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드샤히 모스크도, 라호르 포트도 라호르에서 제일가는 유명한 관광지다 보니, 인근에 식당도 많다. 이곳의 공식 명칭(구글 지도에 의하면)은 "Food Street Fort Road". 음.. "음식거리 성곽거리" 쯤 되나 본데 Street와 Road는 하나만 써도 되는 거 아닌가? 암튼. 한국식으로 치면 먹자골목임.
간발의 차이로 미나레 파키스탄에서 포트를 관통하는 길로 오지 못하고(밤 8시가 넘으면 포트 입구 길은 통금이 되는 듯.) 빙빙빙 둘러서 왔다.
조금 억울하게 생긴 사자상과 식당명이 즐비한 안내판이 입구에 있다.
거리에 들어가자마자 호객행위가 장난이 아니다. 미리 예약한 곳이 있으니, 노 땡큐.
뉴욕 거리처럼 동상처럼 분장한 분도 계신다. 날씨가 더운 정도를 넘어 반쯤 익어가는 날씨인데 고생이 많으시네...
이 날 우리 일행이 예약한 식당은 Haveli Restaurant.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특징인 파키스탄 전통음식점인데, 전력사정이 좋지 않고 전기요금이 무진장 비싼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건물 외관 장식 조명부터 화려하다. 이곳을 잡은 이유는 뭐 딴 거 없다. 전망이 뛰어난 루프탑 식당이라서.
널찍한 루프탑.
사실, 이 날은 야외에서 식사하기 많이 더운 날이었다. 하지만, 에어컨 빵빵한 실내엔 사람이 없고, 루프탑은 빈자리가 없을 만큼 만석이다. 야경 예쁜 바드샤히 모스크, 미나레 파키스탄 등 주요 포인트를 보면서 성찬을 먹을 수 있는데, 좀 시원하게 먹자고 실내에서 먹을 거면 굳이 이곳으로 올 이유가 없겠다.
일단 시원하게 라씨 한 잔.
라씨는 묽은 플레인 요거트에 소금과 설탕을 탄 맛이다. 바드샤히 모스크 야경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한 잔 즐기고 있자니 유독 "The Royal Experience(왕가의 경험)"이라고 찍힌 갑티슈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호사 맞네. 내가 이런 곳에 와서 이런 자리 있게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나.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이제 파키스탄 전통요리는 너무 많이 먹어서 아무런 감흥이 없다. 늘 먹던 거기서 거기. 다른 때보다 특별했던 건, 갈릭난을 시켰는데, 갈릭토핑이 무척 진했던 기억이 살짝 난다. 치킨 카라히, 케밥, 풀라오 등 종류별로 시켜서 동료들과 나눠먹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니, 테이블마다 다니면서 가수분이 노래를 불러준다. 정규공연 느낌은 아니지만, 충분히 환영받는 분위기는 난다.
늘 느끼는 거지만, 파키스탄 요리는 가짓수가 너무 제한적이다. 아니, 평생 이런 것만 반복적으로 먹으면 질릴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종교적 터부로 돼지고기와 비늘 없는 해산물(문어, 낙지, 오징어 등)을 안 먹고, 교통이 불편하고 냉장-냉동을 믿을 수 없는 환경이라 일반 해산물도 구하기 힘들다.(있긴 한데, 신선하지 못하며 그나마 엄청나게 비싸다.) 줄구창창 먹는 거라곤 넓적한 밀가루빵(짜파티, 난)과 비리야니와 풀라오 등의 찰기 없는 쌀요리, 병아리콩 수프, 치킨 커리... 여기에 잔치음식으로 커리 또는 케밥 베이스에 양고기와 쇠고기가 추가되는 정도. "정말 이게 다야?" 물어봐도 끼르, 스위티 등 디저트 빼고 식사류 메인요리 중에선 그게 다란다. 심지어 술도 안 마시는 사람들이다.
음식의 맛과 다양성에 있어서는 한식이 정말 세계 Top이지 싶다. 음식재료에 있어선 책상다리만 빼고 다 먹는 중국인들이라지만, 맛의 다양성은 한식이 한 수 위인 것 같다. 기름 범벅 느끼한 중식보단 깔끔한 한식이지. 김치, 장아찌 등 발효된 요리가 많는 것도 한식의 장점! 한국인이라서 다행이야...
"The Royal Experience(왕가의 경험)" 문구가 어색하지 않게 식당 내부 인테리어는 무척 화려하다. 1층 로비에는 이렇게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회랑도 갖추고 있었다.
암튼 오늘도 배가 터져라 먹고... 하루 일정 마무리.
인근에 있던 다른 식당 내부 전경. 1층 거리에 있는 오픈된 곳이었는데, 역시 루프탑 식당하곤 경쟁하기 힘들 수밖에. 내부 인테리어와 색감이 너무나 파키스탄 풍이라 사진을 찍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