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으면 일단 피하자
바쁘디 바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음료, 커피.
부잣집에서만 과립커피, 프리마, 설탕 3종세트로 갖추어 먹던 커피가 인스턴트 믹스커피가 나오면서 급격히 대중화되었고 스타벅스가 국내에 본격 진출하면서 에스프레소에 물 타 마시는 아메리카노가 대중적 인기를 끌게 되었다. 커피숍(카페)은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닌, 사람도 만나고 공부도 하고 책도 읽는, 복합 도심 문화공간이 되었고, 사람이 조금이라도 모이는 거리라면 어디를 가든지 커피숍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사무소든 은행이든 가전 대리점이든 어디를 가든지 고객 응대가 필요한 곳이라면 최소한 온수대에 믹스커피 정도는 비치를 해 놓는 게 기본 중 기본이 되었고, 요즘에는 원두커피기계 정도는 들여놔줘야 손님을 품격 있게 대한다는 최소한의 이미지를 갖추는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직장거지배틀"에서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회사에 질 좋은 커피머신이 있는지 없는지니까 커피는 말 그대로 한국인의 생활 전반에 매우 깊숙하게 침투해 있다. 커피 애호가들은 가정집에도 원두커피기계를 들여다 놓기도 한다.
그런데, 이 커피. 거의 대부분이 수입산이다.(매우 미미한 비율로 국산 커피가 존재하긴 한다.) 2021년을 기준해도 연간 커피 수입액이 1조 1천억 원이 넘었다고 한다. 와아~ 정말 많이 마시는구나...
나도 커피를 무척 좋아한다. 뜨겁게 내려먹는 골든링이 살짝 보이는 원두커피가 가장 좋다. 그윽한 커피 향을 먼저 음미하고 쌉싸름하고 고소하고 짜릿한 맛을 느끼면 무언지 모를 행복감이 충만해진다. 이게 마약인가 하는 느낌마저 든다. 아, 그런데 이 무슨 가혹한 운명의 장난인가. 커피가 그렇게 좋은데, 나는 카페인 민감증이다. 마시는 커피의 카페인 함량이 조금만 높아지면 심장이 두근대고 정신이 황홀하다 못해 몽롱해진다. 좀 늦은 시간에 누군가 권하는 커피를 거절하기 어려워 냉큼 마셨다가 밤 새 뒤척이고 잠 못 드는 날이 부지기수여서 오후 3시 이후에는 가급적 커피를 가까이하지 않는다. 나처럼 커피는 좋아하지만, 카페인은 예민한 사람들을 위해 디카페인 커피도 많은 거 아는데, 내가 즐기는 그 맛과 향이 아니라서 도저히 못 마시겠다. 좋아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는, 불가원 불가근 커피. 너 참 어렵구나.
요즘 들어 파키스탄 생활작가 활동은 뜸하고 생활건강작가 코스프레를 좀 하고 있는데, 이 모든 건 인풋 아웃풋. 별 다른 이유는 없다. 건강 관련 유튜브와 블로그 페이지를 이것저것 보다 보면 이것저것 생각이 나고 아, 그럼, 내가 이해한 걸 일반인 시각에서 다시 써봐야지 하는 게 전부다. 전문가랍시고 말하는 분들의 의견이 100% 다 맞는 것도 아니고 이 전문가는 이러쿵, 저 전문가는 저러쿵하고 계신데, 내가 중립기어 박고 다 들어보고 정리하면 그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일 아니겠나 하면서.
서두가 무척 길었는데, 오늘 글의 시상은 "너와 나의 은퇴학교" 유튜브 채널에 나온 한약사 조승우 선생님의 강의를 보고 내 나름 다시 공부하고 상식선에서 정리해보고 싶었다. 일단 문제의 해당 유튜브 영상 투척.
https://www.youtube.com/watch?v=W2ycQ6ooAbg&t=6s
영상을 끝까지 보기 힘드신 분은 동일한 내용을 요약한 아래 블로그를 보시는 게 시간절약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사실 글쟁이인 나는 영상을 보는 것보다는 글로 읽는 편이 훨씬 편하고 즐겁다.
https://blog.naver.com/yangtongsa/223031580284
요약한 것을 다시 또 요약하면,
[커피가 몸에 안 좋은 이유]
1. 커피 원두의 색상은 원래 녹색 또는 연노랑. 짙은 갈색으로 보이는 원두의 색상은 로스팅을 거친 것으로 말이 로스팅이지 150~200℃의 열을 가해 "태운 것". 고기가 탈 때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나오는 것처럼, 커피콩을 태워도 벤조피렌이 생성됨. 이건 반론없이 공인된 강력한 발암물질.
