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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n 29. 2022

이슬라마바드 고급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 방문기

Monal Downtown Centaurus 만찬 후기

이슬라마바드 추천 맛집

 한국에서 집돌이는 해외 가도 집돌이라 어지간하면 주말에 잘 나가는 스타일은 아닌데, 그날(6월 26일, 일요일)은 현지 지인 초청을 받았다. "Asian Wok"과 "Monal Downtown Centaurus" 두 곳의 식당을 추천받았는데, "Asian Wok"에 가려면 운전기사님을 호출해서 차로 이동해야 하고 "Monal Downtown Centaurus"은 아파트랑 붙어있는 상가 푸드코트에 있으니 아무 고민 없이 Monal로 선택했다.


 Monal은 히말라야 주변 산악지대에 서식하는 무지개꿩 이름으로, 이슬라마바드에는 마갈라 힐스 국립공원(Margalla Hills National Park) 산자락 정상 부근에 위치한 전망 좋은 "Monal Islamabad"와 이곳 "Monal Downtown Centaurus" 두 체인점이 있다. 라호르와 라왈핀디에도 체인점이 있으며, Asian Wok도 Monal 체인 중 하나이다. 규모가 있는 외식 체인답게 근사한 홈페이지도 운영한다.


https://themonal.com/


 산 정상에 위치한 "Monal Islamabad"에는 입국 사흘째 되던 날 잠깐 들러 차 한잔 마셨던 적이 있었는데,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브런치글을 참고하시면 되시겠다.

https://brunch.co.kr/@ragony/10


 "Monal Downtown Centaurus"는 센타우러스 4층 푸드코트에 입구가 있으며, 5층, 6층에 홀이 위치한다. 센타우러스 4층 푸드코트에는 종종 갔었는데 그 간 별로 관심이 없어서 있는 줄도 몰랐는데, 약속을 잡고 나서 처음 눈에 들어온다. 역시 아는 만큼만 보인다.


센타우러스 4층 푸드코트. 모날은 5,6층에 있으나 입구는 4층이다.
입구와 간판부터 이 나라 답지않게 뭔가 좀 럭셔리하다.
5층 홀 입구. 유리문도 깔끔하고 근사하다.
5층 홀 전경. 주방은 통유리로 조리 과정을 모두 볼 수 있고, 요리사들도 모두 요리모자를 철저하게 쓰고 근무한다.


 입구부터 "럭셔리", "고급"이란 느낌을 잔뜩 부여하며 신경을 쓴 티가 난다. 주방도 통유리로 모두 개방되어 있으며, 주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요리모를 철저하게 쓰고 있다. "위생에는 안심하세요"라는 무언의 증빙. 확실히 고급감이 있다.


 지인을 만나고 메뉴를 고른다. 이 집도 총 메뉴판이 10장이 후딱 넘는다. 한 장에 대충 40여 개의 요리가 있으므로, 음료와 디저트를 포함하여 400여 요리가 있는 셈. 현지식 및 유럽식 대중요리는 없는 거 빼고 대충 다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모날 홈페이지(https://themonal.com/)의 메뉴 항목을 참조하면 제일 확실하지만, 사진 한 장 없이 텍스트만 있으니까 고르기가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메뉴판을 직접 보려면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시면 더 편한데, 2년 전 가격이라 지금은 좀 올랐으니 그것도 감안하시길.


https://www.restaurantmenu.pk/monal-restaurant-menu/


오늘 시켜 본 메뉴 리뷰


1. 민트 레모네이드 : 365루피(세금별도)

 아. 깜빡잊고 사진을 안 찍었다. 한국 레모네이드 생각하면 안 된다. 이 나라 특유의 향기가 나는 민트허브를 갈아서 녹즙같은 찬 음료를 주는데 익숙한 맛은 아니다. 얼음이 뜬 녹즙을 상상하면 되며 빨대를 꽂아준다. 경험삼아 한번쯤  먹을 만 하지만 일부러 찾아 먹고 싶지는 않다. 민트... 라는데 우리나라에서 상상하는 익숙한 치약맛 민트가 아니고, 이 나라에서만 느껴본 향이라 정확히 설명하기가 어렵다. 파키스탄 & 인도 공통양념 마살라 느낌도 살짝 난다. 레몬맛은 거의 안 난다. 민트허브의 강한 맛에 파묻혀 그냥 신맛을 받쳐주는 수준.


2. CHICKEN WITH PINEAPPLE (WITH VEGETABLE FRIED RICE) : 1,395루피(세금별도)

  비싼 메뉴답게 정말 푸짐하게 준다. 체감상 성인 남성 세 명이 이거 하나만 시켜먹어도 배고플 것 같지 않다. CONTINENTAL VARIETY 하위 메뉴로 구성되어 있으며 닭고기를 파인애플과 같이 볶은 후 탕수육 같은 새콤달달한 소스에 섞어 내어 준다. 당근, 피망 등의 야채도 섞여있다. 안남미(길쭉하고 찰기가 없는 쌀)로 만든 볶음밥도 푸짐하게 따라 나오며, 익숙한 중국집 볶음밥 맛이라 별로 거부감 없이 한국인 입맛에 잘 맞다. 전반적으로 달달한 느낌의 중화요리 스타일. 이 날 1인 1메뉴를 시켰는데 이건 결국 다 못 먹고 포장해서 들고 왔다.


