩크-외전

프레임만 빌려온 팬노블. 원작과 관련없음.

 이 모든 건 박진호 작가님이 "제가 슬램덩크 세대가 아니라서 그런데요. 일본농구만화란 정도밖에 몰라요. 근데 왜 주인공들 이름이 한국이름이에요?" 물어보면서 시작되었다. 그러게... 왜 한국이름이지? 서사에는 그럴싸한 스토리가 필요하지. 일본에 사는 슬램덩크 주인공들 이름이 한국이름인 이유. 시작합니다.

* 당연한 말이지만 슬램덩크 원작과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 재밌자고 쓴 글이니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시면 안 됩니다. 진지하게 읽기 없기.




"아니 저 놈들이 기어이?"

"경비대장님, 어떡하죠?"

"경계구역 내 들어오면 발포하겠다고 경고방송하고, 선 넘으면 위협사격만 한다. 조준사격 하지 말고. 여차하면 전쟁이야."



 일본 측량선이 사전 연락도 없이 독도에 출범했다. 독도를 상시 경비하던 독도경비대는 측량선의 출몰을 즉시 핫라인으로 보고했고 경비규칙에 따라 매뉴얼대로 대응을 시작했다. 


 독도를 탐사하겠다는 구실로 보낸 측량선은 그냥 미끼였다. 독도경비대는 일본 측량선의 해상경계 침범을 허용하지 않았으며 이 과정에서 선체끼리 충돌하는 물리적 충돌이 있었다. 일본은 영토분쟁지대에 순수 과학적 목적으로 접근하는 측량선을 무력을 행사해서 막았다며 맹비난했고 한국이 지속적인 무력을 행사한다면 일본도 해상자위권을 사용하겠다며 강도 높게 나왔다.


 사흘 뒤, 선체 수리도 되지 않은 그 일본 측량선이 다시 독도에 나타났다. 경찰 조직인 독도경비대가 다시 선체를 충돌시키며 해안경계선을 지키려는 찰나, 저 멀리서 날아온 대함 미사일이 독도경비대의 순찰선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극우로 알려진 타츠키 총리가 집권한 지 채 석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전쟁의 불씨가 지펴졌다. 일본의 도발은 계획된 것으로 영토 침범이 아닌 "영토분쟁지역"에 "과학적 목적"으로 접근했는데, 무력을 먼저 사용한 쪽은 한국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전투조직이 아닌 치안조직에 불과한 경찰 순찰선을 박살 낸 이유는 "자국민 보호"라는 뻔한 이유를 갖다 댔다.


 한국 내 여론은 보복 쪽으로 달아올랐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독도를 빼앗길 판국이다. 대통령은 긴급안보회의를 소집하고 결단을 내렸다.


 "한 시간 내 측량선과 해상자위대를 독도 해안경계선 밖으로 물리고 일본 정부의 진정 어린 사과를 요청합니다. 숨진 경비대원들에게 국가 차원의 조문은 물론 피해배상액을 요구합니다. 응하지 않을 시 국토 침략으로 간주하고 맞대응하겠습니다."


  이미 대외분쟁을 빌미로 일본 내 보수세력 집결을 꾀하려던 타츠키 총리는 한국 정부의 공식 성명에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적반하장으로 한국의 사과를 요구했다. 배경에는 미국 러시아 중국 다음의 해군력으로 평가받는 자국 해상자위대의 무력에 대한 맹목적 믿음도 컸다. 4척의 헬기항모, 40여 척의 구축함, 7척의 이지스함... 한국이 함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현대식 무기를 갖추고 있는 일본인 건 사실이다.


"대통령님.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일본은 여전히 독도에서 물러나질 않습니다. 이제 결단을 내릴 시간입니다."

"김 참모총장님... 결국 이렇게 역사가 흘러가는가요. 나는 결국 전쟁을 일으킨 대통령이 되는 겁니까."

"이대로 침묵하면 국민들 손에 끌려 내려오실 겁니다. 준비된 전략대로 하면 큰 피해 없이 승산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작계-687 승인합니다."


 포항의 비밀 기지에서 미사일이 발사되었다. 한 번도 대외노출되지 않은 신형 지대함 미사일 해신-III의 첫 공식 데뷔전이었다. 해신-III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극초음속 지대함 미사일이다. 램제트엔진으로 마하 15까지 가속되는 이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대공체계는 현재까지 미국에서 시험 중인 레이저 빔 요격 시스템이 유일한데, 이는 아직 미국조차 실전배치되지 않은 기술이다. 일본은 한국의 지대지 미사일에 대한 분석을 끝내고 방공시스템을 갖추었지만 극초음속 지대함 미사일 기술을 이미 개발하고 실전 배치까지 끝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일본이 자랑하던 88함대는 해신-III 미사일에 맥없이 침몰했다. 함대의 방패 역할을 해 주던 이지스함은 단 한 발의 해신-III도 격추하지 못했다. 미사일의 출현을 감지했을 땐 이미 방법이 없었다. 총알의 12배 속도로 저공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어떻게 떨구나. 극초음속 지대함 미사일의 출현으로 전쟁의 양상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이렇게 촉발된 전쟁은 한국과 일본의 전면전으로 확대되었다. 해상전에서 확실한 물량 우위를 자랑하던 일본은 해신-III의 출현으로 대부분의 전투함을 상실하였다. 이제 믿을 건 20여 척의 잠수함 부대뿐인데, 초계함과 초계기의 지원을 받지 못한 잠수함 역시 한국 잠수함에게 도륙당하고 바닷길을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


 한국 해병대가 일본 본토에 상륙한 다음부터는 전개가 빨라졌다. 일본 육상전력은 자위대라는 칭호가 아까울 만큼 형편없이 약했다. 빠른 속도로 지상군을 장악한 한국군은 도쿄까지 순식간에 함락시켰으며 일본 정부는 결국 무조건 항복을 선언하였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 통일한국정부를 수립하고 민족 정체성 통일을 위해 일본색을 지우고 한국문화를 적극 보급하였다. 그 정책 중 하나로 한국말 사용을 장려하고 한국식 이름 짓기 운동을 펼쳤다. 전쟁 전부터 한국 대중가요 및 드라마, 영화가 일본 내 뿌리 깊게 파고들었으며, 전쟁이 속전속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며 마무리된 터라 일부 극우세력을 제외하면 일본 내에서도 한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았다. 특히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 사이에서는 "한국식 이름 짓기"가 힙한 문화라고 인식되어 너도 나도 멋진 한국식 이름을 짓는 것에 즐거워했다.



