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Apr 28. 2022

테러위험국가 파키스탄에서 살아남기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제1화에서 밝혔다시피, 우리회사에서 이 보직에 지원한 사람은 내가 유일했다. 그게 변변찮은 실력의 내가 해외파견자로 선발된 가장 큰 이유다.(단독출마 무혈입성)


 통상 해외파견자 선발은 경쟁률이 높다. 이런저런 혜택도 있거니와, 직장을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돈을 벌면서 해외살이라는 특별한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니까 여건이 되고 도전정신이 있는 사람들은 충분히 한 번쯤 마음 먹음직할만하다. 특히, 영국, 미국 등 영어권 선진국 파견자 선발과정은 경쟁이 무척 치열하다.


 그런데, 파키스탄, 특히 내 보직은 왜 지원자가 없었을까.

 내가 지원하지 않은 사람들을 일일이 인터뷰해본 건 아니지만, 누구나 공감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파키스탄은 우리나라에서 출국 권고지역, 즉 위험국가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가 운영하는 지사가 위치한 곳은 이곳 파키스탄 지역 중에서도 분쟁지역으로 분류된 곳이다. 그러니... 어느 누가 쉽게 손들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에서 파키스탄을 공식적으로 얼마나 위험한 곳으로 여기는지 사전 공부를 해보자. 우선, 외교부에서는 "여행경보제도"라는 것을 운영한다.


ㅇ 여행경보제도 (출처 : 외교부 홈페이지)

 외교부는 해외에서 우리 국민에 대한 사건·사고 피해를 예방하고 우리 국민의 안전한 해외 거주·체류 및 방문을 도모하기 위해 2004년부터 ‘여행경보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스스로의 안전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위험에 사전 대비할 수 있도록 우리 국민의 거주·체류 및 방문에 주의가 요구되는 국가(지역)의 위험 수준을 알리고 그에 따른 행동요령을 안내합니다.

 여행경보제도는 총 4단계로 구분되는데, 2022년 4월 27일 현재, 이곳 파키스탄은 일부 지역(이슬라마바드, 페이살라바드 지역, 라왈핀디 지역, 라호르 지역)만 여행 자제 지역이며 나머지는 모두 "출국 권고"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가 전체가 빠알~갛다..... 피가 철철 나는 느낌이다.....

 포스트가 되는 주거지는 이슬라마바드 센터로스지만, 회사의 지사가 있는 지역은 아자드 잠무 앤드 카슈미르(AJ&K) 지역이므로 출국 권고 지역에 위치한다.


 그럼 왜 외교부에서는 파키스탄 전체를 "출국 권고"지역으로 지정해서 경고를 할까.


 이 나라는 치안이 불안한 곳이 많고 특히 무차별 테러가 잦다. 어제(2022년 4월 26일)도 파키스탄 최대 도시인 카라치에서 중국인을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테러는 파키스탄 반군인 발루치스탄 해방군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얼마 전까지는 주로 정부 요원 또는 정부군을 상대로 테러를 벌이다 중국인에게까지 확대가 되고 있다.


https://www.ytn.co.kr/_ln/0104_202204262246151628


 파키스탄은 중국에 대해 우호적이다. 일반 국민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인을 크게 혐오하지 않으며, 파키스탄에 거주하는 중국인을 약간 우러러보는 시각도 있다. 파키스탄 내 거주하는 대부분의 외국인은 대부분 지위가 높고 중산층 이상이다. 임금 수준이 세계 최저권인 이 나라에서 취업이나 생존을 위해 외국인이 파키스탄에 입국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 중 해상 실크로드의 주요 거점인 파키스탄은 2015년부터 본격화된 '중파경제회랑(CPEC)'에 의해 620억 달러(약 72조 1,0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수혈받았다. 이 자금은 중국 서부에서 파키스탄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도로와 파이프라인 등을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에는 투자사업, 건설사업 등에 종사하는 중국인이 매우 많다.


 다만, 밝은 면이 있으면 어두운 면이 생기는 법. 어딜 가나 극우 극좌는 있기 마련이라, 중국이 투자한 회사가 많아지고 중국 자본으로 건설되는 SOC가 많아지다 보니 발루치스탄 해방군은 중국이 파키스탄 자원을 수탈한다고 생각하여 테러를 한다고 한다.


