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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n 11. 2023

라호르(Lahore) 가는 길

 지난 주 라호르 출장을 다녀오느라 글쓰기가 한동안 뜸~ 했습니다.

 여독으로 피곤한데다 콧물이 쉴새없이 흐르는 감기까지 걸려서 며칠 골골골 했답니다. 바이러스 성 감기는 치료제도 없는거고 대증요법 감기약 먹어본들 되려 치료에 방해만 되는거란거 알아서 어지간하면 약 먹지 않으려 했었는데 너무 괴로워서 약먹고 자고만 반복했어요. 주말이 끝나갈 즈음 되니 감기도 좀 낫고 기력이 좀 살아나는군요. 잘 쓰진 못하지만 유일한 취미가 글쓰기인데, 쓰던 사람이 쓰기를 멈추니 삶의 생기가 급격히 떨어짐을 느낍니다. 무사히 출장 다녀왔으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음을 신고드려요. 이제 또 열심히 써봐야지~ ^^/

 안부를 물어봐주신 절친작가님들 고맙습니다.




 지사 내에서 감금생활만 하다 100만 년 만에 떠나는 출장 길.

 라호르에 본사를 둔 현지 엔지니어링 회사에 의뢰한 용역 중간결과물에 대해 의논하러 가는 길이다.


 참고로 라호르는 카라치에 이어 파키스탄 제2의 도시. 한때 무굴제국의 수도였던 도시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도시이며, 2017년 현재 기준 인구 1100만 명이 넘는 초거대 도시이다.


https://namu.wiki/w/%EB%9D%BC%ED%98%B8%EB%A5%B4#rfn-1


이슬라마바드에서 라호르 가는 길


 지사에서 바로 가는 길이 직선거리는 더 가깝긴 한데, 길 상태가 좋지 않아서 한국식 고속도로, 즉 모터웨이가 잘 되어있는 이슬라마바드와 라호르를 잇는 M-2 도로를 이용하기로 했다.


 M-2 모터웨이는 한국인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파키스탄의 첫 모터웨이로, 한국의 대우건설이 만든 도로다. M-2 도로에 올라가자마자 "꼭 한국 고속도로 느낌이 나네~"라고 했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다. 1997년 11월에 개통된 도로로 2023년 6월 현재까지 파손된 곳 없이 관리가 잘 되고 있다. M-2 모터웨이는 이후 파키스탄에 건설된 모든 모터웨이의 모델이 된 기념비적인 도로라고 한다.


https://www.mk.co.kr/news/special-edition/5053111


 이슬라마바드 숙소에서 라호르 중심부까지는 380km. 4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서울에서 부산 가는 거리(약 400km)와 거의 비슷하다.



 파키스탄에는 총 14 노선의 모터웨이가 있다. 신호등 막힘 없이 100km 이상의 속력으로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의 느낌이 모터웨이이며, 흔히 고속도로로 번역되는 "하이웨이"는 한국에서의 지방 국도보다 못한 실정이니 파키스탄에서 "하이웨이"라고 고속도로 상태를 상상하면 곤란하겠다.


자료출처 : 위키피디아

 

 두어 시간 달려 휴게소에 들렀다.

 교통도 한산한데, 휴게소의 어마어마한 규모에 놀랐다. 무슨 휴게소가 선진국에 있는 교외 아웃렛 명품 매장 같네. 외관은 으리으리한데 찾는 손님이 한정적이니 영업 중인 점포가 많지 않았다. 파키스탄의 제2 대도시 라호르와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잇는 모터웨이인데 교통이 너무 한산해서 국가 경제란 게 역시 도로만 짓는다고 다 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 외관만큼은 아웃렛 명품매장. 그런데... 비었어요...



 주차장에 나름 태양광 패널도 깔아놓고 투자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규모에 비해 너무 한산하다.


사람이 별로 없네...
맥도널드 매장


 익숙한 맥도널드 매장에 들어갔다. 파키스탄에도 글로벌 프랜차이즈는 종류별로 다 있다.(단, 스타벅스는 아직 못 봤다. 아마도 이 나라 국민들이 커피를 거의 마시질 않으니 사업성이 없을게다.) 신용카드 사용을 거의 하지 않는 파키스탄인데 여긴 키오스크가 있어 신기하게 보였다.


 맥도널드는 저렴한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이지만 여기선 고오오오급 레스토랑이다. 현지화 패치가 끝난 나도 메뉴판을 보자마자 "뭐 이리 비싸?" 소리가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현지 식당에 가면 고급음식으로 쳐 주는 비리야니도 300~400 루피면 한 끼를 먹는데, 카푸치노 한 잔이 580루피라니. 서민들이 올 곳은 못 된다.(파키스탄은 2023년 현재, 최저임금 하루 일당이 1,000루피를 겨우 조금 넘는다.)


 출장동료는 아이스라떼(478루피)에 버거(700루피)를 먹었고, 나는 녹차 한 잔과(203루피) Chocolate Lava Cake(315루피) 하나를 먹고 나왔다. 대충 500루피=2500원. 한국 물가 대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착한 물가"이지만, 여기 식대로 물가 적응을 해 버려서 한국에 복귀하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까 심히 걱정이 된다.



 꼬불꼬불 비포장 산길만 다니다가 제대로 된 고속도로를 달리니 딴 세상에 온 것 같다. 도로상태가 매우 좋아서 피곤함이 일반 도로와 비할 바가 못 된다. 적당히 쉬고 대충 달려 5시간 만에 라호르에 도착했다.


(다음 얘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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