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국 지인들과 골프 회동 후 즐기는 브런치(글쓰기 브런치 아니고 진짜 아침 겸 점심 브런치).
식도락가는 아니지만, 브런치 작가로서 브런치를 먹고 왔으니 브런치에 브런치를 먹어본 글을 꼭 써야만 할 것 같아 기억이 식기 전에 써 보렵니다.(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의무감)
오늘 가 본 곳은 "English Tea House"입니다.
"English Tea House" 외부 전경입니다. 간판이 없네요. 경비원이 입구에 지키고 서 있습니다.
영어권 국가에 살지만, 여전히 영어울렁증이 있어 식당 이름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데(왠지 가서 영어공부를 하고 와야 할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영어라는 뜻의 English가 아닌 영국식이라는 English니까 봐 줍시다. 굳이 번역한다면 "영국식 찻집"이 되겠습니다만, 역시 번역을 때리니 좀 없어 보이긴 합니다.
"English Tea House"는 제가 살고있는 센터로스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멀지 않습니다. F7구역에 있고요, 3km 남짓 떨어져 있습니다. 구글 지도에도 잘 나와있네요.
메뉴판을 보고 있는데 전기가 나가고 비상등만 켜집니다. 직원들은 물론, 손님들도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이곳은 파키스탄 수도임에도 불구하고, 정전이 매우 잦습니다. 불시 정전에 사람들 모두 익숙하며 크게 불평하지 않습니다.
골프 치고 와서 목도 마르고 더워서 스무디를 먼저 시켜보려고 했는데, 안 된답니다. 셰이커를 써야 하는데 전기가 나갔댑니다. 아차.
그냥 물과 콜라만 시키고, 브런치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Waffle egg Benedict와 Croissant Sandwich, 그리고 현지식 짜파티 및 짜파티 부대요리(차나 부지아-병아리콩 스프, 감자 커리 등)을 같이 시겼습니다. 현지식은 메뉴판에는 없고 스탠드 메뉴에 따로 있었는데 깜빡 잊고 사진을 찍지 않아 메뉴명이 뭔지는 기억이 안 납니다.
대부분의 단품 식사메뉴는 1,000루피 정도 됩니다. 한화로 6~7천 원 정도니까 부담되지는 않습니다만, 이곳 현지 식당에서 짜파티 단품은 50루피, 비리야니 같은 메뉴도 300루피 정도면 사 먹을 수 있으니 이곳 물가수준으로 엄청나게 비싼 곳 맞습니다. 비싼 메뉴답게 플레이팅에도 신경을 쓴 티가 납니다. 색감과 비주얼이 무척 화사하고 곱습니다.
식기 전에 먹어봅시다.
Waffle egg Benedict : Belgain waffle topped with Two perfectly poached eggs over spinach
finished with our famous hollandaise sauce served with seasonal fruits.
오~ 무언가 신선하며 맛있습니다. 계란이 기름없이 수란으로 80% 쯤 익혀서(메뉴판에는 퍼펙트 포치드, 완숙이라고 되어 있는데 확실히 반숙입니다. 저는 반숙이 더 좋으니 괜찮습니다.) 바삭바삭 식감이 좋은 와플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hollandaise sauce는 처음 맛보는 건데, 네덜란드 소스로 알려져 있는 거군요. 버터, 달걀노른자, 식초 등으로 만드는 소스라고 합니다. 당연히 계란 노른자 맛도 나고 고소하고 새콤하며 찐 반숙계란과 반쯤 섞여서 물아일체가 되는 맛이 납니다. "어디까지가 반숙 계란이야?"
메뉴에 아니 근데 시금치도 준대매. 시금치는 안 줍니다. 대신 Hash brown(감자전)을 줍니다.
Croissant Sandwich : Two Eggs emelette with turkey bacon, tomatoes & cheese, served with chunky potatoes & mushrooms
오, 크루아상을 반 갈라서 베이컨과 계란 등으로 속을 채워 줍니다. 고급진 맛이 납니다. 그런데 served with chunky potatoes & mushrooms... 덩어리 감자는 있는데 버섯은? 버섯 어디 갔니. 버섯은 없습니다. 제가 먹고 찍은 거 아녜요. 꼭 하나씩 빼먹네... 알고보니 버섯은 토마토 위에 올려져있었군요. 제가 안 먹어서 기억에 없는 것 뿐입니다. 글 다 쓰고 사진속에서 지금 발견했어요.
짜파티(얇게 구워낸 현지식 빵)와 부대요리도 맛을 봐 봅니다. 역시 갓 만든 맛이 나고 풍미가 좋습니다. 짜파티에 병아리콩 수프(차나 부지아)를 찍어먹는 것이 이 나라의 대중적이고 값싼 일상요리 중 하나입니다. 감자 아차리, 다진고기 볶음, 오믈렛, 요거트 맛 소스도 같이 나왔는데 각각의 정확한 요리 이름은 모르겠습니다.
맛집전문 리뷰어가 아니라서 맛보고 느끼고 온 걸 흥미있고 현장감있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지만, 다음에 기회가 되면 Dinner도 한 번 더 먹고 리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