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pr 29. 2023

카라코람 하이웨이 답사기 4

데쓰밸리 살아서 통과하기

[Mission 6 : 데쓰밸리 살아서 통과하기]

- 2023년 4월 22일, 오후 이야기



 유령마을이 나타날 때부터 풀과 나무를 찾아보기 어렵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풀과 나무가 하나도 없는 데쓰밸리 구역이 시작된다. 물이 흐르지 않는 사막평지도 아니고, 강이 흐르는 계곡이며 살인적으로 춥지도 덥지도 않은 지역인데 어떻게 이렇게나 척박한지 이해하기 힘들다.


 정확한 지명은 길깃 발티스탄 자치구의 디아메르 구(Diamer District)의 칠라스 시(Chilas City) 가는 길. 다수 시(Dasu City)와 칠라스 시(Chilas City) 사이 도로가 되겠다. 풀 한 포기 없는 험한 길답게, 카이베르 파크툰와 주와 길깃 발티스탄 주의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데쓰밸리는 그냥 내가 느낌 전달을 위해 임의로 붙인 이름.

 기본적으로 파키스탄 행정구역과 지명을 알고 접근하면 더 좋지만... 몰라도 별 상관은 없다.

https://brunch.co.kr/@ragony/81


길깃-발티스탄(Gilgit-Baltistan) 세부 행정구역



 말 그대로 삭막하다. 죽음의 땅이다.



 풀과 나무가 없는 곳의 산 허리를 파놨으니, 낙석이 안 생길 수가 없다. 도로 복판에 커다란 바윗돌이 예사로 굴러다니고, 이런 풍경에 익숙한 우리 기사님은 능숙한 솜씨로 돌들을 피해 다닌다.



 바로 옆에 물이 흐르는데, 어쩜 이렇게나 풀과 나무가 없을 수가 있을까. 그건 그거고, 이런 땅의 사면에 이렇게 무지막지 길을 내어버렸으니 낙석이 안 생기는 게 더 이상하다.

사기 3


포장이 안 된 길도 있고...



 아슬아슬 겨우 낙석 사이로 차를 몰고 빠져나왔다. 낙석은 수시로 떨어지나 본데, 낙석을 치우는 장비와 인력은 보이질 않았다.



 혹시 깜빡하셨을까 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길은 "Karakoram Highway"이다.... 공사 중 도로가 아님.


 데쓰밸리를 통과하는 영상을 짧게나마 찍었으면 더 심장 쫄깃하게 전달이 되었을 텐데 차가 너무 흔들려서 사진 촬영도 겨우겨우 했음을 알아주시길. 조수석에 탄 여행동료가 괜히 차 내 손잡이를 꼭 잡고 있는 게 아니다...


 자, 날씨 화창한 날도 이럴진대, 비라도 와서 길 미끄럽고 경사면 바위도 위태위태하다면?

 언제 낙석이 생길지 모른다. 그리고 추가로 높은 확률로 앞에서 봤던 물길이 차길을 막아버릴 것이다. 부디 비 오는 날에는 밖에 나가지 마시라.(원래 이불 밖은 위험하다.)


 실제로 상기의 이유로 훈자밸리와 이슬라마바드를 이어주는 교통편은 하늘길 / 육지길이 동시에 막혀 오도 가도 못 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계획한 일정대로 잘 다녀올 수 있다면 "당신은 운이 좋군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곳이 그냥 자연이 척박하기 때문에 데쓰밸리라고만 했다면 서운할 뻔했겠다.

 풀 한 포기 안 자라는 이곳은 칠라스(Chilas)라는 소도시와 매우 가까운 곳.


