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토요일 초안작성
이곳 파키스탄으로 오자마자 회사에서 지원하는 현지 스마트폰을 사서 현지 통신사로 개통했다. 통신사는 Jass. 통신환경은 4G. 그러나 믿지 마라. 우리나라 3G 시절보다 느리다. 심지어 수시로 먹통이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도 전파 음영 구역이 너무 많다. 스마트폰이 기지국을 검색하느라 배터리도 금방 닳아버린다. 가끔 잘 될 때도 있는데, 느린 건 둘째치고 수시로 먹통이 되는 게 제일 갑갑하다. 분명히 직전 클릭 때는 잘 되었는데 다시 클릭하면 “인터넷에 연결할 수 없음”하고 뜬다. 처음에 왔을 때는 인터넷 느린 게 가장 견디기 어렵던데, 한 열흘 살다 보니 그런가 보다 하고 적응이 된다.
AJ&K 현지와 이슬라마바드 도시를 왔다 갔다 하면서 수시로 업무망에 접속해야 하는 위치인 관계로, 와이파이 도시락도 지급이 된다. 여기선 이걸 Charji라고 부른다. Charji는 정확히는 또 다른 국영통신사인 PTCL사의 상품명이다. 와이파이 도시락은 월 75GB까지 사용이 가능하고 스마트폰은 10GB까지 가능하니 어지간히 동영상을 본다 치더라도 다 쓸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여기 속도를 감안하면 하루 종일 틀어놔도 어차피 느려서 다 못쓰지 싶다. 감히 말하지만 인터넷 속도만큼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다. 물론 더 빠른 나라도 있겠지만, 더 빨라봤자 체감하지도 못할 거고 그 정도면 세계 최고다. 우리나라 땅덩어리 안에서는 불통되는 지역도 없다.(있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가 본 곳에서는 다 되었다.) 정말 여러모로 모국이 선진국이고 잘 사는 나라구나 라는 게 외국에 나와보니 절실하게 느껴진다.
내가 내는 건 아니지만(회사에서 지원된다.) 모바일 요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한 번 알아보자.
Charji 서비스는 파키스탄 PTCL(Pakistan Telecommunication Company Limited)이라는 이라는 국영 통신사의 이동식 와이파이 통신장비 상품명이다. 한국에서는 와이파이 도시락이라는 용어가 더 익숙하다.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니 유선인터넷, 케이블 TV 등 한국의 종합통신사 느낌과 비슷하다. 통신사 홈페이지답게 빠릿하고 꽤나 세련된 느낌도 든다. 카라치, 라호르 등의 대도시에는 월 1,499루피에 무제한 용량을 제공하는데 AJ&K 지역에는 무제한 요금 자체가 없고 월 75GB 한도 요금이 월 2,099루피이다. 루피에 대충 7을 곱하면 우리나라 원화가 되니까(정확히는 1월 15일 현재 6.76배) 1만 4천 원쯤 되는 요금이니 크게 부담은 없다.
Jazz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10GB 스마트폰 요금은 한 달에 750루피. 한화로 대충 5천 원. 왓츠앱만 쓸 수 있는 요금제가 별도로 있던데, 월 101루피. 700원. 싸다. 뭐, 싸던 비싸던,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통신비니까 나는 그냥 쓰기만 하면 된다. 다 합쳐 월 2만 원쯤 지원되나 보다.
어쨌든, 있을 건 다 있는 것 같은데 뭐 무지무지 느리다. 이게 시종일관 항상 그러면 그런가 보다 하는데, 어떤 때는 또 잘 되다가도 어떤 때는 연결 자체가 아예 안 되고 그러니 인내심이 많이 필요하다. 원래 그러려니 그러려니... 가끔 업무상 카톡 등으로 원본사진을 보낼 일이 있는데 사진 몇 장 보내려면 수십 분이 걸리는 일도 잦다. 그런데 또 유튜브는 잘 된다. 아무래도 카카오톡 서버가 이 나라에 있지 않아 그런 것 같다. 이 나라 주류 SNS는 왓츠앱이다. 나도 직원들하고는 왓츠앱으로만 소통하며 카톡은 우리나라 사람들끼리만 쓴다.