2. 대량생산 유통을 위해, 다수의 품종이 유전자 조작을 거친 단일품종으로 대체. 그래서 생물학적 다양성이 없어져서 곰팡이균에 매우 취약해졌음.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가루커피건 원두커피건 곰팡이균에서 자유로운 커피는 거의 없음.
3. 커피 향이 고소한 이유는 커피콩에 함유된 기름성분 때문인데, 로스팅된 커피를 운반하는 과정에서 산패를 피할 수 없음. 산패된 기름은 혈관에 매우 나쁜 영향을 끼침
4. 믹스커피에는 여기에 기타 화학첨가물들도 잔뜩 들어있음. 역시 몸을 망가뜨림.
공부하는 김에 또 다른 커피 위험성을 경고하는 김훈하 약사님 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aGQ0knAf3Gg
https://blog.naver.com/yangtongsa/223031403825
해당 동영상의 논리를 요약하면,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교감신경만 활성화시켜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키고 신경계를 불안하게 만들어 암을 유발한다. 커피의 기름은 산패된 기름이라 몸에 매우 해롭다."라고 할 수 있겠다.
자, 안 좋은 거 대충 이해했으니 반박하는 쪽 논리도 한 번 들어보자. 일일이 다 읽어보시는 게 판단을 내리기 가장 좋겠지만 내가 이해한 한도 내에서 요약서비스도 해 드림.
1. 환경보건시민센터, 식품안전운동 칼럼 : 커피가 몸에 좋은 이유 - 커피는 천연 항산화제. 변비 예방 및 치아 우식 예방. 우울증 확률 낮춤. 단기 기억력 증진. 알츠하이머 발병률 낮춤. 담석증 위험 완화. 두통 완화. 구강암 인후두암 억제, 심혈관 질환 예방.
단, 너무 많이 마시면 안 좋고 사람마다 역치가 다르다. 개별 민감성 고려해서 적당히(0~7잔?) 드셔라.
http://www.eco-health.org/bbs/board.php?bo_table=sub03_08&wr_id=10
☞ 커피가 좋다고 한 것만 중점적으로 요약했지만, 해로운 이유도 균형 있게 적어놓은 칼럼. 이로운 점 해로운 점 양면을 다 고려해서 개인의 역치를 고려해 적정량만 마실 것을 권하고 있음.
2. 주간조선 "커피 발암물질의 진실" : 로스팅한 커피는 아크릴아마이드라는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나, 동일 질량의 감자튀김보다 그 함량이 낮음.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크릴아마이드를 발암가능성이 높은 물질인 2A군으로 분류하고 있음. IARC는 1990년 커피가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인체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possibly cacinogenic to human)’인 ‘2B군’ 물질로 분류했다가 2016년 그 결정을 다시 번복함.
출처 :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2892
☞ 식약처에서 "조사하겠다"는 내용으로 마무리. 2018년도 기사인데 식약처의 공식 조사결과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음. (오늘 작가는 설혹 커피가 "강력한 발암물질"로 확인이 되었어도 발표하지 못했을 거라는 합리적 추론을 하고 있음...)
3. 가능한의학, 지모원장 블로그 : 커피는 불포화지방산과 항산화물질(폴리페놀)이 있어 건강에 좋음. 단, 유통과정에서 변질되기 쉽고 너무 고온에서 로스팅한 커피는 벤조피렌 등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으므로 하루 한 잔 이내만 권고.
https://blog.naver.com/drzimo7237/223078742008
☞ 역시 커피의 밝은 면 어두운 면을 균형 있게 밝히며, 소량만 드실 것을 권함.
