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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01. 2023

드디어 훈자 밸리 도착!!!

일단 살아서 도착. 그런데...

라카포시 전망대에서 짜이 한 잔을 시켜 먹고...



 다시 힘을 내서 출바알!



 길깃 시에서 약 100여 km. 거리상 그리 멀지 않지만 훈자계곡에 가까워질수록 꼬불꼬불 산길이라 속도를 낼 수 없으며 실크로드 전망대라카포시 전망대를 거쳐와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N35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타고 오다가 Ali Abad에서 훈자 마을길로 빠지고 다시 지그재그로 길이 없어질 때까지 올라가면, 드디어 오늘의 최종 목적지, 이글스 네스트 호텔(Eagle's Nest Hotel)이 나온다.


 훈자는 길깃 발티스탄 내의 구(District) 이름이고, Ali Abad(알리 아바드), Karimabad(카리마바드) 등은 마을 이름이다. 통상 "훈자에 간다"라고 하면, Karimabad를 목적지로 삼고 가는 경우가 많다. 이글스 네스트 호텔은 Karimabad에서 좀 더 들어가서 Eagle's Nest 전망대 바로 인근에 위치한 뷰가 매우 좋은 호텔이다.



 왜 훈자이고, 왜 이 호텔인가. 지형지도를 보면 그 이유가 보인다.


 카라코람 설원 산맥 한가운데 아늑하게 위치한 곳이 훈자이다. 둘러보면 사방이 다 설산 봉우리. 사실 훈자 자체도 상당히 고산지대인 데다, 이 중에서 또 이글스 네스트 호텔이 위치한 곳은 무려 해발 2,700m가 넘는다.


 한국에서 가장 높다는 한라산이 1,947m, 지리산이 1,915m, 설악산이 1,708m이니, 얼마나 높은 곳에 있는 산인지 감이 오실 거다. 참고로 백두산에서 가장 높다는 병사봉이 2,744m로, 딱 이 호텔 해발고도하고 거의 맞아떨어진다. 쉽게 말해서 높이로만 따지면 백두산 꼭대기에 있는 호텔에 와 있는 셈.


산 넘고 물 건너 드디어 도착한 오늘의 숙소. 이글스 네스트 호텔.


 새벽 4시에 출발해서 저녁 8시에 도착했으니, 장장 16시간 만에 도착했다.


 차에서 딱 내리는데, 뜨아... 이건 좀 아니다 싶다. 춥다. 쌀쌀한 게 아니다. 많이 춥다. 나, 얇디얇은 여름바지에 반팔 입고 혹시 몰라 바람막이만 걸치고 왔단 말이다!!! 주변 사람들을 보니, 복장이 겨울 패딩이다. 앗, 이렇게 춥다고 말해준 사람 아무도 없는데? 그냥 북쪽이라 남쪽보다 좀 더 선선할 겁니다~ 정도만 듣고 왔는데?

 

호텔 로비 뷰. 크진 않지만 나무로 인테리어 되어 있어 운치있고 따뜻한 느낌이 있지만, 실상은 개춥다....


다들 중무장 겨울옷. 나만 여름옷....ㅠㅠ



 호텔 내 식당에서 전망이 멋들어진 명당에 자리 잡고 식사 주문을 했다.



 산꼭대기 호텔이지만 이것저것 다양하게 판다. 현지인 대중식당에 비하면 많이 비싸지만, 산꼭대기 고급 호텔인 걸 감안하면 되려 생각보다는 착한 가격.


늘 그렇듯, 먹다 말고 찍어서... 조금 지저분해 보이지만 이해해주시길.


○ 뜨겁고 신 중국식 수프(Half) : 850 루피

 - 중국집에 가면 어딜 가든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메뉴. 늘 먹던 익숙한 맛. 달달 떨고 있던 차, 속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하프만 시켜도 세 사람이 나눠먹기에 충분한 양


○ 똠얌꿍(Full) : 2,250 루피

 - 이날 시킨 요리 중에 가장 실망한 요리. 아니, 똠얌꿍이라면 모름지기 푸짐한 해산물 건더기가 생명 아님? 저 다 건저 먹은 후 잔반처럼 보이는 비주얼은 무엇? 태국 본토 먹자골목 가서 3천 원도 안 되는 가격에 푸짐한 똠얌꿍을 먹어보고 온 사람으로서 이건 진짜 똠얌꿍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심지어 가격도 가장 사악하다.(단, 시큼하고 살짝 매콤한 국물맛만큼은 본토 똠얌꿍과 비슷하긴 했다. 문제는, 건더기 건더기!!!)


