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얘기에서 계속...)
저녁도 배부르게 먹었으니, 이제 숙소로 가서 잡시다.
라호르 시내는 워낙 길이 복잡해서, 운전 전문가인 우리 기사님도 길을 헤맨다. 찾아가는데 한참이 걸렸다.
도착한 목적지는 The Nishat Hotel. 나름 5성급에 신축이고 깔끔한 곳이라고 추천받아 간 곳이다.
https://goo.gl/maps/BYp9J4CHcVJp5t7p7
로비부터 깔끔하고 벨보이들도 다 유니폼을 입고 영어로 맞아준다. 나름 격식 있는 곳이네. 파키스탄도 싼 곳은 싸지만 이렇게 고급진 곳은 다른 나라 못지않게 비싸다. 국가 경제력은 높지 않아도 빈부격차는 이미 우리나라보다 더 심하게 벌어진 것 같다.
잘 자고 난 다음 날 조식 뷔페. 아침부터 이걸 어떻게 다 먹어 싶을 만큼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많지만, 원래 아침을 먹지 않는 식습관을 가진 나는 셰프가 즉석에서 구워주는 오믈렛이랑 녹차 한 잔만 먹고 왔다. 어째 숙박비가 많이 아깝다는 생각이 좀 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식습관을 어겨가며 많이 먹는 것이 몸에 좋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 인지한 다음부터는 억지로 많이 먹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안 먹어서 탈 나는 경우는 없지만 늘 많이 먹는 게 문제니까.
오늘 일정은 이슬라마바드로 돌아가는 것이 전부지만 라호르까지 온 것이 아까우니, 주요 포인트 몇 군데만 보고 가기로 했다. 첫 행선지는 라호르 박물관.
여기서도 외국인 차별요금은 여전하다. 내국인(성인)은 50루피를 받는데, 외국인 입장요금은 1,000루피다. 무려 20배. 사실, 1,000루피라 하더라도 큰 부담은 아니지만(5천 원) 외국인만 차별해서 스무 배나 요금을 물리는 게 심히 기분이 좋지 않다.
내부 구조는 대충 이렇고...
제일 처음 눈에 딱 들어오는 매우 정교한 나무문. 한땀한땀 이걸 어떻게 다 조각했을까 싶은 감탄이 든다.
지역별 전통옷도 있고 불상도 있고 각종 무기류도 전시해 놨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상과 조지 5세 동상도 큼직하게 있다. 역사적 사료로서 가치는 있겠지만, 우리 정서를 투영해서 본다면 일본 식민시절 일본 천황 또는 이토 히로부미 동상이 우리 박물관에 있는 격인데 파키스탄 자국민들이 이 동상을 보면 어떤 감정이 드려는지 잘 모르겠다.
어느 기념관을 가든 빠지지 않고 계시는 진나 전시관. 파키스탄을 건국한 국부로 추앙받는 분이다.
우표와 화폐 전시실도 있다.
진나 전시실을 돌아 나와 다시 1층으로 내려가면 불교, 힌두교 및 이슬람 유적을 볼 수 있다. 라호르 박물관의 시그니처 전시물은 어디서 한 번쯤 봤음직한 뼈말라 부처상이다.
유물의 의미를 하나하나 곱씹어가며 보려면 하루종일 봐도 부족한 박물관이지만 큐레이터나 해설사도 없었고 내 그리 학구열에 불타는 사람은 아니기에 "이런 게 있구나"만 느끼고 후다닥 나왔다.
입구에는 주요 고관님들의 방문 사진을 전시해 놨는데 아는 사람 하나도 없다. 나도 다녀갔으니 내 사진도 여기 실리면 좋겠네.
(다음 얘기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