4. 닥터지노의 병원탈출 유튜브 채널 : 커피에는 클로로겐산을 함유하고 있어 염증 방지, 혈관 신생 방지, 혈압 강하 및 종양으로의 혈액공급 차단 등의 효능이 있음. 폐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 치매예방에 좋음. 위암 간암 등을 억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음. 로스팅 많이 하면 안 좋음.
https://www.youtube.com/watch?v=VxAHop9Uduk
☞ 로스팅을 적게 하고 항산화물질을 포함한 커피를 적당량(하루 1~2잔) 마시면 건강에 좋다는 입장.
5. 코메디닷컴, 과학이 밝혀낸 커피의 효능 11가지
◆우울증 위험을 낮춘다
◆통풍 발병 위험을 감소시킨다
◆단기적으로 기억력과 기분,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
◆항산화 성분의 보고다
◆간을 보호한다
◆치매를 예방한다
◆파킨슨병 위험을 낮춘다
◆심장질환 위험을 감소시킨다
◆주요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2형 당뇨병을 막아준다.
☞ 부작용 언급 없이 좋은 얘기만 전하는 얼마 안 되는 기사. 쿠오라(Quora)에서 회자되는 내용들을 긁어와서 번역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쿠오라(Quora) 사이트는 "네이버 지식인"같은 공개 질의응답 사이트라 학술적 전문적 질문을 주고받는 사이트로는 한계가 있다.
나름 각 잡고 꽤나 오랜 시간(대략 일주일 이상?)을 공부하고 자료를 찾아보고 나름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강조하지만 아래 결론은 어디까지나 의학, 식품영양학 학위가 전혀 없는 공대생 출신 엔지니어가 사방팔방에 널려있는 "전문가"들이 쓴 내용을 읽어보고 유튜브 찾아보고 의학기사 찾아보고 내 나름 판단한 내용이니, 내 말이 맞니 안 맞니 따지실 필요 전혀 없겠다. 공감을 못 하시면 내 말 안 들으시면 되지. 오늘 작가 소심한데 다혈질 커피애호 독자님들 중 누군가 혹여나 열폭하실까 봐 조심스럽다. "당신의 취향과 의견, 존중합니다."
커피는 분명 장점도 단점도 있다. 그런데 방대한 자료를 읽다 보니 점점 보이지 않는 손이 커피의 단점을 억지로 덮고 있다는 인식이 자꾸 들었다. 커피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설명은 이해가 직관적이고 논리가 매우 정연하고 공감이 빨리 되는 반면에, 커피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를 늘어놓고 학술연구결과를 들이밀며 마치 거대자본이 힘을 실어준다는 느낌이 든다.(내 느낌이 그렇다는 거지, 증거는 없다.) 주류언론 역시 커피가 좋다는 내용은 일방적으로 내 보내는데, 커피가 나쁘다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내 보낸 기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럴수밖에. 어느 신문사가 거대 식품회사 광고줄 끊기는 기사를 실을 수 있겠나. 그래도, 인류애와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커피를 무조건 많이 마시라고 주장한 글은 하나도 없다. 카페인 및 기타 유해성분의 과량섭취가 건강에 해로운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커피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도 하나같이 인정하는 내용이 있다. 과다한 로스팅을 한 커피를 오래 유통하면 안 좋다는 것을. 언젠가 신문기사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스타벅스 애호가들이 스타벅스를 찾는 이유 중에 하나는 전 세계 어딜 가도 한결같이 비슷한 맛 때문에 같은 브랜드만 찾는거라고. 그런데, 전 세계 스타벅스 커피 맛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당연히 단일 농장에서 단일 품종으로 전 세계 스타벅스에 원두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로스팅과 블랜딩 품질관리가 중요한데, 손쉬운 방법 중 하나는 로스팅을 강하게 해 버린다는 것. "적당히 탄 맛"이 강해지면 원두 종류와 품질에 따른 맛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어진다고 한다. 흠... 그럼, 스타벅스가 구축한 대한민국 표준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의 맛은 많이 태운(강하게 로스팅한) 원두로 만든 거겠네. 전문가들이 피하라고 하는 커피구나...
