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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l 13. 2022

파키스탄 잔치음식을 소개합니다

사실은 평상시에도 자주 먹어요

오늘은 이드 얼 아즈하 3탄!


[지난 이드 시리즈 참고]

https://brunch.co.kr/@ragony/111


https://brunch.co.kr/@ragony/113


 오늘은 이드 희생제로 잡은 고기로 만든 음식을 나누어 먹는 마을잔치 참석한 썰.


 이드 1편에서 밝혔듯이, 희생제에서 얻어진 고기는 가족 및 친척, 이웃 및 친구,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분배되는 것이 오래된 전통이자 가진 자의 의무이다. 전날 이드 희생제를 주최한 집에서 2022년 7월 11일 월요일에 다시 나를 오찬 자리에 초대했다. 지사 근무하는 직원 중에서도 알부자라고 소문난 집. 나뿐만 아니라 근무대기 중인 지사 내 직원들을 빠짐없이 초청했다.


 신선같은 도복 느낌의 새하얀 샬와르 까미즈를 다시 차려입고 잔치집에 도착했다. 어~ 부잣집 맞네~ 마당엔 자동차 몇 대를 주차하고 남을 정도의 주차장이 있고 2층 건물은 말 그대로 대저택이었다. 외부 마감재에도 문양을 장식한 것이 드러났으며 페인트칠이 되어 있다!(다수의 서민 주택은 맨 시멘트가 노출된 채 그냥 산다.)



 이 정도 규모의 저택에는 어디 가도 비슷한 분위기의 라운지가 있다. 라운지는 침실 등 개인생활공간과는 확실하게 구분되며 손님 접대만을 위한 공간이다. 집에 초청되는 일이 있어도 여성 가족은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당연히 소개해주지 않으며 묻지 않는 게 예의이다. 혹시나 마주치더라도 여성 가족에게 악수를 청하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심한 곳은 눈도 마주치지 못하게 한다고.



 라운지에서 한동안 담소를 나누다가, "식사 다 차렸습니다~" 하며 이동을 권한다.

 이 많은 사람들이 앉을 가정집 식당이 되려나 생각했는데, 처마가 있는 야외에 식탁을 놓고 으리으리하게 차려놓았다. 손이 엄청 많이 갔네~ 정성이 느껴진다.


 


 파키스탄 고유음식의 식문화는 스푼과 포크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맨손으로 먹는다. 나도 처음에는 포크만 쓰다가, 아무래도 뼈 째 뜯어먹는 고기는 맨손이 편했다.


 오늘의 주 주제, 주안점은 먹방, 아니 먹 브런치니까 음식에 좀 더 집중해보자.


 이것 말고도 두 세 종류의 음식이 더 있었는데, 손으로 먹느라 이미 손에 기름떡칠이라서 세세하게 다 찍질 못했다.(먹방 전문성 결여...)


뭘 먹었더라... 찬찬히 기억을 더듬어보면,


1. 케밥(Kebbab) : 잘게 다진 고기를 갖은 양념과 채소와 버무려 꼬챙이에 꿰어 구운 음식이 케밥의 정의인데, 오늘 케밥은 꼬챙이는 없고 그냥 커다란 비스킷 모양새. 보통 도심지에서 사 먹는 케밥은 마살라 특유의 향내가 강한데, 오늘 케밥은 향신료가 덜 들어가서 바삭하니 맛있었다. 맛만 보려다가 하나 다 먹음. 4번 펄라오 사진 제일 밑에 귀퉁이가 살짝 찍혔다.


2. 짜파티 : 우리나라 맨밥처럼, 일반 서민들 주식. 거의 매 끼 빠지지 않고 나온다. 다른 음식과 곁들여 먹는다. 쌀밥 생각하면 딱 맞겠다. 간도 안 하고 설탕도 안 치고 아주 담백한 넓적한 빵이다. 매번 갓 구워주는 거라 그냥 먹어도 맛있다. 비슷한 빵으로 난(Naan)이란게 있는데, 난은 발효를 거친 후 화덕에서 굽는 좀 더 두꺼운 고급 빵이다.


3. 치킨 로스트 : 양념을 살짝 뿌려 구운 치킨. 기본적인 통닭 맛. 치킨은 한국 따라올 나라가 없긴 하지만, 매우 익숙한 맛의 치킨 구이. 치킨은 세계 어디든 종교적 터부 없이 다 통한다.


4. 풀라오 : 모양새가 비리야니하고 매우 닮은 쌀 요리. 조리방법이 다르다고. 풀라오가 만들기가 좀 더 쉽다고 하며, 양념을 덜 쓴다고 한다. 내 입맛에도 풀라오가 더 잘 맞다. 비리야니는 특유의 서아시아 양념 향이 강하다. 만드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찾아봤는데, 결론적으로 비슷한 비주얼에 비리야니가 향이 더 강하다.

