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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pr 30. 2023

카라코람 하이웨이 답사기 5

히말라야 / 카라코람 산 이름 공부하기

[Mission 7 : 히말라야 / 카라코람 산 이름 공부하기]

- 2023년 4월 22일, 오후 이야기



 데쓰밸리의 끝이 거의 보이는 것 같다. 위태위태 보이는 깎아지른 바위산도 채 치우지 않은 낙석더미도 보이지 않는 안전지대. 조금만 더 달리니, 내가 세워달라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기사님이 "뷰 포인트"를 외친다.


 낭가 파르바트(Nanga Parbat)? 뭔 말이지?

 고맙게도 안내판이 있다. 한글이 아니라 아쉽지만 짧은 영어실력으로 띄엄띄엄 읽어보면, 


당신의 오른쪽을 보시오. "킬러 마운틴" 낭가 파르바트.


아래는 안내판 해석 전문.


 [낭가 파르바트]

 고도: 8,126m(26,660ft)

 낭가 파르바트는 서부 히말라야 산맥에 있습니다. 이 거대한 산은 하나의 봉우리가 아니라 일련의 산등성이가 8,126m의 빙벽에서 정점을 이루며 세계에서 9번째로 높고 파키스탄에서는 K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습니다. 낭가 파르바트라는 이름은 카슈미르어로 '벌거벗은 산'이라는 뜻으로 높은 경사면에 초목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불립니다. 현지 언어인 시나어로 산을 '신들의 산'을 의미하는 데오미르(Deomir) 또는 디야미르(Diyamir)라고 하는데, 산스크리트어 우주론의 신성한 신화적 메루 산(MountMeru)인 데바메루(Devameru)에서 파생된 이름입니다. 낭가파르바트는 초기 등반사고로 킬러 마운틴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1937년까지 12명의 등반가와 18명의 셰르파가 그곳에서 사망했습니다. 이 산은 마침내 1953년(에베레스트 등정 1개월 후)에 오스트리아-독일 합동 원정대에 의해 정복되었습니다. 헤르만 불(Hermann Buhl)은 7월 3일 산소호흡기 없이 힘든 단독 등반을 통해 마지막으로 성공적인 등반을 했습니다. 1989년 7월 13일 Sher Khan 대령은 산을 정상에 오른 최초의 파키스탄인이 되었습니다. 2014년 현재 낭가파르바트는 아직 겨울 등반에 도전하지 않고 있지만 지금까지 22번의 등반 시도 중 절반은 폴란드 탐험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안내판에는 2014년도를 기준으로 해서 동계등반 등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산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이 산은 2016년도에 이탈리아 등산가 시모네 모로의 팀이 동계등정에 성공하였다. 2021년, 마지막 보루였던 K2 마저 동계등정에 성공하면서 히말라야 8,000m 급 14좌 모두 동계등정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역시, 기록이란 깨어지라고 있는 건거보다.


 이 산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알기 바라는 분들은 아래 나무위키 읽어보시면 나름 재미있을 것이다.

https://namu.wiki/w/%EB%82%AD%EA%B0%80%ED%8C%8C%EB%A5%B4%EB%B0%94%ED%8A%B8


 이 산의 별칭이 "Killer Mountain"인 것은 히말라야 14좌 중 유독 이 산에서 산악인의 사망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1990년도 이전을 기준으로 하면 이 산 등정을 시도하다 죽은 사람들의 사망률이 무려 77%이다. 10명 도전하면 그중 8명은 죽어서 돌아왔.... 죽어서도 돌아오지 못했다는 소리. 우리나라 여성 산악인인 고미영 산악인도 2009년 이 산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하다 그만 실족사로 목숨을 잃었다.


저 멀리 보이는 흰 설산이 죽음의 산, 닝가 파르바트.
전망대(빨간점)에서 남쪽을 바라보는 뷰 이며, 낭가 파르바트 정상까지는 약 37km 떨어져 있다.


갈 길이 머니, 사진 건졌으면 또 출발합니다.






닝가 파르바트 전망대에서 20여분 더 북쪽으로 달리면, 또 널찍한 전망대가 나온다.


세계 3대 산맥 합류지점 안내 입간판 (나는 정작 본 기억이 없어 구글에서 긁어옴)



무사히 우리를 실어다 준 프라도 SUV. 뒤로 보이는 조형물은 지금보니 3대 산맥 의미인 듯? 어쨌든 공기도 무척 맑고 풍광도 예뻤다.