뭐든 잘 버리지 못하고 안고지고 사는 맥시멀리스트 스타일이라(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음식 역시 잘 버리지 못하는데, 그런 연유로 "산패"된 맛이 어떤지 매우 잘 안다. 막 산 것부터 1~2년 훌쩍 지난 견과류 및 조리유까지 다 먹어봤다. 유통기한 이내라도 기름의 산패는 생각보다 빨리 일어난다. 조금만 눅눅한 곳에 보관하면 봉지를 뜯기 전인 유통기한 내 조미김도 그 맛이 팍~ 가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아, 그런데, "콩기름"을 저렴하게 짤 수 있는 기름 많은 콩과 식품중 하나가 커피콩인데. 그걸 이미 볶아서 배 타고 뜨뜻한 채로 몇 개월 수송해서 갈아서 압착해서 엑기스를 뽑아먹는 게 커피인데, 산패의 경험과 커피 유통과정을 생각해 보니 내가 전문가가 아니라도 커피를 못 믿을 이유가 확실해지는 것 같다. 산패된 맛을 막으려고 로스팅을 강하게 하고, 로스팅이 강하면 벤조피렌이 나와서 암 발생을 유발한다. 아, 장점이 아무리 많아도 이제 못 마시겠다.
음... 커피옹호론자들이 내세우는 다른 논리 중 하나는 로스팅 과정에서 벤조피렌이 생성되는 것은 부인하지 않으나, 그것이 다른 식품과 비교해서 "극소량"이라 인체에 하등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나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땅콩을 맛나게 먹는다. 그런데,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땅콩 냄새만 맡아도 호흡곤란이 올 정도로 심한 증세를 가진다. 나 역시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어서 가을철, 돼지풀 꽃가루가 날리는 때는 눈물 콧물 달고 산다. 누군가 민감한 사람은 "극소량"의 벤조피렌에 "극명하게" 반응할 수도 있다는 뜻. 그게 내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나쁘다고 알려진 건 피하고 보자. "FDA 허용기준 일일 000mg 이하" 그런게 어딨나. 안 좋으면 0.001mg도 안 좋은거지. 그럼 허용량이 1,000mg이면 1,000mg은 괜찮고 1,001mg은 안 되고? 아니잖아. "평균"과 "최소기준"의 함정을 유의깊게 보자. 이왕 피하는 것, 벤조피렌이 함유된 다른 음식도 다 피해버릴 거다.(감자튀김, 비스킷 등)
식품산업은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는 곳이다. 단일 식품으로 그중 커피산업은 더욱 더 거대하다. 커피는 식자재로써의 가치뿐만 아니라 공간과 시간을 동시에 판매하는 상품으로 식품산업 중 부가가치가 실로 엄청나다. 재료원가 몇 백 원짜리를 몇 천 원에 파는 것이 가능한 것이 커피이다. 식품산업 중 이렇게 폭리가 가능한 품목이 커피말고 또 있나? 전 세계에서 족히 수백조 원 규모가 움직이는 커피시장을 규제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거대자본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커피의 유해성에 대해 수많은 증거가 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커피의 유해성 이야기가 수면 위로 올라오면 어김없이 커피의 효능효과로 덮여버리는 걸 보면 수십 년이 흘러도 현재 기조를 바꿀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다만, 몸에 안 좋지만 여전히 거대자본이 움직이는 술, 담배처럼 언젠가 커피도 "기호식품"으로 유통될 수는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몸에 나쁘지만, 감안하고 세금 많이 내고 꼭 드시고 싶은 사람만 드세요~"하면서.
나 역시 커피의 쌉싸름하고 고소한 맛과 그윽한 풍미를 너무나 즐기는 사람으로서 커피에 대한 경고성 글이 무척이나 불편하다. 이걸 안 봤으면 날마다 커피만이 줄 수 있는 행복감에 즐거워했을 텐데.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술도 마시는데 뭐~" 하면서 커피 한 잔을 또 마셨다. 커피 좋아하는 사람이 커피를 완전히 끊기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내린 통찰의 결론은 가급적이면 커피는 안 마시는 게 좋겠다. 커피가 가진 좋다는 성분(항산화물질 등)은 다른 식품에도 얼마든지 있고, 커피가 가진 안 좋은 성분은 커피를 안 마시면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안다. 이래놓고 또 살짝 가서 마시고 있을 거란 거. 나는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라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