비리야니는 기본적으로 쌀을 물에 살짝 데친 다음 물기를 빼고 건조시켜 층층이 쌓는 방식으로 물기를 빼는 요리법을 사용하여 만듭니다. 풀라오는 흡수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국물이나 물의 양이 접시에 담긴 밥과 야채에 완전히 흡수됩니다.


5. 머튼 커리 : 양고기에 파키스탄식(=인도식) 묽은 카레


6. 도너츠 : 배가 불러 죽겠는데 한국식 도너츠라고 특별히 만들었다며 자꾸 권해서 마지못해 먹었는데, 우와, 진짜 바삭하고 맛있다. 한국에서 먹던 맛보다 더 맛있다. 도너츠가 한식 맞나? 왜 자꾸 한국식이라고 강조하는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나를 배려해서 일부러 준비한듯한 특별식.


7. 시나몬 케이크 : 느끼하고 설탕 맛만 강할 것 같은 비주얼에 비해 엄청 맛있다. 오해했다. 내가 원래 계피맛을 좋아하긴 하지만, 과하지 않은 시나몬 향기에 너무 달지않은 적당한 깊이있는 맛이 난다.


8. 썰어나온 오이 : 고기류와 같이 먹도록 나온다. 샐러드라고 처음에 썼다가 도로 고침. 아무 드레싱 없이 접시에 오이만 횡 절단해서 고기류 옆에 서빙. 당연히 익숙한 오이맛. ^_^. 10번 사진 왼쪽 상단에 살짝 보인다.


9. 차나 차트(Chana Chaat) : 차나(Chana)라고 해서, 이 나라의 주식 중 하나다. Chana Dal(병아리콩 죽) 등 여러 요리에 두루두루 쓰인다. 우리말로는 병아리콩. 완전 똥그란 노란 콩이다. 왜 병아리콩인지 금방 이해했다. 오이, 파프리카 등 다른 야채하고 섞어서 드레싱을 끼얹어 준다. 생각보다 깔끔한 맛이 난다.


10. 끼르(Kheer) : 쌀, 설탕, 우유로 만든 쌀푸딩. 보통 디저트로 먹으며, 엄청 달다. 아몬드 등 견과류를 올려준다. 늘 차게해서 먹는 음식이다.


 저 음식만 해도 칼로리 폭탄이 될 것 같은데, 고기 중심의 식사다 보니 매번 탄산음료를 곁들인다. 종교적으로 술이 금지된 국가이니, 술 대신 탄산음료가 매우 깊숙이 퍼져있다. 코카콜라와 펩시는 물론, 7-Up, 스프라이트 등 사이다도 인기다. 나는 딱 맥주 한잔 반주로 하면 좋겠는데... 이 나라에서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술이다. 술. 내 그리 주당은 아닌데, 없으니 꼭 생각이 난다.


 나는 원래 먹는 양이 많지 않은 사람인데, 권하는 대로 다 먹느라 진땀 뺐다. 너무 많이 차려줘서 문제지, 음식은 하나하나 입에 맞지 않는 게 하나도 없이 죄다 맛있었다. 파키스탄은 문화의 뿌리가 무굴 제국의 후손들이며 인도와 의복 음식 등 대부분의 문화를 공유하므로 인도 음식과 대부분 같다고 보면 크게 무리 없다. 다만, 파키스탄 북부 지방은 문화적 뿌리가 완전 다른 동네이며, 아프가니스탄과 더 깊은 문화적 동질감을 가진다. 문화도 음식도 약간씩 다르다.


식후 단체샷. 집주인도 계신데, 외국에서 오신 귀빈이라며 특별히 가운데로 앉힌다.




 몬순 기간이라 식사 중에 폭우가 내렸다. 다행히 처마 있는 공간이라 오찬 행사를 즐기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고 되려 시원해서 다행이었다. 지사로 복귀하는 길에 가뜩이나 좁은 길에 집채만 한 바위가 굴러 떨어진 걸 봤다. 암튼 이 나라는 집 나오면 위험하다. 지나가다 저기 맞았으면... 으... 그런데 몬순 기간에는 산사태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꼭 생긴다. 지난주에도 지사 인근의 주택가에 산사태가 덮쳐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과식했네 과식했어... 너무 많이 먹고 와서 숨 쉬기도 어려울 만큼 하악~ 하악~ 하고 있는데 금방 또 날이 저물어간다. 배가 고프기는커녕 아직도 배가 부른데, 다른 집에 또 초청을 받았다. 부르면 가야지. 불러주는 정성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데.




