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코람 하이웨이에서. 다른 우회도로 없음.
훈자에서 라카포시 전망대 휴게소 도착하기 2km쯤 전방, 갑자기 잘 가던 카라코람 하이웨이가 꽉 막혀서 꼼짝도 안 한다. 이상하다. 여기 교통체증이 일어날 만한 곳이 아닌데. 뭔 상황인가요?
"산사태가 나서, 길이 막혔어요."
왓더... 이거 실화??? Real Life??? 그럼 우리 못 돌아감?
여기서 길깃까지 우회로 같은 건 없다. 길은 카라코람 하이웨이 딱 이거 하나.
산사태는 여전히 조금조금씩 진행 중이다.
https://goo.gl/maps/yPtxUfiZNMDD1Mec8
여긴 상시 낙석 발생구역이라 아예 낙석방지 지붕을 만들어 올려놨고,
길이 막힌 건, 이 지점.
여전히 뭉개 뭉개 낙석 먼지가 끊임없이 피어오른다.
오는 차, 가는 차 인산인해로 도로는 양쪽으로 꽉 막혔고 도로 통제가 되고 있는 상황.
통제요원도 와 있고 대형트럭도 와 있지만, 낙석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와중이라 쉽사리 가까이 가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
아, 큰일났네. 오늘 길깃에 도착해야 미리 예약한 호텔에서 자고 내일 아침 비행기를 탈 수 있는데. 문제는 이미 차들 가운데 껴서 오도 가도 못 하고 갇혀 있다는 거다. 아예 시동을 끄고, 밖으로 나와서 연신 무너지고 있는 산사태를 감상(?)하면서... 난감하네~ 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 동네 토박이인 가이드님은 이 정도 낙석은 매우 비일비재한 일이라며 아마 조금만 있으면 길이 열릴 것 같다고 기다려보자고 하신다. 뭐,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우리 말고 다른 사람들도 기다리고 있는 걸 보면 어떻게든 방법이 생기나 보다.
밤에는 매우 춥지만, 낮에는 햇살이 사정없이 강하다. 옥외 광고판 그늘뒤에 서서 마냥 멍 때리기만 하고 있은 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나니, 주변 사람들이 다 차량에 다시 탑승해서 시동을 건다. 아, 길이 열렸나 보다.
앞차 꽁무니를 물고 조심조심 따라갑니다.
낙석 방지 지붕구간을 지날 땐 다시 겁이 좀 났다. 설마 내가 지나갈 때 이거 무너지는 거 아니겠지? 천장 위로 쌓인 낙석이 어마어마한 거 보고 왔단 말이다...
낙석을 치울 트럭은 대기를 하고 있는 게 보이는데, 굴삭기 등 중장비는 아직 안 왔나 보다.
통제요원이 양 쪽 차량을 한 번에 한 대씩만 지나가도록 시간차를 두고 통제하고 있다. 마치 100m 달리기 출발구령을 내리듯 "출발 허가"를 받고 부랴부랴 낙석구간을 지나간다. 하필, 내가 지나갈 때 큰 돌이 굴러 떨어지진 않겠지? 나 평소 로또 당첨도 안 되는 사람이란 말이다. 좋은 거 안 안겨줄 거면 나쁜 거도 주지마시라...
부랴부랴 낙석 중인 구간을 통과하고 나니 자동으로 휴~ 하고 안도감 섞인 한숨이 나온다. 살았구나...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날씨가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오늘 같은 날씨에도 이렇게 낙석이 수시로 발생하는 도로라서 길이 언제 막힐지 모른다. 비 오는 등 기상상황이 안 좋은 날에는 이동을 자제해야 하는 이유다.
라카포시 전망대 휴게소는 올 때 들렀으니 그냥 통과. 낙석으로 시간을 너무 지체했더니 슬슬 땅거미가 지고 날이 저물어간다. 설마, 오늘 안에 호텔에 도착 못 하는 건 아니겠지?
오늘도 다이내믹한 파키스탄 라이프.
경건하게 인샬라를 외쳐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