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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n 15. 2022

이슬라마바드 금문(Kim Mun) 중식당 방문기

잊어버리기 전에 기록으로 남겨놓자

 지난 금요일(2022.6.10.), 회사에서 진행하던 작은 프로젝트를 마감하는 조촐한 기념행사가 있었다.


 업무 관련된 3개 회사가 프로젝트 성공 종료를 기념하는 문서에 서명을 하고, 그간의 노고에 상호 격려하기 위해 한국식 회식을 하는 특별한 자리를 가졌다.


 이 날 회식장소로 선택된 곳은 이슬라마바드 시내에 위치한 금문(金門, Kim Mun) 중식당. 이슬라마바드에는 동일 명칭의 중식당이 또 하나 더 있으므로, 구글 지도에는 Old 단어가 하나 더 따라붙는다. 공식 명칭은 "Old Kim Mun". 한국 발음과 중국식 발음이 거의 똑같다. 신기하다.


 찾아가는 위치는 구글 지도를 참고하시고...

https://www.google.com/maps/place/old+kimmun/@33.7223684,73.0695014,17z/data=!3m1!4b1!4m5!3m4!1s0x38dfbf9e7bab2619:0xe2187ce29a58e9d4!8m2!3d33.7223745!4d73.0695131


 금문 식당의 외관이다. 아무런 간판도 없고 그냥 가정집처럼 생겼다. 우리도 진짜 이 집 식당 맞나?하면서 기웃기웃하면서 찾았다. 이슬라마바드에는 이런 류의 식당이나 비즈텔이 종종 있다.


 홀로 들어가는 입구. 뭐, 역시 일반 가정집처럼 생겼다. 마당 한 켠에는 비상발전기가 우렁차게 가동 중이다. 아, 또 정전이구나. 명색이 수도인데, 정전이 아닌 때가 더 드무네...


들어가면 홀은 널찍하다. 저녁치고는 이른 시간에 방문해서인지, 우리 말고는 아직 손님들이 없다. 우리는 미리 예약한 9인용 원탁에 앉았다. 이 날 참석한 사람은 나를 포함해서 총 8명.


실내사진 찍는 걸 깜빡 잊었네요. 구글에서 가져왔습니다.


 메뉴판이 전화번호부처럼 두툼~하다. 총 180여 메뉴가 빼곡하다. 아니, 이걸 어떻게 골라, 뭐가 뭔 줄 알고.

 오늘 행사를 주관한 상대편 회사에서 걱정하지 말라며 다 사전답사를 해 봤다고 하면서 번호만 콕콕 골라서 알아서 주문을 해 준다. 1안 2안 중 뭘로 할까요 물어봐도 머리 아픈 나인데, 알아서 주문해준다고 하니 이 또한 고맙지 아니한가. 식당에서까지 머리 쓰기 싫다. 주는 대로 잘 먹어요.


리뷰해 볼 욕심으로 바쁜 와중에 메뉴판을 통째로 찍어왔다.


 늘 느끼는 거지만, 식당 메뉴판에는 음식 컬러사진 + 명칭으로 표준화하자고 오늘도 강력하게 울부짖어본다. 저 백과사전 한 권을 언제 다 읽어보고 해석하고 맛을 상상해가며 주문하겠는가.


먹다 말고 생각나서 찍은 실제 음식 사진. 깔끔하게 찍어 올리지 못해 송구하옵니다.


 요리가 나왔다. 사실, 회사에서 기획한 공식 행사에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입장이라, 블로거나 유튜버처럼 맛깔나게 사진을 찍을 수 없었음을 이해해주셔야 한다. 중간중간 몇 장 찍기는 했는데, 관계자와 환담하느라 대부분 놓쳐버렸다. 일하러 와서 사진만 열심히 찍어대고 있으면 그 또한 너무 없어 보이지 않겠는가.


 하나하나 다 기억은 안 나지만, 요리의 맛과 비주얼은 매우 훌륭했다. 이슬라마바드에서 중식당을 두어 번 더 가봤는데, 조금 조금씩 한국에서 먹던 그런 중식당 맛이 아닌, 정말 중국스러운 탄 두부 맛? 특유의 향신료? 같은 맛이 나는 곳도 있었는데, 이곳 금문은 모든 요리가 덜 짜고 덜 느끼하고 한국인의 입맛에 매우 잘 맞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라, 오늘 참석한 모든 한국인의 공통적인 식사 평이니 객관적이라 믿어도 무리 없다.



※ 계산서를 보면서, 오늘 뭘 먹었나 역추적해보자.


[메뉴 번호 : 메뉴명 : 가격(루피) ]

65A : Sweet and Sour Chicken with Pineapple, 1,300

65B : Roasted Chicken, 1,350

79 : Large Prawns Fried in Garlic Sauce, 1,600

84 : Braised Fresh Crab with Sliced Ginger and Onion, 1,600

76 : Baked Prawns with Soya Sauce(Whole Prawn), 2,000

160 : Steamed White Wice with Chicken and Mushrooms, 1,100

141 : Chicken Chow Mein, 810

157 : Egg Fried Rice, 800

163 : Hot and Sour Soup, 850

168 : Chicken Corn Soup, 890

116 : Fried Green Vegetable, 680

92A : Steamed Red Snapper, 1,700

64A : Fried Spring Chicken, 1,350

68A : Garlic Steamed Large Prawn(Whole Prawn),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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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A : 파인애플 탕수육, 1,300

65B : 로스트 치킨, 1,350

79 : 마늘 소스에 튀긴 큰 새우, 1,600

84 : 얇게 썬 생강과 양파를 곁들인 신선한 게 조림, 1,600

76 : 구운 새우(통새우), 2,000

160 : 닭고기와 버섯을 곁들인 찜 찜, 1,100

141 : 치킨 차우멘(중국식 볶음국수), 810

157 : 계란볶음밥, 800

163 : 뜨거운 신맛 수프, 850

168 : 치킨 콘 수프, 890

116 : 튀긴 녹색 야채, 680

92A : 도미 찜, 1,700

64A : 프라이드 스프링 치킨, 1,350

68A : 큰 새우 마늘찜(통새우), 2,000


 음. 이제 좀 뭘 먹었는지 알 것 같네... 오늘의 베스트 요리를 꼽자면, 내륙 지역이라 흔하게 먹지 못했던 도미찜이 제일 맛있었다.


 8명이서 10여 가지가 넘는 요리를 포식하고 받은 계산서. 약 2만 루피가 채 안 나왔다. 인당 1만 5천 원 정도의 식비가 든 셈이니, 요리의 질과 양을 생각했을 때 저렴하게 먹은 것 같기도 하지만, 2만 루피면 거의 한 달 치 최저임금에 육박하는 돈이니 현지인들 급여 사정 생각하면 지나치게 과소비한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오늘 같은 날 아껴서 일인당 1만 원 이하로만 듭시다 하면서 고집 피울 자리도 아니지 않나.


 요다음에 또 올 일이 있다면, 소수정예로 소수의 음식만 시켜서 하나하나 맛을 보아가며 블로그 식도락가처럼 맛과 분위기를 다시 리뷰해봐야겠다. 오늘은 너무 많은 사람들과 너무 많은 음식을 먹고 왔더니, "잘 먹었습니다" 뭉뚱그려 잘 먹은 기억 말고 세세한 기억이 사실 잘 안 난다.


 그래도 재 파키스탄 몇 안 되는 글 쓰는 한국인으로서, 적절한 의무감으로 작성한 오늘의 금문 방문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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