 저녁 만찬에 초대받은 집. 라운지 겸 식당이 꽉 찼다. 서 계신 분이 집주인. 매우 사교성이 좋은 분이다.


1. 케밥 : 점심때 맛본 것과 비주얼이 똑같다. 통상 기다란 꼬챙이에 꿰어 굽는데, 이렇게 구워도 맛있다.


2. 샐러드 & 차나 차트 : 샐러드는 마요네즈 드레싱의 국제적인 맛. 차나 차트는 점심 메뉴와 매우 유사.


3. 치킨 로스트 : 역시 오찬 메뉴와 유사. 기본 메뉴.

4. 복숭아. 사과. 오이. 드레싱 없음. 상상하는 그 맛 그대로.

5. 머튼 커리 : 육질이 매우 연하고 야들야들 녹음. 배는 부르지만 잘 먹힘.

6. 비프 풀라오 : 기름기가 없는 볶음밥 맛하고 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7. 스위트 라이스 : 쌀 + 설탕 + 강황가루. 노랑색을 어떻게 물들이냐 물으니, 색소(Yellow Powder)를 넣어서 일부러 물들이는 거라고. 설마 화공물질을 넣나 싶어 숙소로 와서 인터넷을 찾아보니, 강황가루(turmeric)로 색을 내는거라고 한다. 어차피 말해줘도 못 알아들으니, 노란가루라고만 했나보다. ㅡㅡ... 카레와 설탕을 섞어 지은 밥이라고 이해하시면 편하겠다. 딱 그 맛이 난다.

https://recipes.timesofindia.com/recipes/sweet-rice/rs62366199.cms


 처마 아래서 다 같이 찍은 단체샷. 여기서도 귀빈 대접을 받고 왔다. 감개무량하다.


 파키스탄의 대명절인 이드는 우리나라 추석, 설날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끼는 가축을 잡아 친척, 친구,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어려운 사람에게 기부하고, 기꺼이 손님을 가정에 초대해서 진수성찬을 대접한다. 손님은 손님대로 최고로 좋은 옷을 입고 예를 갖추어 방문하며, 우리나라에서 설날 세뱃돈 주듯이 그 집 자녀들에게 아낌없이 용돈을 건넨다. 평상시엔 누구보다 짠돌이지만, 나도 이 날 만큼은 이 집 꼬맹이들에게 아낌없이 천 루피씩을 쥐어주고 왔다. 사실, 익히 가정방문 시 어린이들에게 용돈주는 문화는 알고 있어서, 두둑하게 현금을 준비해놨었다.


 파키스탄은 대가족제가 기본이라, 부모 형제들이 한 집에 모여 살며 그 까닭에 집들이 크고 방이 많다. 집 한 채로 감당이 안 되면 마을 한 구역 전체가 몽땅 가족 집으로만 구성된 곳도 흔하다. 오늘 초청받은 집도 부모 형제가 모여사는 대저택이었다.


 홀홀단신으로 파견나온 외국살이지만, 따뜻한 이들의 환대에 나 역시 외롭다는 감정을 느껴볼 겨를이 없으며 나 스스로도 반쯤은 파키스탄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파키스탄 전통 복장도 편하고, 전통 음식도 맛있고~ 이제 슬슬 우르두어도 배워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여전히 영어가 발목을 잡는다. 영어부터 해놓고 자신감이 들면 우르두어 해야지 했는데... 이러다 갈 때까지 앗살람 알라이쿰 등 인사말밖에 못 배우겠다.


 어쨌든, 나는 그냥 나대로 이곳 문화를 즐기는 것뿐인데, 현지 지인들 모두가 내 등장에 행복해한다. 이제껏 이드 명절 마을행사에 참석해 준 외국인이 내가 처음이라면서. 이 나라 전통의상을 입고 와서 음식을 맛있게 먹어줘서 영광이란다. 정작 고마워할 사람은 나인데.


 세계 어디를 가든, 음식을 같이 해서 같은 장소에서 나누어 먹는 일은 서로 간에 깊은 유대감을 가지게 만든다. 먹은 음식은 소화된 후 내 살과 피가 될 터인데, 같은 음식을 먹은 상대방도 먹은 음식이 살과 피로 바뀌겠지. 그래서, 같은 음식을 같은 자리에 먹고 나면 며칠 후 살과 피를 나눈 사이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추가로 적는 글)

 이 날 하루종일 너무 많이 먹어서 다음날 종일 굶다가 저녁만 조금 먹었다.... 많이 먹으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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