3. ITALIAN PLATTER : 1,095루피(세금별도)

 사흘밖에 안 되었는데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뭘 먹었더라...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쇠고기 스테이크 한 조각, 지중해식 생선살 커틀릿 구이, 모로코식 치킨구이, 페투치네(이탈리아식 칼국수 면 파스타).


 딱 봐도 칼로리 높아 보이지 않은가? 한방에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어 가성비가 좋은 메뉴인 것 같다. 쇠고기 스테이크는 고기가 질기지 않고 잘 썰리긴 했는데, 역시 핫플레이트가 아니라서 먹는 와중에 식어버려 전문점 스테이크만큼의 풍미는 기대하면 안 된다. 재료가 오래된 느낌은 들지 않고 맛있었지만, 그렇다고 생선살 커틀릿을 즉석에서 만든 것 같지는 않았다. 아마 냉동해두었다가 즉석조리했을 듯한 시간과 비주얼. 치킨구이는 일반 닭튀김에 새콤달콤 겨자소스 같은 걸 끼얹어주었다. 페투치네는 익숙하게 먹던 치즈크림 파스타 맛. 모두 흔하게 먹던 양식 맛이라 전혀 거부감 없고 한국에서 외식하는 것 같았지만, 내 입맛에는 좀 짰다. 다음에는 소금 좀 절반으로 줄여달라고 주문해야겠다.


 어지간한 음식이라도 뜨겁고 짜게 만들면 웬만큼 다 맛있어지니까, 특히 외국 식당은 한국보다 늘 더 짜다고 느끼는 게 일반적이었다. 한식이 짜다고들 하지만, 그건 김치나 젓갈 같은 단품 사이드 메뉴에 국한된 거고 대부분의 한식 반찬은 삼삼하며, 주 메뉴인 흰밥은 전혀 간을 안 하고 먹으니까 한국인 입맛으로 외국에서 먹으면 거의 모든 음식이 짜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밥과 곁들여 먹는 한국식 국이 소금 과다 섭취의 주범이라고 하니, 소금을 줄이고자 하시는 분들은 국물을 멀리하시길 추천드린다.


 사진에는 없지만 Cold Drink Can 하나를 고를 수 있어 나는 Coke을 시켰다. 그리고 후식으로 초콜릿 브라우니가 나온다. 내 생에 처음 먹어보는 브라우니 통 한 조각이네. 빵집 브라우니를 몇 번 사서 집에 가져가 본 적 은 있었지만 애들하고 마누라 다 먹이고 나는 맛을 본 적이나 있었던지 기억도 안 난다. 나를 위한 온전한 인생 첫 브라우니라니 감격스럽다.


 한 입 먹어본다. 아... 생긴 것만 브라우니고 그냥 설탕이네. 설탕 70% 초코 10% 밀가루 20% 정도가 내 혀가 분석한 이 브라우니의 구성성분. 달아도 너무너무 단데, 이곳 파키스탄 후식 메뉴의 특징이 엄청나게 달다는 공통점이 항상 있다. 전 국민의 입맛이 단것에 맞춰져 있다 보니 브라우니도 쌉싸름한 깊은 맛이 아닌 엄청나게 단 걸로 승부 보나보다. 참고로, 전 국민이 즐겨 마시는 전통차 짜이도 기본 각설탕 세 조각은 넣어야 비슷한 맛이 난다. 대체 이 나라 사람들 설탕을 하루에 얼마나 먹어대는 건지 상상이 잘 안 된다.



 배부르게 먹고 웃고 떠들고 했으니, 이제 계산하고 집에 가자.


 서비스 팁 5%에 세금 17% 가산해서 총 5,990루피.

 오늘자(6.29) 환율이 1루피에 6.24원이니까, 대충 3만 7천 원. 세 사람이 갔으니 인당 12,300원 정도 지출한 셈이다. 대중식당에서 350루피 정도면 닭 조각 두 개를 곁들인 비리야니를 배부르게 먹고 남길 수 있으니 한국으로 치면 최고급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고급 와인에 스테이크 썰고 온 듯한 지출인 셈이다. 한국 기준해선 안 비싸지만 여기 기준해서는 엄청나게 비싼 곳 맞다.


 나중에 리뷰를 염두해두고 처음부터 사진을 챙겨찍긴 했지만, 민트 레모네이드 시킬 때 부터 까먹어버렸다. 그리고 먹을 때는 그래 이 맛이야 분명히 기억했는데, 사흘 지나 쓰려니 그게 어떤 느낌이었더라? 또 까먹어 버렸다. 역시 식도락 리뷰어들이 꼼꼼하게 사진찍고 먹어가며 메모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들만의 장인정신. 무언가를 하려면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하며 그 목적을 잊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늘 주장하다시피, 나는 전문 리뷰어가 아니라 지인 약속으로 간 몸이고 나름 바쁜 와중에 요만큼 건져 왔으니, 식당 리뷰가 좀 허술하더라도 애교로 봐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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