 중국인을 겨냥한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http://www.segye.com/newsView/20210717502309?OutUrl=naver

 작년에도 중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있었다. 작년 테러 사고는 우리 회사가 투자하여 운영하는 사업과 유사한 성격의 사업관계자를 노린 테러라, 당시 우리 회사의 한국인 파견자들도 극도로 긴장했었다고 한다.


 문제는 중국인을 겨냥한 테러가 전부가 아니라는데 있다. 종교나 직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테러가 난무하며, 테러의 배후도 한두 조직이 아니라는 데 문제의 복잡성이 있다. 테러의 배후조직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 탈레반, 발루치스탄 해방군 등 거점도 요구사항도 복잡 다양하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409732&ref=A

 이슬람 신도인 무슬림들도 테러의 예외가 아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171218105200077?input=1195m

 타 종교인, 특히 기독교인들에 대한 테러도 잦은 편이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2022/01/20/TD6S36NBFVAYNKY44FKLMGIMEY/?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올해 초에도 치안이 좋은 곳으로 알려진 행정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테러가 발생해서 이곳 현지 교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http://mbnmoney.mbn.co.kr/news/view?news_no=MM1004588190

 국경지대의 분쟁과 테러는 더욱 잦다. 너무 잦아서 메인 뉴스에 실리지 않을 정도다. 단신처리.


 파키스탄 한인회에서는 전체 단톡방을 운영하는데, 한국인 신변에 위협이 될 만한 일이 발생하면 아래 예시처럼 경고 메신저를 발송해준다.


 이슬라마바드 센터로스에는 한국인도 많이 거주하지만, 중국인이 더 많이 거주한다. 이제껏 단 한 번도 한국인을 겨냥한 증오 테러는 없었지만, 중국인들 틈에 살다 보니 본의 아니게 불안 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살다 보면 테러 뉴스에 점점 둔감해지는데 그 과정이 코로나 확산 전파 과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도 코로나 환자가 수십 명에서 수백 명으로 증가할 때는 난리법석을 떨다가, 이제 수십만 명 나오고 일상이 되다 보니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든 말든 뉴스거리가 안 되고 그냥 그러려니 한다.


 파키스탄에 처음 도착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라호르 대도시에서 쇼핑몰 테러가 발생했다. 그 테러 뉴스를 접하고 너무 겁이 나서 주말에 마트에 나갈 때도 머리숱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 들고 최대한 쇼핑몰 입구를 빨리 지나가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여기서 비슷한 유형의 테러 뉴스가 워낙 잦다 보니, 어지간한 원거리에서 발생한 테러는 그냥 또 그랬구나 흘려듣기 일쑤가 된다. 일일이 세어보지 않았지만, 체감상 2주에 한번 정도는 중앙언론에 보도되는 크고 작은 테러 소식이 전해진다. 초기에 부임해서는 현지 테러 소식을 실시간으로 본사에 보고하며 호들갑을 떨었는데, 이제 어지간한 소식에는 나도 사실 별 감흥이 없고, 본사 보고에 반영하지 않게 되었다. 이 나라 사람들도 어지간한 테러 소식에는 관심과 흥미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냥 내 일 아니라고 생각하는가 보다. 그리고 나도 점점 그렇게 되어가는 중이다.


 테러와는 무관하게, 대부분의 국민들은 매우 순박하고 우호적이다. 특히 은근한 인종차별이 만연한 백인 중심의 선진국보다는 어딜 가도 동양인을 귀빈 대접을 해 주는 이 나라 사람들에게 훨씬 더 정이 가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술도 안 마시고, 꾸란의 가르침으로 큰 소리도 안 내고 싸움도 안 하려는 사람들인데, 왜 이렇게 불특정 다수를 처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잦아지게 되는 걸까.


 아직 내 공부와 배움이 모자라, 이 깊은 테러의 역사까지는 공부를 못 했다. 분명 무언가 잘못된 시작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쉽지 않겠지만 잘못된 매듭을 풀어내는 방법도 분명히 있으리라 희망 섞인 생각을 해본다.


 많이 무뎌지긴 했지만, 어쨌건 국가공인 위험국가 파키스탄.

 이 나라의 외국인으로서 항상 조심, 또 조심하고 살아서 돌아가야겠다.

이전 01화 "이번 생에 파키스탄은 처음이라" 2권을 시작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