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와 라카포시 전망대에 들르다
이슬라마바드에서 길깃 약속장소까지 13시간 동안 거의 묵언수행하며 오다가 현지 가이드님을 만나니 비록 영어지만 갑자기 말문이 터졌다.
“가이드님은 영어를 무척 잘 하시네요? 영어를 어디서 배우셨어요?”
“아, 대학생 때 학교에서 배웠어요. 학교에선 영어만 쓰거든요.”
“뭘 전공하셨는지...?”
“카라치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어요.”
“와, 엄청 엘리트시구나~~~ 저도 물리를 좋아하긴 했지만 깊게 공부할 자신은 없어서 공과대학을 나왔거든요. 언어는 몇 종이나 할 줄 아셔요?”
“기본적으로 저는 훈자 사람이라서요, 훈자 언어랑 영어, 우르두어를 할 줄 알아요. 한국어는 단어 몇 개밖에 할 줄 몰라요. 안녕하세요~ 하나 둘 셋~ 정도?”
오, 이 가이드님 기본적으로 고객 서비스를 할 줄 아신다. 이슬라마바드 대도시에서도 한국어 아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데, 비록 단어 몇 개 들었을 뿐이지만 무척 반갑고 호감이 느껴진다.
(작가 주 : 가이드분은 “훈자 언어”라고 말씀하셨지만, 짐작컨대 훈자에 많이 사는 부루쇼인(burusho people)이 사용하는 부루샤스키어를 말씀하시는 것 같다. 어차피 말해도 못 알아들으니 그냥 그 지역언어라고 쉽게 설명해주시는 듯. 그러고보니 가이드님의 외모는 가무잡잡한 피부의 파키스탄 남쪽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데, 피부색도 밝고 머리칼은 금발에 약간 유럽 느낌이 나면서도 아시아적 인상을 가지고 계셨다. 부루쇼인 맞는 듯. 훈자는 파키스탄 북쪽 끝, 카라치는 남쪽 끝 파키스탄 최대의 항구도시이다. 북쪽 끝 계곡에 사는 소수민족이 남쪽 끝 최대 번화도시 대학교까지 유학하고 오신 분이라면 지역사회에서 어느정도 재력도 있고 사회적 엘리트이실 거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가이드님과 함께 한국과 파키스탄의 정치 문화 사회 얘기를 조잘조잘 하면서 가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잘 간다.
차 지붕에, 차 뒤에 매달려 가는 사람들. 어른이고 아이고 저런 풍경은 매우 일상이라,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볼 때마다 나는 보기에 불안하고 걱정이 된다.
주변 풍광은 여전히 아름답다. 대충 아무데나 찍어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계곡 사이로 큰 빙하가 떠내려온 것이 보인다. 여름 내 저게 녹으려나 안 녹으려나? 아마 녹기전에 또 다른 빙하가 내려오겠지? 길깃 발티스탄 지역은훈자는 여름에도 덥지 않다. 고산지대인데다 사방이 빙하니까.
“여기 잠깐 내리겠습니다~ 실크로드 보고 가실께요~”
오~ 이게 말로만 듣던 실크로드??? 신기하여라.
저 멀리 보이는 좁장한 오솔길이지만 저 수 천 킬로미터나 되는 길을 누가 일일이 개척하였을까. 산 허리에는 분명히 사람 손길로 사면을 깎아낸 흔적이 보인다. 옛날에는 조랑말 정도만 겨우 다닐 수 있던 오솔길(Pony track)이었다가 현대에 와서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만한 길로 확장되었으나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건설된 후 사용하지 않는 길이 되었다고. 갑자기 어릴 때 지겹기 짝이 없었던 "실크로드" 다큐멘터리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왜 어릴때는 역사 과목이 그저 지겹기만 했을까. 나이가 드니 재밌기만 하구만.
입간판과 철제 전신주 사이를 자세히 보면 역삼각형 그늘 같은게 보이는데, 이건 절벽에 설치한 다리다.(가까이 가서 직접 찍은 건 아니고 구글링 해서 찾아봄)
[ 옛 실크로드 ]
지역적으로는 "Kinu-Kutto"로 알려진 강 건너 절벽 쪽 높이 보이는 도로 구간은 조랑말 트랙으로 가는 발길에서 발전했으며 나중에 1958~60년에 지프 도로로 확장되었다(단지 지프 폭 1개).
