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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21. 2023

마르코 폴로 커피숍 방문기

길깃(Gilgit)에 있는 고급진 커피숍

 가이드 안내에 따라 도착한 곳은 주차장부터가 널찍하고 전력사정이 안 좋은 이 나라에 영 어울리지 않게 건물 외관조명이 멋들어진 있어 보이는 커피숍.



 전용 로고도 있고 나름 체인점인가 보다.

 구글링을 해보니 인터내셔설 프랜차이즈는 아닌 것 같고 파키스탄 주요 도시마다 같은 로고를 쓰는 매장이 보인다. 음... 길깃 가는 대중버스도 브랜드가 마르코 폴로이던데, 파키스탄 사람들 마르코 폴로하고 왜 친하지?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마르코 폴로가 누구인지 살짝 공부하고 가자.


 마르코폴로(1254~1324)는 지금의 이탈리아, 베네치아 공화국 사람으로 "동방견문록" 저자로 유명하다. 엄밀히 말하면 책을 스스로 집필했다고 보긴 어렵고 같이 감옥에 투옥되었었던 대필작가가 그의 구술을 받아 적었을 거라고 추정을 한단다.

15살 때 상인인 아버지 니콜로 폴로와 숙부인 마페오 폴로를 따라 원 제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색목인을 우대하던 쿠빌라이 칸의 정책 덕분에 17년간 관리로 일하면서 중국 각 지역을 돌아다녔으며, 그 후 고향으로 돌아와서 이 여행을 책으로 묶어냈다. 이것이 그 유명한 동방견문록.(나무위키 발췌)

https://namu.wiki/w/%EB%A7%88%EB%A5%B4%EC%BD%94%20%ED%8F%B4%EB%A1%9C


 동방견문록은 원나라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이야기도 있으니 파키스탄과 아주 관계가 없는 인물은 아니라 하겠다. 공부를 해봤으나 왜 유독 마르코 폴로 브랜드가 파키스탄에서 자주 보이는지는 모르겠다.



 화려한 커피숍 외관과는 다르게, 의외로 가격들이 다 착하다. 브라우니 1천 원. 레몬티 700원. 확실히 이슬라마바드만 벗어나도 물가가 확~ 떨어진다. 체감물가 절반.

 커피숍답지 않게 식사류도 많네. 쇠고기 스테이크도 1,250루피(5,900원)면 충분. 아예 여기서 저녁식사를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나는 Cardamom Tea를 시켰는데, 맛은 그냥 보통 짜이하고 똑같다. 짜이에 카다멈 씨 몇 개가 반쯤 갈린 채 들어가 있는 게 전부. 카다멈은 "소구두 씨앗"이라고 번역되는데 생강과 작물의 일종이라고 한다. 크게 특색있는 맛은 안 나고 해바라기 씨? 대충 그 정도 느낌이다.


 시내 전망 구경도 하고 2층 테라스 테이블이 좋아 보였는데 내 눈에 좋으면 다른 사람 눈에도 좋아 보이나 보다. 빈자리가 없다. 적당히 중앙의 큰 테이블에 착석. 조명도 밝고 아늑하고 나무질감의 인테리어는 아늑한 느낌을 준다. 한국 커피숍 느낌도 살짝 나는데, 다른 게 있다면 손님의 대부분이 다 남자다.(여자 손님은 딱 한 분 계셨다.) 파키스탄은 여성이 사회활동하기 여전히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다.



 사흘 내내 우릴 여기저기 잘 데려다주신 성실하고 조용한 성격의 기사님(단, 운전시에는 분노의 질주...). 커피숍 인테리어 배경이 예뻐서 모델로 초빙해서 한 장 찰칵.


 배도 부르고, 차도 마시고 했으니 이제 집에 갑시다.



 오늘 숙박할 곳은 길깃 시내에 있는 Park Hotel.

 "공원 호텔"이라는 느낌으로 작명한 줄은 알겠는데, 나는 왜 이름에서 주차 빌딩(Parking Building)이 연상이 되냐... 이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어째 오늘 방문했던 길깃에 있는 모든 상업시설들 이름이 어딘가 살짝살짝 한국인인 나와 감성 포인트가 어긋난다.



 은은하게 통일성 있는 장식 조명을 설치한 호텔 외관은 상당히 럭셔리해 보인다.



 하룻밤 묵어가기엔 그리 나쁘지 않은 실내와 화장실. 빗, 칫솔, 치약, 면도기 등 기본 어메니티도 준다.

 길깃 시내는 훈자에 비하면 아주 고산지대는 아닌지라(그래도 높다. 시내 평지가 기본 약 1,500m는 된다.) 밤이 되어도 그리 안 춥다. 오늘은 오들오들 떨지 않고 잘 수 있을 것 같다.


 샤워 가볍게 하고 바로 자야지~ 하고 물을 틀었는데, 암만 물을 흘려보내도 더운물이 나올 기미가 안 보인다. 프런트에 가서 온수 서비스가 안 된다고 항의를 하니, 그거, 원래 아침에만 나오는 거란다. ㅡㅡ; 아니 모텔도 아니고 3성급 호텔이래매... 원래 그런 거래니까 그렇다 치고, 손발하고 얼굴만 대충 냉수로 씻고 자야지. 그렇게 대충 손에 물을 적시고 있는데... 조명이 일순간 싹 다 나갔다. 정전이다. 비상조명도 없고 정말 한 치 앞이 안 보인다. 더듬더듬 벽을 짚고 나와서 스마트폰 조명에 의지해서 투덜투덜 대고 있으니 부아아앙~ 하는 엔진 시동음이 들리고 조명이 곧 재점등이 된다. 비상발전기를 가동했나 보네.


 손발을 대충 씻고 침대에 누워 인터넷을 확인하려는데, 어떤 시그널도 안 잡힌다. 아놔 진짜. Free Wi-Fi 된대매? 대체 되는게 뭔데??? 사실, 손 씻기 전에 잠깐 인터넷이 되는 거 봤긴 봤었다. 그런데 지역정전이 되니 인터넷망도 다 같이 셧다운 된 것 같다. 조명이야 비상발전기로 공급한다 치지만, 와이파이에 연결된 외부 인터넷망까진 호텔이 어떻게 못 하나보다.


 나는 Jazz Usim과 PTCL 도시락을 가지고 왔는데, 길깃 지역에선 둘 다 데이터 통신도 안 되었다. 길깃 발티스탄 지역에서 제대로 무선 데이터 통신을 하려면 SCO Usim이 필요하다고 한다. 파키스탄 내에서도 가는 지역에 따라 지원하는 통신회사가 제각각이니 여행 오시는 분들은 필히 미리 체크하고 오시는 게 좋겠다. 아, 하나 더. SCO Usim을 장착을 하고 오더라도 밀집 거주지역 말고 이동 중에는 태반이 신호가 안 잡히니까 스마트폰과 구글맵만으로 여행하시는 분들도 미리 통신두절에 대한 준비를 하고 오셔야 하겠다.


 에효. 더운물 안 나오든, 인터넷 안 되든, 정전이 되든 뭐 중요하리.

 일단 내 몸 하나 뉘일 공간 있고 잘 공간 있으니 된 거다.


 여행 사흘 차 일정 끝. 자야지.



(다음 얘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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