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r 11. 2023

"더 글로리" 시즌2를 보다

드라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리려 주인공 독백의 흉내를 조금 내보았습니다.


 동은아. 나의 브런치에 온 걸 환영해.


 나는 원래 무계획적인데다 스스로 시간제어를 잘하지 못해서 TV 드라마 시리즈는 의도적으로 안 보는 편이야. 한 번 보기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기가 어렵거든. 그래서 주로 TV는 단막극이나 영화만 보는 편인데, 최근에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 대세가 되는 대중작을 같은 시기에 같이 감상하지 않으면 어쩐지 나만 자꾸 소외되는 것 같고 남들이 하는 대화에 끼기가 어렵더라구. 혼자 있는 걸 제일 좋아하는 극내향 INTP 성향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성이 전혀 없는 사람도 아니거든 나는.


 학교폭력. 참 무거운 주제다 그치.

 학교폭력에서 완전 자유로운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있을까. 생각해보면 나도 소위 1찐 그룹애들한테 약한 수준의 폭력은 당했고, 그들이 무서워서 피해 다녔고, 그들에게 맞고 지내는 피해자들을 애써 못 본 척 외면했었지. 너의 복수 스토리를 보면서 어쩌면 나도 방관자로서 그 학폭이라는 지옥을 완성시켜 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더 글로리 시즌 1"도 지난 주말에 몰아서 한 번에 정주행 했었네. 전개도 빠르고 흥미진진 무척 재밌더라. 그래서, "더 글로리 시즌 2"도 이번 주말 이틀에 나눠서 봐야지 마음먹었었는데, 역시 한 번 보기 시작하니 끊을 수가 없더라. 나, 한 자리에서 정주행 하고 새벽 4시 넘어서 잤잖아. 이미 수면시계가 기상상태로 바뀐 시각이라 실제론 뒤척이다 새벽 5시쯤 잠들었지 싶어. 드라마 시리즈는 띄엄띄엄 보면 감질맛 나서 못 보겠고 한 번에 몰아서 보면 힘들어서 못 보겠고 어쩌면 좋으니. 아예 안 보는 게 제일 상책이지만, 그러면 또 사회팬덤에 낄 수가 없거든. 나도 참 힘들게 산다 그치?


 시즌 2도 화끈하게 재밌더라. 역시 복수극은 통쾌한 맛에 보는거야 그치? 잘 마무리된 복수극이 동은이 너의 치밀한 복선과 계획이었는지, 그냥 이번만큼은 하늘이 도운건지 헷갈리는 부분들이 좀 있긴 했지만 아무렴 뭐 어때. 복수가 잘 되었다는 게 중요하지. 그런데, 전개상 이건 조금 아쉬웠다 싶은 게 있긴 했어.


1. 너의 어머니는 어쩌다 모성애를 완전히 잃어버렸을까. 너의 어머니가 처음부터 완전히 모성애가 없는 사람이었다면 네가 어렸을 때 진작에 너를 버렸을 거고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키우지도 않았을 텐데 다 키워놓고 돈 몇 푼에 하나밖에 없는 혈육을 버렸다? 아무리 돈이 좋지만 이건 좀 개연성이 약해 보여.


2. 연진이 어머니도 좀 그래. 연진이가 손명오 머리를 술병으로 내친 건 우발적이었다고 해도, 원래 연진이나 그 가족들, 나쁜 일은 다 남들 시켰지 본인 손에는 피 안 묻히고 살던 사람들이잖아. 그런데 갑자기 교통사고로 위장한 살인을 직접 손수 한다? 왜? 하수인들 안 시키고? 돈만 주면 뭐든 할 사람들 주변에 널려고 널려 보이던데? 그런데, 협박을 본인 스마트폰으로 직접 받아오던 사람이 "매우 우발적으로 포장되고 설계된" 교통사고 사망사고를 직접 낸다고? 놀랍도록 치밀하고 영리해 보이던 분이 갑자기 왜 이렇게 허점이 많아지는데?

 그리고 이 분 모성애가 갑자기 바뀌는 과정도 좀 개연성이 없어 보여. 연진이 어머니는 딸을 위해 살인도 불사할 만큼 딸을 위하던 분이었잖아. 살해현장에 있었던 "박연진" 이름표를 주던 안 주던 본인의 과오는 덮이는 게 아니란 것 정도는 알 텐데 아무 보험장치도 없이 그걸 그리 순순하게 건네는 것도 나는 납득불가야. 그럼 처음부터 살인에 가담하질 말던가.


3. 그래, 연진이는 손명오 살인죄로 감방에 들어간 거야 아니면 윤소희 살인죄까지 같이 엮어 들어간 거야? 손명오 살인에 대한 처리는 알겠는데, 윤소희 살인에 대한 범죄처리과정은 너무 얼렁뚱땅 넘어가서 좀 아쉬웠어. 라이터에 불 붙인다고 라이터 쓴 사람의 DNA가 남아있나? 그것도 좀 과학적으로 의심이 들고, 라이터 DNA만으로 18년 전 사건이 깔끔하게 설명되었다는 것도 좀 억지 같고. 윤소희 시신을 냉동으로 만든 처리는 좋은 복선이었는데 해동해서 부검하고 태아의 진짜 아버지도 찾고 하는 과정을 조금 넣었다면 진부했을까? 18년 전 사고의 진실을 밝히는 결정적 과정이 좀 약했던 건 아쉬워. 뭐, 결론적으로 냉동시신의 역할은 시신과 같이 냉동된 태아의 아버지를 추정하는 근거 정도로만 쓰인 거잖아.


4. 대형건설사 대표였던 하도영은 운영하던 기업체는 어쩌고 간 거야? 키운 정 많이 들고 부성애가 강하다지만 다 내려놓고 생부를 손수 죽이고 그 딸을 데리고 외국에서 살러 나간다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지분 분쟁 등이 있을 땐 외부인은 물론, 가족들과의 소송전 및 온갖 암투가 벌어지는 게 현대의 권력사회 이면이 아니냐고. 지분 앞에선 형제도 부모도 없드만. 드라마 쟝르가 기업 경영을 둘러싼 스릴러물이 아니라서 갖다 댈게 아니란 거 알지만, 대기업 총수가 갑자기 이혼하고 → 아이 생부 살해하고 → 피도 안 섞인 남의 자식과 느닷없이 외국행? 회사는 어쩌고? 나는 좀 공감하기 힘들어...




 어쨌든 동은아, 너의 화끈한 복수를 응원해.


 현실에선 보기 힘든 권선징악이지만,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이라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드라마로 고조된 국민감정이 아녔다면 어쩌면 현실판 연진이 아버지 쯤 되는 분이 국가수사본부장에 취임해서 더 한 막장을 찍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 동은이 네 덕분에 그분 취임까진 막은 것 같애. 그런데, 현실판 남자 연진이는 서울대 합격해서 잘 다니고 있고 너 같은 피해자는 학폭 후유증으로 결국 진학도 못 했다던데 이건 어떻게 하면 좋으니 동은아?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8029329&code=61111111&cp=nv


매거진의 이전글 104주년 삼일절 대통령 기념사를 읽고 느낀 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