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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17. 2022

파키스탄에선 똥 싸는 것도 콘텐츠야

변기도 비데도 달라요

 한국에 있는 직장동료와 이런저런 파키스탄 얘기를 카톡으로 나누다 콘텐츠를 잘 발굴해서 유튜버로 진출하라는 농담조의 권유를 받았다. 내가 대응한다고 했던 말이,


"콘텐츠야 넘치지. 여기선 똥 싸는 것도 콘텐츠야."


 일상 하나하나가 모험이고 새로운 일이란 걸 에둘러 한 말인데, 생각해보니 콘텐츠 맞다.


 파키스탄 입국 첫날 당황했던 기억 중 하나. 양변기는 있는데... 물은 어떻게 내리지? 대부분 양변기 물통 측면 레버를 누르거나 버튼을 누르거나 하는데 여긴 그런 게 안 보인다. 설마 전자동? 그럴 리가 없지. 한참 궁리하다 보니, 상단에 있는 단추 같은 걸 위로 당기니 줄이 쫘악 올라가면서 플러싱 밸브가 열린다. 모든 양변기가 다 그런 건 아니고, 버튼 누름식도 물론 있기는 하다.



 그렇게 별 거 아닌 양변기 사용법 학습 완료.


 이번엔 비데.

 그렇게 한 달여 잘 살다가.. 한국식 비데 없이 사는 게 불편하고 안 깔끔하게 느껴져서 경영팀장한테


 "적어도 회사 변기에 만이라도 비데를 설치하면 어떨까요?"


 물었는데


 "비데... 이미 있습니다. 변기 옆에 있는 청소 호스 같은 게 비데예요, 지사장님."


 응? 저게 비데? 저거.. 청소용 호스 아녔어? 어쩐지 이 나라 화장실에는 한국에는 잘 안 보이는 청소 호스가 너무 많다했어... 그렇게 깔끔한 나라가 아녔는데 이상했어....


청소용 호스가 아닙니다. 비데입니다.


 아.. 한 달 동안 모르고 있었네 저게 비데 용도라는 사실을. 얘기 안 했으면 몇 년을 살다 돌아가도 모를 뻔했다. 청소 호스처럼 생긴 비데, 처음에는 매우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정 붙이고 쓰다 보니 한국식보다 좋다. 내가 느끼는 확실한 장점은 다음과 같다.


1. 깨끗하다.

 한국식 비데는 비데 노즐이 변기 안쪽에 있다 보니 셀프 클리닝 등 첨단기술을 동원해도 금방 노즐이 오염되며 이 노즐을 청소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파키스탄식 비데는 노즐이 원래 변기밖에 있으므로 오염될 일 없다.


2. 싸다.

 한국식 비데는 싼 것도 수십만 원 한다. 여기 비데는 호스에 노즐 달면 끝이다.


3. 내구성이 좋다.

 한국식 비데는 기능과 작동부품이 많은 만큼 고장요인도 증상도 다양하다. 파키스탄식 비데는 노즐에서 물만 안 새면 고장 날 일 없다.


4. 수압도 위치도 내 맘대로.

 비데 호스 끝에 노즐 밸브가 있다. 꽉 쥐면 100% 개방(강한 물살), 살살 쥐면 물이 조금만 나온다. 악력 따라 수압을 섬세히 조절할 수 있고 청소 부위를 조절하기도 쉽다.


5. 타 용도로 전용 가능

 청소 호스처럼 생겼으니 당연히 화장실 청소도 가능하다.



단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1. 냉수만 연결되어 있어 겨울에는 똥꼬가 좀 시렵다. 그런데 이 나라, 겨울이 짧고 별로 안 추워서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2. 똥꼬 청소 중에 가끔 손에 물이 튄다. 뭐,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손 씻으니까. 요즘엔 적응이 되어서 거의 안 튀게 잘 조절할 수 있다. (나름 적응의 명수)



 이 나라는 남성 소변기에도 소변기마다 수동식 비데가 있다. 파키스탄 사람들이 한국 오면 소변기 비데도 안 쓰는 미개한 국민들이라고 하려나. 나만 저게 신기해 보이는 건지 구글에서 소변기 비데(Urinal Bidet)를 검색해봤는데 미국의 소셜 뉴스 웹사이트인 Reddit에서 재밌는 반응들이 나온다.




 반응이 너무 원색적이라... 다시 인용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인들이 느끼는 감정도 좀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인가 보다. 이런 식의 양변기, 소변기 비데 시스템은 파키스탄 뿐만 아니라 중동 등 이슬람 국가에서 일반적이라고 하니 참고로 알아두자. 그러고 보니 카타르 도하공항의 라운지에서도 양변기에 동일한 비데 호스를 봤었다. 종교적인 이유로, 무슬림들은 용변을 보고 난 후 특정부위를 물로 닦는다고 하며, 그런 이유로 비데 호스가 소변기 양변기 모두에 있나 보다.


우두실. 기도 전 손발을 물로 씻는 곳.


 파키스탄은 이슬람 국가로 무슬림이 97%에 달하는 나라다. 공공건물 어디를 가도 기도실이 있기 마련인데, 통상 기도실 가까운 곳에는 화장실과 별도로 "우두실"이라는 곳이 별도로 있는 곳이 있다. "우두"는 예배를 드리기 전 손발을 깨끗하게 씻는 것을 뜻하며, 대충 보면 남성 소변기 비슷하게 생겼는데 절대로 여기에 실례하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생리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이것을 해결하는 문화도 나라마다 다 개성이 있다. 내가 젊었던 시절 처음 미국에 갔었을 때, 공공화장실 문은 꼭꼭 잠겨있고, 열쇠를 관리하는 관리인을 통해서만 화장실로 들어갈 수 있던 건물이 있었는데 내가 화장실을 이용한 후 키를 반납하면서 "Thank you."라고 감사해하며 돌아 나오는데 왜 자꾸 그 아저씨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는지 당시에는 이유를 잘 몰랐었다.(당연히 줘야 하는 이용료, 팁을 안 주고 온 것이다.) 가서 당황하지 않으려면, 해외 방문 전 그 나라 화장실 문화가 어떤지 한번쯤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겠다.


 물어보기 전에는 잘 안 알려주는, 그래서 잘 모를 수 있는 파키스탄 화장실 비데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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