그러나 70년대 KKH(카라코람 하이웨이)가 건설되면서 옛 실크로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역사적인 연결의 본질을 보여주기 위해, Aga Khan Culture Service Pakistan은 노르웨이 왕립 대사관의 자금을 지원받아 2004년에 부달라스(나가르) 및 키제라바드(훈자)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도로의 눈에 보이는 부분을 복원하였다.
"Kinu Kutto"는 라카포시의 멋진 전망을 제공합니다.
(실크로드 지도를 첨부하고 싶었으나, 저작권 문제로 링크만 남깁니다. 해당 링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스마트폰에서는 잘 열리지 않지만, PC에서는 열립니다.)
햐... 대충 아무데나 찍어도 그냥 다 엽서사진이네~
인물을 넣으면?? 아. 엽서사진이 아니네...
거대 설산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스위스랑 많이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옛 실크로드를 잠시나마 직접 걸어보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너무 멀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출발.
실크로드 전망대에서 크게 멀지않은 곳의 라카포시 전망대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이 때만 해도 라카포시가 뭔지 하나도 모르고 방문을 해서, 냉장고 마그네트 기념품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다.
[ 라카포시 피크 ]
7,788m(25,551피트)(세계에서 27번째로 높은 봉우리)
휴게소가 있는 이 지점은 해발 1,950m 입니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경사를 반짝이는 Ghulmet 빙하와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정상은 이 지점부터 약 6km(5,838m) 위에 있으며 거리로는 약 11km 떨어져 있습니다.정상에서 거의 동서로 약 20km에 이르는 넓은 바닥까지 약 6,000m 동안 중단 없이 직접적으로 곤두박질치는 유일한 산입니다.
1938년부터 라카포시를 정복하려는 여러 시도가 있었습니다. 1958년 Mike Banks와 Tom Patey(영국 왕립 해군)가 저명한 Monk's Head를 돌아 남서쪽 능선을 통해 정상에 도달한 영국-파키스탄 원정대가 최초의 성공적인 등정에 성공했습니다. 1979년 Pak-Polish International Expedition의 리더인 Sher Khan 대위(이후 대령)는 1979년 7월 1일 가장 어려운 북서쪽 능선을 횡단하여 산 정상에 오른 최초의 파키스탄인이었습니다.
저 아래쪽에 "시그니처 나가르" 문구가 보이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가장 좋은 뷰 포인트에서 액자 사진같은 인생샷을 건져갈 수 있는 곳이다. 아니 왜 현장에선 그런 생각이 안 들었지??? 해외여행을 가면 인생샷 건질 포인트에서 긴 줄을 서서 사진을 찍곤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회상해보니 그럴만도 한게, 이 때는 이슬라마바드에서 출발한 지 거의 15시간이 지났고 삭신이 노골거리고 허리가 반쯤 접혀지던 시간대라 힘들여 인생샷을 남겨야겠다는 투지가 없었을 때가 맞긴 하다. 아, 그래도 관광가이드님이라도 한번 부추겨주셨으면 환상적인 액자 프레임 사진을 건져 왔을텐데, 초콤 아쉽다.
자, 이쯤에서 Nagar가 뭔지 조금 알고 갑시다.
그러니까 독자님들이 오늘 작가와 함께 이동중인 길은 카라코람 하이웨이이며 디아메르(Diamer) - 길깃(Gilgit) - 나가르(Nagar)를 지나 대망의 훈자(Hunja)까지 이어지고 있다.
나가르 계곡은 파키스탄 길기트발티스탄의 10개 구 중 하나이자 이전의 왕자 국가입니다. 그 계곡은 길깃 시에서 북쪽으로 가는 길에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따라 있습니다.이 계곡에는 라카포시(7788m), 디란봉(7265m), 황금봉, 러쉬봉 등 많은 높은 산봉우리들이 있습니다.
https://en.wikipedia.org/wiki/Nagar_Valley
그러니까, 라카포시는 나가르 구(Nagar District)의 명물 중 명물인 셈. 왜 "시그니처 나가르" 라는 액자 프레임 사진 포인트를 만들어 둔 건지 이해가 쏙쏙 됨.(그럼 뭐하나. 지나고 와서 보니 알아서 그 땐 아무 생각이 없었는걸. 아, 아깝다 액자 프레임 인생샷.ㅠㅠ)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