 무언가 의미가 있는 조형물과 전망대인 것 같기는 한데, 어떠한 입간판도 설명도 찾지 못해서 당시엔 뭐가 뭔지 모르고 사진만 찍고 왔었다. 우릴 실어다 준 기사님에게라도 묻고 싶지만 이 분, 영어가 전혀 안 된다.


 저기 있을 때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몰랐고 사진에서 GPS 정보를 따고, 구글링을 해 보니 이제 이 전망대가 왜 있는건지 알겠다. 세계 3대 산맥(카라코람, 힌두쿠시, 히말라야 산맥)이 만나는 포인트이자 인더스강(Indus River)과 길깃강(Gilgit River)이 만나는 합류지점. 어쩐지 주변 산은 그리 높지 않던데 전망대가 있더라니. 데크로 내려가서 강을 유심히 봤어야 하는 길인데 뷰 포인트 하나를 놓치고 말았다. 짐작컨대, 전망대에 설치된 세 개의 삼각뿔은 세 개의 산맥(카라코람, 힌두쿠시, 히말라야)과 세 개의 강줄기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인다. 오른쪽 인더스 강줄기와 왼쪽 길깃 강줄기가 합쳐지면 그냥 인더스 강이 된다. 길깃 사람들은 명칭에 서운해할 듯.




 내려갔다 올라오기 귀찮아서 안 갔었는데, 데크 저 끝에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유명한 강줄기가 만나는 뷰 포인트가 저기라서 저 끝에만 사람들이 올망졸망 모여있는 것 같다. 이래서 관광 가이드가 필요한 거다. ㅠㅠ(기사는 영어를 못 했다. 아, 한마디는 했다. "뷰 포인트")


이쪽이 히말라야 산맥 자락
정면 쪽이 카라코람 산맥 자락 / 왼쪽이 힌두쿠시 산맥 자락
왼쪽 강줄기가 길깃 강 / 오른쪽 강 줄기가 인더스 강. 설산은 빌차르 도바니 봉우리.


 유명하진 않지만, 저 멀리 웅장한 설산 봉우리도 보인다. 저 파키스탄 깃발 뒤로 보이는 산은 "빌차르 도바니"라고 하는 산봉우리다. 해발 6,143m. 8,000m 급 고봉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쉬워 보이는 것 같기도 하구만, 1979년도에야 첫 등반에 성공했다고 한다.


https://en.wikipedia.org/wiki/Bilchar_Dobani


 나는 본 적이 없는 입간판 사진을 누군가 올려놔서 아쉽지만 지금이라도 읽어본다. 입간판을 찾으려 해 봤는데 도저히 안 보이던데, 도대체 이건 어디에 숨겨둔 거란 말인가? 다음에 가 볼 일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혹여나 다시 가게 된다면 꼭 찾아보고, 만나는 강줄기도 유심히 보고 와야겠다.


Trip Advisor에서 퍼왔습니다


[ 세계 3대 산맥이 만나는 곳 ]

카라코람, 힌두쿠시, 히말라야 산맥이 인더스 강과 길기트 강이 합류하는 이곳에서 만납니다. 인더스 강을 가로지르는 동쪽은 히말라야입니다. 북쪽에는 카라코람이 있고 서쪽에는 힌두쿠시가 있습니다. 히말라야는 길이가 약 2,400km로 인도, 파키스탄, 중국, 부탄, 네팔을 관통합니다. 500km 길이의 Karakoram은 대부분 파키스탄의 Gilgit-Baltistan에 있습니다. 966km 길이의 힌두쿠시 산맥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 걸쳐 있습니다.


구글지도에서 퍼왔습니다(대체 현장 어디에 있었던 거야)


영어실력은 짧지만 적절한 의무감으로 다시 번역 들어갑니다.


