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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Jul 09. 2022

이드(Eid) 연휴가 시작되었다

이슬람 문화권의 중요한 명절

 Eid Ul-Azha(이드 얼 아즈하, 이하 "이드"라 칭함)가 시작되었다.

 이드는 이슬람 문화권의 중요한 명절이자 몇 안 되는 연휴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설날, 추석 연휴하고 비슷한 느낌이다.


 한 때 브런치 주캐를 파키스탄 문화 사회 경제 해설사로 자처한 적이 있었던 어렴풋한 기억이 나서, 오늘은 책상에 앉은 김에 이드 이야기를 조금 하고 가보자.


 이드는 두 종류가 있다. 먼저, 단식 기간인 라마단 종료와 함께 시작되는 Eid Al-Fitr(이드 알 피트르), 그리고 희생자의 잔치를 뜻하는  Eid Ul-Azha(이드 얼 아즈하). Eid Al-Fitr(이드 알 피트르)는 이슬람력 10월 1이며,  Eid Ul-Azha(이드 얼 아즈하)는 12월 10일에 열린다. 다만, 정확한 날짜는 "달의 모양"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동일한 이슬람 문화권이라 할 지라도 이드의 날짜는 국가별로 조금씩 다르다. 달의 모양을 관측해서 정하기 때문에, 정확한 이드 날짜는 보통 1~2주 전에야 확정이 된다. 이드는 주말까지 포함하면 보통 4~5일의 연휴가 되는데, 서너 달 전에 이드 날짜를 특정할 수가 없어서 불편한 부분도 있다.


 2022년 파키스탄의 정식 Eid Ul-Azha(이드 얼 아즈하)는 양력 7월 10일로 선포되었으며, 정부 훈령으로 7월 8일부터 12일까지 주말 포함 5일을 공휴일로 쉰다.


 이슬람교도 거슬러 올라가면 기독교과 비슷한 스토리를 공유한다.  Eid Ul-Azha(이드 얼 아즈하)는 아브라함이 아들을 희생물로 바치라는 신의 말씀을 실행에 옮기려 하자 신이 양을 대신해 제물로 바치도록 허락했다는 내용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비교적 덩치가 작은 동물(양, 염소 등) 한 마리는 한 사람 몫의 죄를 사한다고 여기며, 큰 덩치의 동물(낙타, 소 등)은 일곱 사람 몫의 죄를 대신한다고 믿는다고. 이드 당일에는 이런 희생제를 동네마다 볼 수 있다고 한다.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날이 잘 드는 칼로 목을 단번에 벤다고... 이슬람식 도축법을 "다비하"라고 하는데, 육고기는 반드시 "다비하"에 의해 도축된 고기만 "할랄푸드"로 인정된다. "할랄푸드"는 이슬람에서 허용한 식품을 말한다. 허용되지 않는 음식은 "하람푸드". 돼지고기가 대표적인 "하람푸드"의 예이다. 이슬람에서 즐겨먹는 소, 닭고기라 할 지라도 "다비하" 방식으로 도축하지 않으면 "하람푸드"가 되는 격.



 희생된 제물은 교리에 의거, 크게 세 등분으로 나뉘어 배분된다. 가족, 친구, 가난한 사람. 희생제에서 도축된 고기는 상업적으로 팔 수 없다고 한다. 이드 기간만큼은 가난한 자라도 얼마든지 공짜 음식을 얻을 수 있다. 이드 기간에는 가장 좋은 옷을 입고, 모스크에 기도드리러 가는 것을 시작으로 모인 사람들과 희생제에서 얻어진 고기를 나누어 먹고, 우리나라의 세뱃돈처럼 아이들에게 용돈도 현금으로 주며, 기부도 많이 이루어진다.


  Eid Ul-Azha(이드 얼 아즈하) 기간이 끝나자마자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성지 메카 방문이 이루어지는데, 이것을 Hajj(하지)라고 한다. 무슬림은 일생에 한 번은 성지 순례의 의무가 있는데, 가고 싶다고 아무나 갈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초대장을 받은 자만 갈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성지순례 전용의 비자가 따로 있다고 한다. 메카 중심에 있는 검은 사각형 돌을 카바(The Ka'bah)라고 하는데, 성지순례 시 이 카바를 7바퀴 돌고 모퉁이에 위치한 성서로운 돌인 "검은 돌(The Black Stone)"을 만지는 것이 순례의 의식이라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있는 성지 메카. 가운데 있는 사각형 모양이 "카바(The Ka'bah)" : 사진출처 BBC


 회사 직원 중 한 명도 Hajj의 초청장을 받고 무려 한 달간의 성지순례 여행을 떠났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정규연차를 모두 다 쓰고도 모자라서, 무급결근도 감수하고 떠났다. 이슬람 문화권의 중요한 의식이니 유계결근으로 승인하지 않을 수가 없다.


 흔하지 않은 연휴기간 동안 해외를 가볼까 했는데 비행기표가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나고, 국내 여행을 가자니 역시 모든 대중교통편이 극심히 붐비는 기간일뿐더러 회사 소속 기사님도 가족과 함께 이드 연휴를 누리셔야 하니, 별로 옵션이 없다. 그냥 조용히 지사 안에서 도 닦고 사는 걸로 결정.


 소외된 이웃에게 따뜻한 이 나라 사람들은 나 혼자 떵그러니 있는 거 알고 이드 당일날 희생제에 나를 초대했다. 살아있는 생명체가 칼에 찍히는 광경을 직접 보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이 나라 문화를 몸소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도 크고, 애써 초청받았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간다고 승낙. 희생제 이야기는 다녀와서 보고 난 후 기억이 마르기 전에 생생하게 써 보련다.


 아참. 이드를 잘 지내라는 인사말이 별도로 있다.

 "이드 무바라크(Eid Mubarak)". 축복받는 이드 연휴를 보내세요~라는 의미라고.

 희생제 초대받고 써먹을 거 같으니 지금부터 외워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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