○ 쓰촨 새우 : 1,950 루피

 - 뭔지 모르고 "새우"만 보고 대충 시켰는데, 알고 보니 "사천성 새우"다. 쓰촨=사천성. 그러니까, 쓰촨 요리는 기본적으로 아주 맵다는 걸 전제로 하고 시켜야 한다. 새우의 양도 매우 푸짐했고, 같이 제공된 쌀밥하고의 케미도 잘 맞았다. 달고 짜고 맵고 전형적인 중국 사천요리. 매우 자극적인 맛이었지만 너무 매워서 다 못 먹고 남김. ㅠㅠ


○ 허니 칠리 윙 : 850 루피

 - "허니"하고 "칠리"한 "닭날개" 요리. 딱 기대했던 그 수준의 달고 매운 맛. 앗, 그러고 보니 모든 메뉴를 너무 매운맛으로만 시켜버렸네... 어쨌든 이 날 허니 칠리 윙은 파키스탄에 찾아보기 힘든 "한국식 양념통닭"의 맛이 났다. 굳이 비교하자면 최신 트렌드 BBQ 치킨 같은 느낌 말고 "장모님 양념통닭" 같은 교과서적인 맛. 어쨌거나 한국 양념 통닭이라며 다들 극찬한 요리


○ 나시 고렝 : 1,250 루피

 - 나시(=쌀), 고렝(=볶음). 인도네시아 식 볶음밥. 달고 짜고 맵다. 김치는 안 들어있지만 김치볶음밥? 정도의 느낌?



 음식 주문하는 사람(=나)이 기본 정보도 없고 센스도 없다 보니 모든 메뉴가 단짠맵이 되어버렸지만, 단짠맵 메뉴는 맛이 없기도 힘들지. 다들 쫄쫄 굶다 먹는 늦은 저녁이었기도 하고 똠얌꿍을 제외하곤 음식의 맛도 다 기대 이상이라 맛있게 냠냠 잘 먹었다. 


 도합 7,150루피 되시겠습니다. 한화로 대충 3만 5천 원. 세 사람이 갔으니 인당 대충 1만 2천 원. 파키스탄 기본 물가를 생각하면 엄청나게 비싼 거 맞지만(서민식당에서는 300루피 정도면 파키스탄 대중적 메뉴로 한 끼 해결이 충분히 가능하다.) 한국 물가 생각하면, 그리고 산꼭대기 고급 호텔인 거 감안하면 이 정도면 착한 가격.




 밥도 잘 먹었으니, 이제 자러 갑시다.


그냥 냉골 그 자체 호텔방. 화장실에 얼음이 얼지 않은게 이상할 정도. 당연히 샤워도 못하고 잤다.


 배정받은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흐엇.... 바깥보다 더 춥다. 온기라곤 0.01도 없다. 너무너무 추워서 씻는 건 고사하고 잠옷도 못 갈아입겠다. 천장에 씰링팬 하나 빼곤 방에 어떠한 냉난방장치도 없다. 침대 위 이불도 얼음장이다. 나름 전망 좋고 고급이라 잡은 호텔인데 너무하네. 심지어 이 날은 4G 인터넷도 와이파이도 다 안 된다. 아무래도 인터넷 광역망이 나가버린 듯? 아무리 컴플레인해도 호텔 매니저가 이래저래 점검하고 와이파이 라우터를 재부팅해보더니 "Sorry, Sir~" 하고 가버린다.


 어쨌든 추워서 도저히 못 자겠다 항의해서 전기장판과 전기난로를 받아내고, 혹시나 몰라 챙겨 온 긴팔에 바람막이에 사파리 재킷까지 삼중으로 바리바리 겹쳐 입고 이불을 뒤집어쓰니까 좀 살만하다. 이불에 담요까지 두 장을 덮으니 얼어 죽진 않겠는데, 얼굴을 내놓으니 코가 시리다. 아니 대체 몇 도길래???



 알리아바드 현재기온 영하 8도 되겠습니다... 여긴 알리아바드 보다 더 고지대니까 더 춥겠지? 이런 날씨에 여름옷을 입고 오다니. 그런데, 출발할 때 이슬라마바드 낮 온도는 30도가 훌쩍 넘는 날씨였단 말이다. 조금 더 북쪽으로 왔다고 이렇게까지 추울 줄은 정말 몰랐다.


 어쨌든, 16시간 사투 끝에 도착한 호텔이라 피곤으로 그냥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창밖 뷰. 뷰 맛집 호텔임에는 틀림이 없다. 인정인정. (그런데, 딱 뷰만 좋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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