[ 인더스 강과 길기트 강 합류 ]

이 시점에서 인더스 강(라이온 강으로 알려짐)은 길기트 강과 만납니다. 티베트에서 발원하여 이 지점에서 몇 마일 전에 최북단 지점에 도달한 후 이제 남쪽 방향으로 흘러 파키스탄 전역을 가로질러 아라비아해에서 절정에 이릅니다. 인더스 강은 산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했고, 산이 솟아오를 때 그 진로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북서쪽 방향으로 발티스탄으로 흐르는 파키스탄으로 들어가며, 그 길을 따라 라다크를 통과하는 중국 티베트의 만사로바르 호수와 카일라스 산 근처의 발원지에서 이미 거의 1,000km를 흘러내려갔습니다. Gilgit-Baltistan의 주요 지류는 Shingus, Shyok, Shigar 및 Darel, Tangir 및 Astore 강입니다. Hunza, Nagar, Chalt, Yasin, Ghizer 및 Ishkoman 강은 이 합류 지점 이전에 Gilgit 강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인더스 강의 길이는 3,200km로 아시아에서 3번째, 세계에서 21번째로 긴 강입니다. 강의 방류량의 85%는 몬순 기간 빗물과 함께 눈과 빙하가 녹는 철인 5월에서 9월 사이에 형성되어 흐릅니다.


아마도 3개의 산맥을 의미하는 듯 (관리 상태가 썩 좋지는 않았다.)
구글 지도에서 지형을 따와서 작가가 직접 PPT로 한땀한땀 편집함
아무것도 몰랐지만 나름 인증샷은 건지고 왔음. 3개의 산맥과 두 강줄기, 흰 설산과 파키스탄 국기까지. 없는 거 빼고 다 있음.


 갈 길이 머니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출발. 이제껏 정말 황량한 죽음의 땅이었는데, 갑자기 오아시스가 보인다. 넓지 않은 딱 저 구역에만 나무가 촘촘히 자라고, 많지 않지만 민가도 보인다. 역시 나무는 소중하다.





 "세계 3대 산맥 합류점"이자 "인더스 강 길깃 강 합류점"에서 약 40여분 더 달려 도착한 곳은 중간 기착지인 길깃 시(Gilgit City). 길깃은 길깃-발티스탄 자치구의 주도(Capital)이다. 작지만 공항도 있고,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비행기로 여길 오전에 왔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고생은 많이 했지만 육로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많은 걸 보고 왔으니 되려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일부러 목숨 걸 필요는 없을 듯...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반드시 맑은 날씨에만 이동하시길 바란다.


길깃 시 NHA Bridge Monument가 있는 곳에서 현지 렌트차량으로 갈아타기


 길깃 시 입구에 있는 NHA Bridge Monument에서 현지 가이드님과 기사님, 듬직한 신형 프라도 차량이 기다리고 있다.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오후 5시에 도착했으니, 이슬라마바드에서 길깃까지 13시간이 걸렸다. 중간에 1시간 정도는 관광과 휴식에 할애했으니, 12시간 걸린다는 말이 딱 맞았다. 


 약속장소인 NHA Bridge Monument가 뭘까 좀 조사를 해보려 했는데, NHA가 NATIONAL HIGHWAY AUTHORITY란 것 밖에 모르겠다. 파키스탄 국기와 중국 국기가 같이 있는걸로 봐선, 그리고 기념탑에 Friendly Highway라고 찍혀 있는걸로 짐작컨대 카라코람 하이웨이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다리를 양 국이 같이 건설하면서 감사와 우정의 표식으로 이 기념탑을 세운게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영어권 외국에 살고 있지만 나는 영어울렁증이 여전히 있는데, 지난 13시간 동안 구형 프라도 운전기사와는 말이 일체 통하지 않아 무척 갑갑했다. 그러다가 영어가 잘 되는 분을 만나니 오, 갑자기 왜 영어울렁증이 싹 치유되는 느낌? 이만큼이라도 알아듣고 대화가 되는 게 어디냐. 다행히 이 분 억양은 다른 파키스탄 사람에 비해 알아듣기가 쉬운 편이었다.



"반갑습니다, 가이드님. 이제 다 온건가요? 얼마나 더 가야 하죠?"


"이제 거의 다 왔어요. 길깃에서 훈자까진 세 시간 정도면 갑니다."


"......"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출발했다. 무계획형 인간이라 계획 세우는 게 싫었거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래서 올 수 있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가방 옮겨 싣고, 13시간 동안 우리를 이곳에 실어다 준 구형 프라도 렌터카 기사님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다시 출발.


 아까부터 허리가 아파왔지만 조금만 참자고. 이제 세 시간"만" 가면 된대잖아. ㅠㅠ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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