칠라스(Chilas)는 파키스탄 길기트-발티스탄(Gilgit-Baltistan)에 위치한 인더스 강(Indus River)에 위치한 디아머(Diamer) 지구의 분할 수도입니다. 카라코람 고속도로와 N-90 국도를 통해 남서쪽의 이슬라마바드와 페샤와르까지 연결되는 실크로드의 일부이며, 카이베르 파크툰크와의 하자라와 말라칸드 지역을 경유합니다. - [구글 지도에서 긁어와서 번역]


사진 출처 : PAMIR TIMES 홈페이지


https://pamirtimes.net/2012/04/04/6-buses-torched-in-chilas-9-passengers-killed-200-safely-returned-to-gilgit/

 

 파키스탄은 수니파 무슬림들이 인구의 대부분이며 시아파 무슬림이 소수인 나라이다(대략 8:2 비중). 수니파와 시아파는 매우 사이가 안 좋으며 그 중 칠라스에 거주하는 사람들 중에 과격분자가 많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파키스탄 북서부로 갈수록 시아파 무슬림의 비중이 높아지는데 그에 비례해서 수니파 시아파의 충돌도 잦으며 서로를 향한 증오범죄가 일어나기도 한다.


사진 : shia rights watch 홈페이지
반 시아파는 칠라스시 보나르 다스 지역에 버스를 세우고 승객들에게 차량에서 내리라고 명령한 뒤 발포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15명의 시아파를 죽이고 50명 이상을 다치게 한 후, 무장괴한들은 버스를 강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파키스탄의 시아파는 폭력의 희생자이며, 당국은 폭력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파키스탄의 시아파는 차별로 인해 많은 공격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 많은 변호사, 의사, 교육받은 사람들이 살해당했습니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으며 이러한 비인간적인 대우를 막기 위해 개입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 April 3, 2012, shia rights watch ]

http://shiarightswatch.org/anti-shia-stopped-the-bus-in-bonar-das-area-of-chilas-city-and-ordered-the-passengers-to-get-off-the-vehicle-before-opening-fire-on-them-after-killing-15-shia-and-wounded-50-more-in-the-bus-the-gun/



Mad Max 이미지. 칠라스 주변 데쓰밸리하고 느낌이 똑같다.


 수니파나 시아파 모두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신을 모시고 같은 히스토리를 공유하는 이슬람이구만 왜 서로 이다지도 못 잡아먹어 난리인 걸까. 특히나 칠라스 주변 자연은 풀도 나무도 자라지 않는 데쓰밸리 구간이라 거주민의 심성도 더 메말라버린 게 아닐까 살콤 추정해 본다. 아, 현실판 Mad Max라니...



Dasu Bus 중국인 겨냥 테러 당시 보도사진. Dawn에서 가져옴.


 테러는 비단 종교분쟁에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2021년 7월 14일 파키스탄 Dasu 지역(초대형 수력발전 댐 건설지구)에서 중국인 노동자들을 태운 버스가 폭발 후 협곡으로 떨어져 중국 시민 9명과 파키스탄인 4명을 포함한 13명이 사망하고 28명이 부상하는, 대형 테러가 발생하여 비슷한 처지의 한국인들이 공포에 떨어야 했다.


https://www.dawn.com/news/1635150

https://en.wikipedia.org/wiki/Dasu_bus_attack



구글에서 카라코람 하이웨이 사고사진 몇 장을 긁어봄...


 척박한 바위산을 깎아 길을 낸 곳이라 길이 좁고 구불구불할 수밖에 없어 교통사고도 잦고, 나무는 물론 풀도 자라지 않는 곳이라 산사태도 낙석도 잦고, 첩첩산중 고산 계곡이라 자칫 실수하면 계곡으로 굴러 떨어지는 사고도 부지기수. 여기에 종교적 이념갈등으로 인한 테러에 외국인 표적 테러까지 더해놨으니, 여기에 비하면 미국의 원조 데쓰밸리는 해피밸리 수준일 듯. 몰랐으니 호기롭게 출발했지, 알고는 못 가는 길이 카라코람 하이웨이인 이유이다.


 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던 자연풍광 하나만큼은 일품이었다. 인생에 한 번 정도는 가 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곳.


 안전은.... 모르겠다. 인샬라.


(다음 편에 계속...)

이전 05화 카라코람 하이웨이 답사기 3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