"농구, 좋아하세요?"


무언가 불평 어린 표정으로 운동장을 걷던 강백호는 깜짝 놀랐다. 아니 이런 미인이 나한테 말을 걸다니?


"아, 좋아요. 좋아하고 말고요!"


"어쩐지 좋아할 것 같았어요. 그쪽, 신입생 맞죠?"


"아, 네에. 저는 1학년 강백호라고 합니다."


"나도 1학년이야. 내 이름은 채소연. 만나서 반가워~. 그럼, 우리 같이 농구부 구경하러 가자~"


북산고 강백호는 그 길로 농구부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고 첫 입단심사 경기에서 주제넘게 덩크슛을 시도하다가 엄청난 점프력으로 농구대 수직판에 머리를 부딪히고 넘어졌지만 되려 그 모습은 소연에게 큰 인상을 심어주었다.


"와아~ 백호야 백호야~ 너 굉장했어~! 농구대 수직판에 머리가 닿다니! 너, 조금만 더 연습하면 덩크슛 할 수 있겠다!"


둘은 그렇게 금방 친해졌다. 마침 사는 곳도 가까운 곳이라 둘은 학교를 마치고 같이 집에 가는데, 가는 길에 소나기가 쏟아진다.


"앗, 잠깐 비가 그칠 때까지 라면집에서 쉬다 갈까?"


"응. 그래."


"소연아, 넌 뭐 먹을래?"


"아... 음... 아니 난 괜찮아... 백호만 먹어. 난 니가 먹는거만 봐도 배불러."


"같이먹자~ 돈이 아까워서 그런 거면 내가 사줄게~"


"아... 아니야.... 나 사실 라면 못 먹는 이유가 좀 있어서......."


으음... 라면 못 먹는 애도 있었나? 백호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곧 나온 라면 냄새에 정신을 빼앗기며 정신없이 흡입하였다.


"우와~ 이 집 진짜 맛집이다. 소연아, 그러지 말고 한 입만 먹어봐~"


"어... 그게... 냄새는 좋으네... 그래. 그럼 한입만."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비가 그쳤다. 둘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백호야, 잘 가~"


"응~ 또 보자 소연아~"




그다음 주 내내 소연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하굣길에 백호는 소연의 집을 서성대며 인기척이 있나 봤지만 그저 조용할 뿐이었다. 그날 밤, 백호는 방에서 잠을 청하려는데, 거실에서 부모님이 나누는 대화소리가 들렸다.


"아유, 그 채 초시네 막내딸, 결국 명줄을 놓았대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학교를 가더니만 어떻게 일주일 새 그렇게 되냐..."


"소아 1형 당뇨가 무서운거죠. 지난주에 누군가가 혈당치가 안 좋았을 때 소금과 탄수화물을 억지로 먹였다던데 그게 결국 문제가 되었나 한대요."


"그런데 그 어린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가지고 있던 농구공과 농구화를 키우던 고양이와 함께 꼭 같이 묻어달랬대네..."


 백호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잡혀들어갈까봐 조마조마해졌다. 다행히도 소연이가 자기 이름을 불지 않은 것 같아 얼마나 고마웠던지 모른다. 키우던 고양이를 같이 묻어 달랬기에 망정이지, 자기를 같이 묻어달라고 했으면 지금이라도 야반도주하고 익명으로 살아야하나 어쩌나 고민해야 했지 않느냐. 고인에게는 미안하지만 다행이다.... 다행이야....




 더 이상 소연이는 없었지만, 한 번 가입한 북산고 농구부에선 탈퇴할 수 없었다. 소연이도 없는데 굳이 덩크슛을 해야 할 이유도 없던 백호는 기초부터 차근차근 농구 기술을 익혔고, 팀워크도 향상되었다.


 강백호가 3학년이 되었을 때, 이미 지역경기를 제패한 북산고 농구부는 전국대회에 출전하였고 결국 우승컵을 거머쥐며 한국 제일의 농구부에 오른다.


 그 해 하반기에 벌어진 세계 청소년 농구체전에서 북산고 멤버들은 한국 대표로 출전할 수 있었고, 결승전에서 장신 네덜란드 호마듀 고등학교 팀을 상대로 접전을 벌인 결과 종료 휘슬과 동시에 강백호가 던져 올린 3점 슛이 성공하면서 극적으로 역전에 성공한다.


 투지의 한국 고등학생들이 세계 대회에서 승리한 이 날 결과는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다.

 그런데, 과거 일본의 보수 언론 중 하나였던 신미래일보는 북산고 농구부가 태극기를 들고 시상식에 올라간 사진을 일장기로 바꾸어 보도하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


난리가 났던 신미래일보 보도사진


 이 사건을 계기로 신미래일보는 한국 정부로부터 즉시 발간정지 명령을 받았고, 오래지 않아 영구 폐간되었다.



시상이 되어준 기사 & 자료들입니다.


https://www.wikitree.co.kr/articles/453410


https://brunch.co.kr/@greenj/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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