두 통신사 말고 요즘 뜨는 통신사가 하나 더 있다. Zong Mobile. 차이나 모바일이 100% 투자한 파키스탄 현지 자회사인데, 기지국 등 쏟아붇는 물량이 많아서 통신품질이 괜찮은 편이라고 알려져있다. 파키스탄은 중파경제회랑을 체결한 이후 산업계 전반에 중국 투자가 많이 들어와있고, 이슬라마바드에도 상당수의 중국인들이 보인다. 중국인들에 비해 한국인들은 매우 소수라, 입 꼭닫고 있으면 우리도 다 중국인으로 취급받는 분위기다.
새해다 보니, 카톡으로 여기저기 안부 문자를 잔뜩 뿌리다 보니 하루가 다 간다. 원래 새해는 인사하다 다 가는 거다. 새해 인사야 뭐 별 게 있겠냐마는, 새해 인사를 모두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오늘의 주제는 통신이다.
하는 김에 통신 얘기를 조금 더 해야겠다. 이번에는 억울한 로밍 요금 뜯긴 이야기.
한국 전화요금을 1원도 내기 싫어 알뜰폰 특판 요금에 가입해서 12개월간 0원 요금제에 가입하고 왔다고 이전 게시글에서 밝혔다. 진짜 0원인가 가서 확인해보니 이거 웬걸. 수천 원! 이 나왔다. 아니, 이거 약속하고 다르잖아. 꼼꼼히 확인을 해보니 해외발송 문자 요금 450원. 음... 그렇지. 인증서 갱신한다고 확인 코드 회신을 세 번쯤 했지. 인정. 문자 하나 150원. 비싸지만 그만큼 비용 가치를 했으니 OK. 로밍 국제전화 수신 3,763원. 아니, 몇 분 통화했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로밍 현지수신 통화료 382원. 이건 또 뭔가?
인터넷 폭풍 검색을 해봤다. 해외 로밍이 되면 전화 수신자도 과금이 된다. 거는 사람도 국제전화요금을 엄청 내지만, 받는 사람은 받는 사람대로 낸다. 국가에 따라 수신통화가 성공하면 받은 순간부터가 아니라 벨이 울린 시점부터 과금이 되는 나라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통화했다고 생각하는 시간보다 더 나올 수가 있단다. 로밍 현지수신 통화료는 이 나라 통신망을 빌려서 사용한 요금이랜다. 그러니까 Jazz 같은 이 나라 통신업체한테 내는 비용이다. 더 검색을 해 보니, 심지어 전화를 받지 않아도 전화요금이 엄청나게 나갈 수가 있단다. 전화를 받을 때까지 들고 있다 보면 “지금 고객님께서 어쩌고~”하면서 소리샘으로 연결되는데, 이 멘트 연결이 되면 또 국제 요금이 청구된다고 한다. 하아. 나 국외에 있는 거 알면서 누가 자꾸 전화하노. 범인은 불법대출안내 전화하고, 선거유세 전화다. 끈질기게 오는데 이게 ARS 자동전화이다 보니 국내외를 막론하고 받을 때까지 막 거나 보다.
상황을 확인하고 한국 유심을 비활성화 해버렸다. 이젠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으므로~” 나오겠지. 전화기가 살아있기만 해도 해외 수신요금이 나올 수 있다는 건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는데 역시 꼼꼼하고 볼 일이다. 괜히 4천 원 뜯겼다. 아깝고 무의미한 내 돈. 가끔씩 일주일에 몰아서 한국 문자 한꺼번에 확인해야겠다. 사실 급한 건 카톡으로 다 오니, 긴급문자 받을 일도 없다. 어쩌다 금융 확인 때문에 살려놓고 온 한국 전화인데 필요할 때만 살리면 되지머.
어쨌든 통신환경도 대한민국이 세계 최고다. 정말 인터넷만큼은 우리나라가 무지무지무지 그립다. 여기 너무 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